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04 라이브 와이어' 공연
9000여 관객 열광의 4시간…두번째 곡 나오자 일제히 점프

최첨단 음향 시스템과 조명 장치, 그리고 서태지와 콘 팬들의 열광이 뜨겁게 어우러진 록 페스티벌이었다.

29일 저녁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컴백 무대 ‘04 라이브 와이어’(Live Wire)는 9000여 관객의 청력(聽力)을 극한의 데시벨까지 끌어올리며 3시간30분 동안 펄펄 끓게 했다. 20대가 대다수인 관객들의 시선은 서태지의 손짓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무대로 날아가 내내 박혀 있었다.

오후 7시30분 정각, 미국 헤비메탈 밴드 ‘피어 팩토리(Fear Factory)’가 “대~한민국!” 하는 소리와 함께 무대를 열자 객석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피어 팩토리는 ‘에지크러셔(Edgecrusher)’, ‘리플리카(Replica)’ 등 7곡을 부른 뒤, “서태지 만날 준비가 됐느냐!”고 외치며 퇴장했다.

8시35분에 모습을 드러낸 서태지는 첫 곡으로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선택했다. 서태지 스태프의 최첨단 음향시스템은 이 한 곡으로 피어 팩토리의 7곡을 무력화하며 객석을 압도했다. 머라이어 캐리 공연과 오페라 ‘아이다’에서 쓰였던 첨단 음향장치 ‘V-DOSC’ 시스템의 엄청난 파워는 거대한 망치로 공연장 전체를 두들기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음파(音波)에 머리카락이 날린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총 1300개의 전구를 사용한 조명도 이날의 볼거리였다. 무대를 완전히 에워싼 온갖 색채의 조명들은 외국 록 밴드 공연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최고 수준이었다.
서태지의 두 번째 곡 ‘해피 엔드’가 나오자 객석은 일제히 점프를 시작했다. 서태지 팬들은 이틀 전에 발매된 새 음반을 벌써 송두리째 외워와, 일제히 따라불렀다. 서태지는 음반에서의 가녀린 보컬 대신 하드코어 보컬을 종종 사용하며 객석을 뒤흔들었다.

팬들은 서태지가 지난번 음반 수록곡 ‘울트라맨이야’를 부를 때 끓어넘칠 듯 열광했다. 이때 1층 스탠딩석 쪽으로 초대형 풍선 5개가 굴러들었고, 관객들이 이를 손으로 쳐서 옮기자 터지면서 수백개의 노란 풍선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태지는 ‘울트라맨이야’를 부른 뒤 팬들에게 “어떤 인연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지… 정말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즐기자”고 말했다.

‘환상 속의 그대’의 하드코어 버전을 부른 뒤 서태지는 남자 관객들과 여자 관객들을 따로 부르며 함성을 비교했다. 여자 팬들의 소프라노 함성이 남자 팬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서태지는 ‘필승’을 부를 때 함께 부를 남자 관객 한명을 무대 위로 올렸다. 그러나 스물다섯살이라고 소개한 이 관객이 가사를 거의 몰라 분위기를 깨고(?) 서태지와 즉석사진을 찍자 객석에서는 여자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록 밴드 공연이 단순한 조명과 무대장치를 쓰고, 연출이 거의 없는 것에 비해 서태지의 무대는 아이돌 스타의 공연처럼 볼거리가 많았다. 그가 신곡 ‘라이브 와이어’를 부를 때는 수많은 꽃종이가 뿜어져나와 객석을 뒤덮었고, ‘이 밤이 깊어가지만’ 중 “지금 전화를 걸어/너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서태지가 전화부스에 들어가기도 했다. 서태지는 ‘너에게’의 하드코어 버전을 마지막곡으로 부르고 퇴장했다.

서태지에 이어 무대에 오른 콘은 “이것이 하드코어다”라고 정의하듯, 쉴새없이 몰아치는 격정의 사운드를 들려줬다. 새 음반 타이틀곡 ‘라이트 나우(Right Now)’로 시작한 콘의 무대는 모두 18곡까지 이어졌다. 공연은 자정을 한 시간 남긴 시각까지 이어졌고, 관객들은 선뜻 공연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출처 :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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