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여배우가 옛 연인 4명 불러내는 설정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에 주안점"
배우 전미도 나쁜 여자 역으로
7월2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연극 ‘썸걸즈’ 여자버전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나 완전 미친 X이야, 그치.” 사랑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를 담은 연극 ‘썸걸즈’가 여자버전을 공연 중이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여자버전’은 내달 20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남자버전’과 교차로 공연된다.

‘썸걸즈’는 2007년 초연부터 나쁜 남자 강진우 역을 맛깔스럽게 연기한 배우 이석준(42)이 18년 만에 첫 연출을 맡은 작품. 누구보다 ‘썸걸즈’에 자신있는 그가 남자버전에 이어 여자의 심리까지 유쾌하게 드러냈다. “원작이 남자의 오만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여자버전’은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을 많이 썼다”는 게 이 연출의 설명이다. “남자는 궁지에 몰리면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여자는 그렇지 않다. 요즘 사회적인 여건이 많이 성장했고 입장을 뒤집어서 표현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원작은 이기적인 남자가 옛 여인 4명을 불러내는 어이없는 상황을 통해 사랑이라는 복잡미묘한 권력관계를 드러낸다. ‘여자버전’도 구성은 동일하다. 결혼을 앞둔 인기 여배우 미도는 첫사랑 교회오빠 창훈, 가벼운 연애를 했던 유학파 기덕, 대학교수 도균, 동료배우 태근 등 그간 만났던 남자들을 차례로 불러내 지난날의 관계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일명 ‘정직 프로젝트’다.

이 연출은 “특별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라진 건 없다”며 “남자 버전을 공연할 때는 실시간으로 객석에서 욕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여자버전은 오히려 관객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배우 전미도가 나쁜 여자 역을 맡았다. 출연배우 모두 자신의 본명을 그대로 사용한다. 전미도는 “남자 버전에선 분노해서 울었고, 이번 공연에선 공감이 돼서 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인공이 나쁘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상황에 따라 이해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누구나 다 착한 사랑만 하는 건 아니다. 본인은 아니었더라도 상대방은 상처받고 헤어질 수 있다. 희안하게 공감이 되더라.”

‘여자버전’을 선보이자 원래 버전을 궁금해하는 이들의 문의도 많아졌다. 이 연출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달 13일 원년멤버 정재은, 정수영, 서정연, 우현주 등과 함께 ‘썸걸즈’ 특별공연을 선보인다. “이 작품엔 숨기고 싶은 진실이 숨어 있다. 자신의 일처럼 대입해서 보면 공연을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거다.”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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