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브로드웨이의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은 두 시장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줄곧 비교되곤 한다. 국내에도 <스위니토드>(Sweeney Todd)와 <어새신>(Assassins), <컴퍼니>(Company) 등의 작품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손드하임은 브로드웨이는 물론,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그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작품세계로 인정받아오고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 Vs. 앤드류 로이드 웨버
런던 웨스트엔드에 <캣츠>(Cats),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에비타>(Evita) 등으로 대표되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있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집시>(Gypsy), <컴퍼니>, <스위니 토드>,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인투 더 우즈>(Into the Woods) 등 여러 편의 수작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스티븐 손드하임은 1960년대 이후 줄곧 브로드웨이의 자존심으로 군림해왔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의 공연시장인 두 곳에서 뮤지컬의 부흥을 이끌었던 두 사람은 종종 각자의 특색 있는 작품들과 각각 런던과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비교되곤 한다. 게다가 두 사람의 생일이 3월 22일로 동일하다는 점도 재미있다.

뉴욕 타임즈는 스티븐 손드하임을 “미국 뮤지컬 공연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잘 알려진 예술가”라고 칭했으며,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두고는 “공연 역사를 통틀어 흥행면에서 가장 성공한 작곡가”라고 표현하였다. 웨버의 작품들이 보다 폭넓은 대중의 정서를 스타일리시한 화법으로 전달하고 있다면, 손드하임의 작품들은 화려함 보다는 묵직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깊이 있는 감성을 호소하고 있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예술성과 흥행성을 검증 받아온 이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이 두 작곡가가 전세계 뮤지컬 공연계에 끼쳐온 영향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스티븐 손드하임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명실상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들인 것이다.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
손드하임이 처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그의 나이 9살에 관람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베리 웜 포 메이>(Very Warm for May)라는 작품에 대한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 <쇼보트>(Show Boat), <오클라호마!>(Oklahoma!), <남태평양>(South Pacific)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II)와 인연을 맺게 된 손드하임은 그의 지도 아래 본격적인 음악수업을 받게 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집시> 등을 통해 작사가로 먼저 인정을 받은 그는 1970년대에 들어서 컨셉트 뮤지컬 <컴퍼니>로 작곡가로서도 입지를 다지게 된다.

당시로서는 물론 지금까지도 그가 시도한 모더니즘 연극의 다양한 주제와 실험적인 형식은 화려한 무대장치와 웅장한 스케일로 성행했던 메가-뮤지컬의 홍수 속의 브로드웨이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매 작업을 할 때마다 뮤지컬은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음악을 만들어내는 스스로를 노래라는 형식을 빌리고 있는 극작가라고 인식하고, 곡 작업 이전에 각 캐릭터와 장면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았다. 음악 역시 대본의 일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그의 얘기는 무엇보다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그는 곡 작업을 할 때, 작사와 작곡을 분리하여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각 캐릭터의 감정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모든 노래의 구성과 진행이 타당한 이유 아래 극과 한데 어우러져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배우는 치밀하게 계산된 장면 안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위니 토드>에서 2막의 오프닝 곡인 “God That’s Good!”을 작업할 때 그는 주요 인물들은 물론 20여명의 코러스의 캐릭터와 움직임까지 고려하였다고 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틀에 박힌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유연하게 녹아 드는 음악을 만들어 온 스티븐 손드하임은 분명 그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다양한 시도들로 뮤지컬의 역사를 다시 쓴 작곡가로 오랫동안 기억될만하다.

그러나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엇갈리는 편이다. 많은 대중의 귀에 편하게만은 들리지 않는 그의 음악을 두고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공연된 <스위니 토드>와 <컴퍼니>가 공연관계자들과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스티븐 손드하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는 그의 작품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되었을 때, 우리의 정서 안에서는 과연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는지 궁금한 동시에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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