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클릭! 브로드웨이에서 ②] <채플린> 영리한 뮤지컬 언어로 탄생한 웰메이드 신작
작성일2012.11.09 조회수7918
지뢰가 가득한 출발이었을 것이다.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며, 그 사람은 이미 너무나 유명하다. 이런 경우엔 그를 소재로 한 영화나 뮤지컬 등은 실존 인물의 명성을 뛰어넘는 특별한 감흥을 주기가 쉽지 않다. 한 사람의 생애를 고작 2, 3시간 안에 풀어 내야 한다는 전기 형식도 뮤지컬로 <채플린>이 탄생하기까지 뛰어 넘어야 할 난관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채플린>은 모든 우려와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2012년 가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신작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채플린>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첫 번째 이유는 채플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면과 그렇지 않은 면, 즉 성공한 예술가로서의 화려한 명성을 이어나가는 모습과 동시에 불우하고 불안했던 인간 채플린의 일생을 한 줄기로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후두염으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뮤직홀 가수인 어머니를 대신 해 다섯 살 나이로 기막히게 첫 대사를 해 내는 모습부터 각지를 떠돌며 배우로 성장, 이윽고 할리우드의 대스타가 되기까지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 탄생의 짜릿한 모습이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 정신병으로 입원한 어머니, 수 많은 스캔들과 네 명의 아내를 거치면서 진정한 사랑과 안정을 찾아가는 힘겹고 고달픈 채플린의 일생은 우리가 그에게서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격정적인 드라마다.
감동적인 부분은 자신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와 명예만을 따라가지 않는 채플린이 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천재적인 감각과 노력으로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바뀌는 영화의 흐름에 따라 그의 고뇌와 시도는 계속되고, 불편하고 예상치 못한 사생활의 잡음과 세상의 껄끄러운 간섭, 한 인간으로서의 희비극이 몰려오는 과정에도 그는 세상 사람들의 허한 마음에 기어코 감탄과 웃음을 터트려 놓는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으로 사람들을 관찰하며 각기 개성을 살피곤 했던 것들에서 탄생한 ‘부랑자’ 캐릭터는 채플린 본인의 비애와 많이 닮아 있다. 짧은 콧수염, 긴 지팡이, 꽉 조이는 재킷, 헐렁한 바지에 중절모를 쓰고 뒤뚱거리며 걷는 부랑자가 엉뚱하지만 심각하게, 황당해하지만 결국 웃는 모습, 그 미소에 영화 안팍에서의 찰리 채플린의 눈물이 어리기도 한다.
극적인 드라마를 감탄의 뮤지컬로 변신하게 해 주는 건 영화를 기막힌 무대 언어로 바뀌어 선사하는 장면들의 영리함이다. 흑백 영화가 나오다 막이 오르면 그대로 영화 속 장면이 펼쳐진 첫 장면과 아스라히 무대 뒤로 걸어나간 채플린이 그대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 등 <채플린>은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장면들, 그리고 부랑자의 캐릭터를 극대화 하는 빼어난 장면 구성과 동작,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부랑자’ 캐릭터의 탄생과정, 서커스 장면과 줄타기, 비극적인 스캔들 중 하나가 링 위의 ‘얻어 맞는’ 영화 속 장면으로 풀어내는 등 화려한 스펙타클이 아닌 그 시대의 톤을 유지한 채 지난하지 않은 재치 넘치는 전개는 영화의 단순한 차용이나 재연이 아닌, 영화와 뮤지컬이 무대 위에 교차해 보이는 기이한 체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마지막 기립박수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 찰리 채플린 역을 맡은 롭 맥클루어(Rob McClure)는 찰리 채플린이 환생한 듯 빼 닮은 이미지에 슬랩스틱, 거름걸이, 오물거리는 얼굴 표정이 어울러진 기가 막힌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그에게 앙심을 품고 가십을 만들어 내려는 여기자 헤다 하퍼 역의 크리스티안 놀(Christiane Noll)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가창력 또한 큰 환호의 주인공이다.
