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수 차례 공연된 바 있는 뮤지컬의 고전 <아가씨와 건달들>(Guys and Dolls)이 새로운 모습으로 브로드웨이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1995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막을 내린 뒤 14년 만의 재입성으로 개막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화제작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미스 사라 브라운의 평온(The Idyll of Miss Sarah Brown)” 을 포함하여 작가 데이먼 러니언(Damon Runyon)의 단편소설들로부터 모티브와 캐릭터를 차용한 작품이다. 조 스월링(Jo Swerling)과 에이브 버로우스(Abe Burrows)의 각본을, 프랭크 로서 (Frank Loesser)의 음악을 담당해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1950년 브로드웨이에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이듬해 토니 워어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폐막하기까지 3년간 많은 인기를 모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53년에는 런던 웨스트엔드로 자리를 옮겼으며, 1955년에는 마론 브란도(Marlon Brando), 프랑크 시나트라(Frank Sinotra), 진 시몬스(Jean Simmons), 비비안 블래인(Vivian Blaine)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진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뮤지컬 중 하나다.

작품의 배경은 도박이 성행하던 1940년대의 뉴욕이다. 소문난 도박꾼 네이싼 디트로이트(Nathan Detroit)는 도박 장소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스카이 마스터슨(Sky Masterson)과 내기를 한다. 기독교 자선/복음 단체 “Save-a-Soul Mission”(일종의 구세군과 비슷한 단체)의 일원인 사라 브라운(Sarah Brown)이 도박꾼 스카이와 어울릴 리 없다고 생각한 네이싼은 스카이가 사라와의 데이트에 성공할 것인가를 두고 1,000달러 내기를 걸게 된다. 하지만 결국 스카이와 사라는 쿠바로 떠난 짧은 여행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네이싼은 그와 14년째 약혼중인 클럽 댄서 아들레이드(Adelaide)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파혼할 위기에 놓이고 만다. 뉴욕으로 돌아온 스카이는 사라의 사무실이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처하자 네이싼과 함께 도박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내기를 걸어 주사위 게임을 제안한다. 내기에 이긴 스카이는 도박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사라의 사무실로 데려가 그들의 죄를 고백하게 하는데 성공하고 그녀는 뉴욕 사무실을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사라와 스카이, 아들레이드와 네이싼 커플은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두 남자는 결혼과 함께 도박을 벗어난 새 인생을 살게 된다.

현대적 감성으로 새롭게 탄생한 2009 리바이벌 프로덕션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리메이크되어 온 <아가씨와 건달들>은 지난 2005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새롭게 리바이벌되어 2년여 간 큰 화제를 모으며 공연되기도 하였다. 런던 공연의 성공 이후 브로드웨이 진출이 추진되기도 한 런던 버전의 <아가씨와 건달들>은 당초 예정되었던 2008년 브로드웨이 진출은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2009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런던 작품과는 관계없는 전혀 새로운 프로덕션이다.

<드라큘라>(Dracula), <저지 보이즈>(Jersey Boys), <판스워드 인벤션>(The Farnsworth Invention) 등을 연출했던 데즈 맥아너프(Des McAnuff)가 연출을 맡은 이번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대표적인 뮤지컬 고전에 세련된 구성과 디자인 등을 가미, 현대적 감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지난 3월 1일 뉴욕 네더란더 극장(Nederlander Theatre)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올리버 플랫(Oliver Platt)이 네이싼 역을, 크래그 비어코(Craig Bierko)가 스카이 역을, 그리고 케이트 제닝스 그랜트(Kate Jennings Grant)가 사라 브라운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또한 우리 나라에도 미국 드라마 <길모어 걸즈>(Gilmore Girls)로 잘 알려진 배우 로렌 그래이엄(Lauren Graham)이 미스 아들레이드 역을 맡아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로렌 그래이엄을 제외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에 충분히 녹아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는데, 특히 네이싼 역의 올리버 플랫은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 할 만큼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데즈 맥아너프와 무대 디자이너 로버트 브릴(Robert Brill)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무대 뒤 배경으로 펼쳐지는 프로젝션 이미지를 통해 기존 프로덕션들과는 다른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내었다. 또한 오케스트라 피트를 무대로 활용, 배우들이 무대 뒤편만이 아니라 무대 아래에서도 등장과 퇴장을 반복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공간 활용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요즈음 여러 작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프로젝션은 분명 진보된 기술력으로 보다 신선한 무대를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1940년대의 뉴욕을 재현하는 <아가씨와 건달들>에서는 그리 탁월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보여진다. 전체적인 세트는 물론 배우들의 복고풍의 의상과도 다소 겉도는 느낌을 주며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피트를 활용한 무대 연출은 다이나믹한 동선을 만들어냄으로써 관객들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프로덕션이 원작과 기존 리바이벌 프로덕션들과 구별되는 또 다른 한가지는 원작 소설의 작가 데이먼 러니언을 무대 위에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오프닝 장면에서 타자기로 글을 쓰면서 등장하는 데이먼은 대사는 없는 채로 극 중간중간 배우들 틈에 섞여 무대에 등장한다. 오프닝 넘버인 ‘Runyonland’를 활용한 액자식 구성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아가씨와 건달들>을 데이먼의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60여 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구성의 묘미를 살리고자 했던 장치라기엔 다소 어설픈 설정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평단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반면, 개막 이후 매주 객석점유율 90%를 넘기며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와 <헤어>(Hair) 등 대형 리바이벌 작품들이 속속 개막하고 있는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 고전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던 데즈 맥아너프의 시도가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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