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뉴욕 타임즈 스퀘어. 그곳에서 유난히 길게 늘어선 한 무리의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브로드웨이 쇼의 할인 티켓 매표소인 TKTS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으로,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즐기기 위해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관객들이다.
브로드웨이의 평균 티켓 가격은 $60-110정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케스트라석(1층 좌석)과 프론트 매즈닌석(2층 앞쪽 좌석)은 제일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는데다, 그 가격이 보통 $100-120정도임을 감안할 때,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저렴하게 공연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TKTS 부스, 개별 공연 할인 프로그램, 스탠딩 룸 등 이용
브로드웨이 공연의 티켓을 싸게 사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비영리 공연지원 단체인 TDF(Theatre Development Fund)에서 운영하는 TKTS 부스다. TKTS는 맨하튼의 시포트(Seaport) 지역과 타임즈 스퀘어(Times Square)에 위치, 당일 공연의 티켓을 25-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 저녁 공연의 경우 오후 3시부터, 낮 공연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관광객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씨어터 디스트릭트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져있는 시포트 부스에서는 당일 티켓은 물론, 다음날의 낮 공연 티켓을 미리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령, 수요일 공연을 보고자 하는 관객이 화요일에 TKTS 씨포트 부스 방문할 경우, 다음날 낮 공연의 티켓을 할인된 가격으로 미리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TKTS 부스앞에서 할인 티켓을 사는 사람들 

브로드웨이 쇼의 티켓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TKTS 매표소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공연들은 각 공연마다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크게 러쉬 티켓과 로터리 방식으로 나뉘는데, 매회 관객들에게 일정 수량의 티켓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러쉬 티켓은 선착순으로 특정 블록의 좌석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제너럴 러쉬와 스튜던트 러쉬로 구분된다. 제너럴 러쉬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돌아가는 반면, 스튜던트 러쉬만 제공하는 공연들은 티켓 구매 시 반드시 학생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보통 당일 공연에 한해 박스 오피스의 오픈과 동시에 판매가 시작되는데, 인기 공연의 경우 박스 오피스가 문을 여는 오전 10시 이전부터 러쉬 티켓을 구입하려는 관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한다. 운이 좋아 러쉬 티켓을 구입하게 되면, 공연 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5-35정도의 가격으로 브로드웨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공연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스튜던트 러쉬 티켓은 브로드웨이 공연만이 아니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뉴욕 씨티 발레, 아메리칸 발레 띠어터 등은 물론 대부분의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도 운영되는 매우 일반적인 할인 프로그램이다. 공연을 보고자 하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관객을 계발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로터리는 보통 공연 시작 전 2시간-2시간 반 전 신청을 받아, 추첨으로 당첨자에게 할인 티켓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렌트], [위키드], [에비뉴 큐], [헤어스프레이] 등이 로터리 방식으로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렌트]의 경우 처음 오픈 후 얼마간은 러쉬 티켓으로 운영을 하였으나, 러쉬 티켓을 얻기 위해서 네덜란더 씨어터 앞에서 밤을 지새는 관객들이 늘어가면서 로터리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러쉬티켓을 위해 줄을 선 관객들(위)과 로터리 티켓을 구하는 관객들(아래)

또 하나, 2시간 반 동안 서서 공연을 관람해도 끄떡없을 만큼 다리가 튼튼한 관객들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것이 바로 스탠딩 룸이다. 공연장에 따라 스탠딩 룸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는 하지만, 좀처럼 티켓을 구할 수 없는 솔드 아웃 공연들의 경우라면 스탠딩 룸을 노려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운이 좋으면, 그날 공연을 보러 오지 않은 관객의 자리에 앉게 되는 행운을 덤으로 얻을 지도 모르니까. 스탠딩 룸은 해당 공연이 매진되었을 경우, 보통 10-20석 사이로 판매된다. [저지 보이즈], [맘마미아!],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이 스탠딩 룸을 활용 중이다. 주간 객석점유율 집계가 100%를 넘는 공연들은 바로 스탠딩 룸까지 관객들이 빼곡히 들어찼기 때문이다.

할인 티켓 정보 구하기
브로드웨이 공연들은 이 외에도 시기별로 다양한 티켓 디스카운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위키드]나 [라이온 킹] 등 몇몇 솔드아웃 쇼들을 제외하고는 보통 30-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할인 티켓 코드를 제공하고 있다. 할인 티켓 정보는 플레이빌(www.playbill.com)이나 씨어터매니아(www.theatremania.com)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공연 동호회나 팬클럽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관람이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룹 세일즈’라는 보다 넓은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그룹 세일즈란 브로드웨이 쇼의 그룹 티켓 판매를 중개하는 십여 개의 크고, 작은 에이전시가 특정 매수 이상의 티켓을 구매하는 단체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방식이다. 공연별로 차이는 있으나, 보통 10-20명 사이의 관객이 확보된 단체 관람객의 경우 그룹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브로드웨이 공연을 관람하는 경우, 한번쯤 이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그룹 세일즈에 대한 정보는 뉴욕에서 가장 큰 그룹 세일즈 에이전시 중 하나인 그룹 세일즈 박스 오피스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bestofbroadway.com

조금만 찾아보면 $100이 넘는 티켓 가격을 다 지불하지 않고도 브로드웨이 쇼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만약의 경우 티켓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로터리 티켓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기왕이면 좋은 자리에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관람하고 싶은 관광객의 경우라면 러쉬티켓도 그리 매력적인 제안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한편 이상의 브로드웨이 쇼를 볼 계획으로 뉴욕을 찾는 광관객이라면 위의 웹사이트들을 꼼꼼히 살펴 공연마다 다양한 티켓 할인 프로모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운이 좋아서 공연 한편의 티켓 가격으로 두편을 볼 수 있다면, 뉴욕여행에서 얻어가는 잊지 못할 큰 선물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