어렵고 고루하지 않다. 거창한 주제나 감탄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유명하고 대단했던 스타이자 오랜 시간 방황했던 한 남자의 담담하고 진실된 일생을 비춰내고 있는 이 작품은 절로 눈물과 웃음, 박수를 이끌어 낼 뿐이다. <프로듀서스> <애니>로 2001, 2003년 토니상을 수상한 토마스 미한(Thomas Meehan)이 대본을 쓰고, 피아니스트이자 가수, 작곡가로 활동하는 크리스토퍼 커티스(Christoper Curtis)가 대본, 음악, 가사를 담당했다. 지난 해 7년만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돌아온 휴 잭맨의 <백 온 브로드웨이>와 <두 도시 이야기> 브로드웨이 공연의 안무, 연출을 맡는 등 다양한 작품을 해 온 워렌 칼라일(Warren Carlyle)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글/사진=뉴욕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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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채플린>은 모든 우려와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2012년 가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신작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채플린>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첫 번째 이유는 채플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면과 그렇지 않은 면, 즉 성공한 예술가로서의 화려한 명성을 이어나가는 모습과 동시에 불우하고 불안했던 인간 채플린의 일생을 한 줄기로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후두염으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뮤직홀 가수인 어머니를 대신 해 다섯 살 나이로 기막히게 첫 대사를 해 내는 모습부터 각지를 떠돌며 배우로 성장, 이윽고 할리우드의 대스타가 되기까지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 탄생의 짜릿한 모습이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 정신병으로 입원한 어머니, 수 많은 스캔들과 네 명의 아내를 거치면서 진정한 사랑과 안정을 찾아가는 힘겹고 고달픈 채플린의 일생은 우리가 그에게서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격정적인 드라마다.
감동적인 부분은 자신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와 명예만을 따라가지 않는 채플린이 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천재적인 감각과 노력으로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바뀌는 영화의 흐름에 따라 그의 고뇌와 시도는 계속되고, 불편하고 예상치 못한 사생활의 잡음과 세상의 껄끄러운 간섭, 한 인간으로서의 희비극이 몰려오는 과정에도 그는 세상 사람들의 허한 마음에 기어코 감탄과 웃음을 터트려 놓는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으로 사람들을 관찰하며 각기 개성을 살피곤 했던 것들에서 탄생한 ‘부랑자’ 캐릭터는 채플린 본인의 비애와 많이 닮아 있다. 짧은 콧수염, 긴 지팡이, 꽉 조이는 재킷, 헐렁한 바지에 중절모를 쓰고 뒤뚱거리며 걷는 부랑자가 엉뚱하지만 심각하게, 황당해하지만 결국 웃는 모습, 그 미소에 영화 안팍에서의 찰리 채플린의 눈물이 어리기도 한다.
극적인 드라마를 감탄의 뮤지컬로 변신하게 해 주는 건 영화를 기막힌 무대 언어로 바뀌어 선사하는 장면들의 영리함이다. 흑백 영화가 나오다 막이 오르면 그대로 영화 속 장면이 펼쳐진 첫 장면과 아스라히 무대 뒤로 걸어나간 채플린이 그대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 등 <채플린>은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장면들, 그리고 부랑자의 캐릭터를 극대화 하는 빼어난 장면 구성과 동작,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부랑자’ 캐릭터의 탄생과정, 서커스 장면과 줄타기, 비극적인 스캔들 중 하나가 링 위의 ‘얻어 맞는’ 영화 속 장면으로 풀어내는 등 화려한 스펙타클이 아닌 그 시대의 톤을 유지한 채 지난하지 않은 재치 넘치는 전개는 영화의 단순한 차용이나 재연이 아닌, 영화와 뮤지컬이 무대 위에 교차해 보이는 기이한 체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마지막 기립박수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 찰리 채플린 역을 맡은 롭 맥클루어(Rob McClure)는 찰리 채플린이 환생한 듯 빼 닮은 이미지에 슬랩스틱, 거름걸이, 오물거리는 얼굴 표정이 어울러진 기가 막힌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그에게 앙심을 품고 가십을 만들어 내려는 여기자 헤다 하퍼 역의 크리스티안 놀(Christiane Noll)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가창력 또한 큰 환호의 주인공이다.
어렵고 고루하지 않다. 거창한 주제나 감탄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유명하고 대단했던 스타이자 오랜 시간 방황했던 한 남자의 담담하고 진실된 일생을 비춰내고 있는 이 작품은 절로 눈물과 웃음, 박수를 이끌어 낼 뿐이다. <프로듀서스> <애니>로 2001, 2003년 토니상을 수상한 토마스 미한(Thomas Meehan)이 대본을 쓰고, 피아니스트이자 가수, 작곡가로 활동하는 크리스토퍼 커티스(Christoper Curtis)가 대본, 음악, 가사를 담당했다. 지난 해 7년만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돌아온 휴 잭맨의 <백 온 브로드웨이>와 <두 도시 이야기> 브로드웨이 공연의 안무, 연출을 맡는 등 다양한 작품을 해 온 워렌 칼라일(Warren Carlyle)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글/사진=뉴욕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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