[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악기는 오랜 연습량과 손때로 명기가 되는 법이에요. 쉰 살 가까운 지금 보컬리스트로서 최고 정점에서 소리를 낸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 동안 경험해온 것을 녹여내기 좋은 시점이죠.”

‘국민디바’ 이은미는 나이 든 음악가들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언급하며 이 같이 항변했다. 이은미는 “경력 20년 넘은 음악가들은 농익은 것들이 나올 시기인데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퇴물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은미는 최근 네 번째 미니앨범 ‘스페레 스페로(Spere Spero)’를 발매하고 컴백했다. 앞서 한 이야기들은 그 만큼 이번 앨범에 대해 갖고 있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은미는 “내가 걸어가는 현실이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다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실 부담스러운 부분이 더 크다. 이은미도 “콘서트 활동을 많이 하는 가수인데 체력적으로 매년 조금씩 더 버거워진다. 세월을 한해 한해 얹어서 손으로 들고 있는 게 다른 사람들처럼 어렵다”고 토로했다.

앨범 타이틀 ‘스페레 스페로’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의 라틴어다. 세상 사람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다시 힘을 내라고 다독이면서 이은미 자신도 위로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은미는 “유난히 노랫말에 ‘괜찮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아마 내가 가장 많이 듣고 싶었던 말 같다”고 말했다.

흐르는 세월은 이은미의 노래에도 변화를 줬다.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이지만 이은미의 노래에 따라다녔던 수식어는 ‘어렵다’였다. 이은미 스스로도 인정을 했다. 이은미는 “과거 한 선배가 ‘이은미는 애국가를 불러도 어렵다’고 했는데 한동안 그 말이 마음에 맺혔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팬들에게 친절한 음악가가 아니었다는 느낌이 커진다. 팬들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가까우면서 친절한 음악을 원했을지 생각하며 반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올해로 데뷔 25년 째다. 그 동안 해온 음악이 이은미 자신이나 마찬가지다.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이은미는 “내가 꿈꾸던 것에 근접하다 보면 음악이 친절해지지 않는다”면서도 “복잡한 사운드와 노랫말로 여러분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이번 앨범에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하면 할수록 자유로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네요.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은 건지 알 거 같은데 그게 막상 손에 잡히지는 않아요. 이제 잘 마무리를 해야 할 텐데 말이죠.”

이은미는 음악인생의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년이 없는, 평생 직업이 가수라고들 생각하지만 이은미는 “대중이 들어줘야 내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재미있게 후회 없이 하고 싶어요. 무대를 마치고 돌아섰을 때 다음 무대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뒤도 안돌아보고 툭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해요.”

(사진=네오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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