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카롤린 칼송은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매혹적인 움직임으로 최고 무용수의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일련의 신화적인 작품들로 안무의 혁명을 일으키며 현대무용의 흐름을 미국에서 유럽 중심으로 바꾸어 놓았다.

무용 ‘블루 레이디’는 비록 솔로 공연이지만 수많은 앙상블 작품들이 나열된 칼송의 안무 리스트 중에서도 단연코 대표작의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83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초연된 이후 꿈과 열망, 감성을 어루만지는 듯한 칼송의 신비로운 솔로는 관객들에게 지울 수 없는 임팩트를 남기며 걸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 묵은 이 작품을 다시 꺼낸 칼송은 새로운 손길을 더해 2008년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여 찬사를 받으면서 전설을 되살렸다.

새롭게 전설의 주인공이 된 사람은 핀란드 현대무용의 첨단을 대표하는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이다. 평소 동양 문화에 조예가 깊었던 칼송은 동양의 공연양식에서 여성의 역할을 남성이 대신하는 것처럼 여성의 솔로를 남성 무용수에게 전수했다. 비법을 공유하는 명가의 장인들처럼 같은 핀란드계 혈통의 두 예술가, 칼송과 사리넨은 서로 비전과 철학을 나누면서 작품 안에 음(陰)과 양(陽)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무용 ‘블루 레이디’는 푸른빛의 조명, 무대 아래로 드리워진 블라인드, 그리고 그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붉은 빛의 드레스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특히 사리넨의 섬세한 표정과 강인한 몸이 그려내는 선은 마치 자웅동체의 모순된 존재를 보는 듯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 공연은 갤러리에 전시된 여인의 자화상을 보는 것처럼 여성의 ‘삶’과 ‘모성’의 이미지를 관객의 가슴 속에 선명하게 새겨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