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조차도 재앙을 피할 순 없었다.

말 많고 탈 많은 6500만 달러 뮤지컬 <스파이더맨-턴 오프 더 다크>(Spider-Man: Turn Off the Dark)가 11월 28일에 첫 프리뷰를 갖은 후 혹독한 악평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쇼에서 대부분이 기술문제로 다섯 번이나 중지됐고, 첫 막에선 스파이더맨이 관객들 머리 위 10피트(약 3미터)에 매달려 내려올 수 없어 중간에 막을 내려야 했다"라고 보도했고, 뉴욕 데일리 비평은 "제2막에서 다섯 번 째 쇼가 중단 됐을 땐 화가 난 몇 관객들은 아예 극장을 나가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러 번 천장의 와이어가 객석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1막 끝 부문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배우가 공중에서 내려오지 못해 매달려 있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쇼는 1막에서만 네 번이나 중단되어야만 했다.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메리 제인이 크라이슬러 빌딩에서 구출되는 장면에서는 빌딩의 일부분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고 메리 제인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어리둥절해진 관객들이 두리번거리는 동안 스파이더맨이 메리 제인을 안고 갑자기 날아와 그녀를 무대 위에 놓아두었다.

그 후 스파이더맨은 1막을 끝내기 위해 멋지게 날아서 퇴장을 하려 했지만 그 대신 관객 머리 위 공중에 걸린 채 좌우로 흔들려 그네처럼 매달려 있어야 했다. 곤궁에 처한 스파이더맨을 어렵게 구해낸 인물들은 다름아닌 세 명의 무대 스태프들이었는데 그들은 스파이더맨을 지상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뻗어 콩콩 뛰어올라 스파이더맨의 발 한쪽을 붙잡아 그를 간신히 공중에서 구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와이어 사건은 여배우, 나탈리 멘도자(Natalie Mendoza)가 관객들 머리 위 와이어에 매달려 '라이즈 어보브(Rise Above)'를 부르고 내려오질 못해 수치스럽게 8분에서 9분간 공중에서 매달린 채 멈춰 있었던 경우이다. 무대 담당자들이 흥분한 채 문제를 고치려는 동안 스테이지 매니저는 결국 스피커를 통해, "공중에 매달려있는 나탈리 멘도자를 위해 박수를 쳐줍시다!"라고 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 또한 벌어졌다.

또 다른 손발이 오그라드는 광경으로, 그린 고블린(Green Goblin)이 피아노에 앉아 예정된 곡을 끝낸 후에도 장비의 부실로 스태프들이 아예 드러내 놓고 무대를 급하게 고치는 모습이 연출됐고, 그린 고블린은 그들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피아노를 떠나지 못하고 곡을 수 없이 반복해야 했다. 결국 고블린은 인내를 갖고 참아준 관객들에게 보답하려는 듯 '아일 테이크 맨하탄(I'll take Manhattan)'을 열창했다. 한 명의 관객은 이 장면이 전체 쇼 중에서 최고였다고 씁쓸해했다.


줄리 테이머(연출)와 남녀주인공
쇼는 세시간 반이나 질질 끌었고 오케스트라석 쪽에선 어느 여성 관객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오늘 꼭 기니 피그(Guinea Pig)가 된 기분이라구! 이건 완전 드레스 리허설 같아."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너무나 실망스런 첫 프리뷰 후 <스파이더맨>의 몇몇 투자자들은 특수효과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한심한 농담들, 따분한 캐릭터들이 공연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 쇼 닥터를 써서 스크립트를 빨리 고치라고 책임 프로듀서인 마이클 콜(Michael Cohl)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간 이 작품을 공연하기 위한 비용이 백만 달러로, 예를 들어 <위키드>와 같은 메가 뮤지컬의 한 주 공연 비용의 두 배에 달한다. 또한 <위키드> 같은 쇼의 평균 티켓 가격으로 꼬박 2년 동안 전석 매진이 되어야만 간신히 이 작품에 투자된 비용만이라도 회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의 재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8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 <스파이더맨>의 오리지널 제작자 토니 아담스(Tony Adams)는 마블사(Marvel)로부터 공연권을 취득한 후 유투(U2)의 보노(Bono)에게 노래 제작을 제의했고 보노는 <라이언킹>의 감독 줄리 테이머(Julie Taymor)를 찾아 연출 제의를 하게 된다.


더 엣지, 줄리 테이머, 보노(왼쪽부터)
2005년 드디어 힘든 계약이 성사되어 보노의 기타리스트 더 엣지(The Edge)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 펜을 잠깐 가지러 간 사이, 토니 아담스는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즉사했다. 바로 더 엣지의 뉴욕 아파트에서.

그 직후 토니 아담스의 프로듀싱 경험이 전혀 없는 변호사, 데이비드 가핑클(David Garfinkle)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 메인 프로듀서가 되었으나 엄청난 제작비용의 돈을 끌어오지 못해 그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고 제작은 중단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노는 그의 투어 프로모터(Tour Promoter)에게 메인 프로듀서가 되어달라고 제의를 하게 되는데 바로 그가 현재 쇼의 프로듀서, 마이클 콜이다. 보노의 가장 크고 성공적인 콘서트를 지휘했던 그의 노련함으로 만신창이가 된 쇼를 구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현재로선 그도 역부족인 듯하다.


브로드웨이의 몇몇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작품을 구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특수효과를 훨씬 세련되게 다듬고 배우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을 더 늘려서 서커스 타입의 쇼로 라스베가스에 파는 수 밖엔 없다고. 그러면서 한 인사는 덧붙인다. "아! 그리고, 배우들이 날아다닐 때, 누드로 날아다니면 더 유리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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