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재의 연주를 직접 들을수 있었다는거에 큰 감동이었다.

해가 갈 수록 세련되어가는 모습과 붙임성 좋은 무대 매너로 아주 즐거웠습니다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로서 택할 수 있는 적절한 레퍼토리였던 것 같고
약간 마술사같은 제스츄어도 재미있었고요.
사실 개개의 곡 해석에 있어, 마치 작곡가가 된 것처럼 표현한 부분도 있고
적잖이 과장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지만, 훌륭한 연주자이면서 엔터테이너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정석적인 연주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힘들었을지...)

마지막에 사인회 하는데 정말 동방신기 능가하더군요- 깔려죽을 뻔 했습니다. ㅎㅎ
80년대 이보 포고렐리치, 90년대 키신이었다면 이제 수퍼스타 피아니스트의 반열에는 랑랑과 윤디리인가요. 중국의 힘이 무섭네요.

저는 솔직히.. 클래식공연이라던지..
피아노연주와 같은 공연문화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번 랑랑 피아노 리사이틀 또한 여자친구가 너무나 가보고 싶어 하기에...
어떤 공연이길래 그렇게 가보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이들어서..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하는내내.. 여자친구는 감격스러워하는 표정이였으며.. 중간 중간 저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동을 전하려는듯..."미스터치같은거 하나도 없고.. 정말 물이 흐르듯이..
어떻게 같은 사람인데 저렇게 칠수 있을까..."하며 감탄하였습니다....
저는 워낙에 모르는 탓에 잘하는가보다.. 하며 쳐다보았지만.. 계속 공연을 관람하다보니..
랑랑이란 사람의 열정과.. 끼... 그리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더군요....
연주할때.... 다른사람한테 들려주는게 아닌... 자신이 한곡한곡을 연주하며.. 그곡에
빠져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 정말 즐기며 하고 있구나..란 생각
이 들더군요..
또.. 빠른곳을 연주할때의 카리스마... 정말 잘은 모르지만.. 저까지 감탄을 내뱉게 만드는
공연이였습니다..

이번 공연은 너무 모르고 갔다 왔지만... 다음에 랑랑공연을 다시 볼 기회가 온다면..
최소한 연주할 곡은 미리 공부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그사람이 느끼는 자유로움을 조금은 더 느낄수 있을테니깐요...
아무튼 아무생각없이 따라간 공연에서.. 아름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볼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아무런 설명도 묘사도 없이 처음부터 감정 하나 컨트롤 못 하는 것이 이 글을 읽을 분들께 살짝 미안해지지만 이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정말 brilliant, unbelievable!!! 여기에 perfect이나 wonderful 정도의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식상하다 싶을 정도이다.

아무런 예고나 여유도 없니 곧바로 시작해버린 첫 곡은 모짜르트 소나타 10번. 봐야 알겠지만 오늘의 모짜르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초등학생들도 콩쿨 예선으로 지겹도록 쳐대는 소나타로 모짜르트 중에서도 쉬운 곡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대가의 연주에서는 빛이 난다는 것이 그 차이라는 것. 프로그램 중에서 안 중요한 곡이 어디있겠댜마는 그 중에서도 첫 곡은 처음이라는 것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또한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곡을 고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열정을 가두어둔 채 한 음 한 음 신중하게 건반을 짚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고 그러한 절제가 만들어내는 피아노와 피아니시모의 프레이즈에 감동해버렸다. 나는 그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면서도 가끔 치고 올라와주는 소위 '기복이 있는' 그의 모짜르트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반짝이고 선명한 음색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였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이번 연주회에서 이 곡이 가장 좋았다...라고도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이어진 쇼팽 소나타 3번에 대해서는 여기에 도무지 뭐라고 쓸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겨우 두 곡 끝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브라보가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내 몇 자리 옆에 있던 사람은 이미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더랬다-_- 난 일단은 차마 참았지만 입을 떡 벌린 채로 나도 모르게 치고 있는 박수를 멈추기란 쉽지 않았다. 박력있고,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흠 잡을 데 없는 그러면서도 개성이 있는, 완벽했다.

다음 연주가 듣고 싶어 미칠 것 같았던 인터미션이 지나갔고 약간의 프로그램 변경이 있었다. 원래 프로그램에서는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를 먼저 치고 뒤에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두 곡을 연주하게 되어있었는데 라흐의 프렐류드가 앞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전에 연주한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도 인상 깊은 연주였다. 그의 트로이메라이는 아름다웠고 몇 가지 빠른 템포의 곡에서는 랑랑 특유의 파워와 속도가 나와버리는 바람에 약간은 특이한 '어린이의 정경'이 되었다고나 할까? "야! 이거 '어린이' 의 정경이잖어! 뭐 이렇게 무서워?" 라고 생각하며 혼자 킬킬거렸다.

달아오르는 공연장의 분위기와 더불어 랑랑도 흥이 붙었던 모양인지 프렐류드 5번은 뭐랄까 '자 이제 봉인을 풀겠으니 갈 때까지 가보자!' 라는 뜻으로 들렸다. 얼마나 휘몰아쳐댔는지 미스터치는 좀 있었더라만 -_-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그래 이따위로 노트 많은 곡을 미스터치 없이 꼼꼼히 연주한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재미없겠어?! 원래 이어지는 두 곡을 마치고 박수를 쳐야 할 것이나 나도 모르게 브라보! 를 외치며 박수를 쳐 버렸다 (나만 그런 것 아니다 ㅜㅜ 일어난 사람들도 무지 많았다ㅠㅜ). 이어진 프렐류드 2번도 굉장했다. 청중들은 라흐의 프렐류드 두 곡만으로도 아마 다들 미쳐버렸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연주. 이런건 처음 들어! 뭐 이런게 다 있어? 아 저 사람 진짜 재미있네... 라고 생각하며 그저 기가 막혀서 (물론 소리는 내지 않고) 아하하하 웃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입을 연주가 끝날 때까지 다물지 못했다. 그가 비롯 그 어마어마한 속도와 끝없는 노트들을 사이에서 미스터치를 만들었을지언정 '이것이야말로 진짜 라흐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랑랑이 라흐마니노프의 본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연주 안에서 그 자신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리라. 절정의 velocity, 온 몸을 던지는 터치, 음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에 압도되어버렸다. 최고의, 절정의 라흐 프렐류드였다.

그리고 이어진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 최고의 절정에서 한숨 돌리며 여유를 찾고 피날레를 준비하기 위한 전주곡으로써 좋은 선곡이지 않았나 싶다. 라흐에서 리스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넘겨주었으며 이 연주 자체로도 상당한 매력이 있었다. 다만 미안한 것은 그 앞뒤가 그야말로 뒷통수를 날려버리는 훌륭한 연주였던 탓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감상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리라.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2번 역시 그의 favorite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듯 하다. 프로그램에 쓰여있기를 랑랑은 어릴 적 만화 '톰과 제리' 에서 톰이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자신도 저 곡을 연주하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랑랑의 헝가리안 랩소디의 초반은 라흐 프렐류드보다 더 우스웠더랬다. '야 뭐 그러냐 천천히 좀 쳐 ㅋㅋㅋ' 그러나 라흐마니노프 연주 때도 그러했듯이 그렇게 벌어진 입은 그의 마지막 터치가 건반에서 떨어질 때까지 다물어지지 않았다.

가방도 내팽개친 채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쏟아졌으며 이 순간 만큼은 카메라도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환호하는 여인들에게 키스를 날려주기도 했다 ㅋㅋ 몇 번을 들락날락하면서도 도무지 앵콜곡을 연주할 기미를 안 보이던 그가 어느 순간 갑자기 잽싸게 피아노 앞에 앉아서 (하여간 재밌어 죽겠나보다) 연주한 첫 곡은 슈만의 '헌정'. 랑랑의 슈만은 so romantic! 두 번째 앵콜곡이었던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유명한 '왕벌의 비행' 은 생각보다 순순히 쳐 주더군 (응?). 아, 정말 그 다운 곡이었다. 그래 그 빠른 벨로시티와 에너지를 가진 손에 가장 어울리는 곡 아니겠니.

이번 리사이틀의 레파토리는 이미 앨범으로도 발매가 된 것으로써 그의 유년기를 집대성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 나이로 스물 여섯, 청년기의 절정을 맞았다. 사실 그에게 있어서 피아노가 얼마나 절절하고 높은 존재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천재였을 것이고, 아직까지도 끓어넘치는 열정을 소유하고 있으며 싱싱하고 건강한 연주를 한다. 그러나 그는 딱히 그 열정을 관중들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한 번에 너무 과한 에너지를 쏟아내며 버거워하지도 않는다. 아마 청년 랑랑은 날 때부터 주어진 천재성을 곱게 성숙시키며 그 나름의 음악 세계를 넓혀나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그를 지켜보는 것은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평생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와 함께 늙어가면서, 그의 중년을, 노년을, 애정을 갖고 계속해서 관찰할 요량이다.

몇해전 왔을때보다 많이 세련되진 모습으로 무대에선 랑랑!
역시 그의 피아노 터치는 명료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아름다웠다.
지난 독주회보단 앵콜곡 수가 줄어 아쉬웠지만 슈만의 헌정과 왕벌의 비행(작곡자이름 긴 러시아이름이라 가물가물 림스키 뭐였는데ㅠㅠ) 정말 최고였다.

공연뒤 사인을 받고싶었지만 이미 200명넘게 줄을 서있어 포기하고 돌아섰다. 왠만한 연예인도 능가할 인기가 대단했다.
천진하고 귀여운 랑랑 다음에 독주회하면 또 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