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노경식님의 등단 50년을 기념하는 대공연 [두영웅]이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관람하였습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합한 7년간의 대전쟁 이후에 강화협상을 위해 일본에 파견된 탐적사 사명대사가 8개월간 일본에 체류하며 에도막부의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일본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 교류하는 여정을 사실에 기반하여 허구와 상상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려낸 시대극으로서 2시간의 공연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대서사시가 마지막까지 극적인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하며 진한 감동과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스며들며 기억될 대작 연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극단들이 난무하며 젊은 연극인들이 출연하는 상업적인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대학로 연극계에 과거 6070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베테랑 연극인들로 구성된 한국 연극의 저력과 앞으로 한국연극이 지향해야할 방향을 명쾌하게 드러낸 초대작 연극에 관객으로서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고 영광이었습니다.

사명대사를 연기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지키며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신 오영수 배우님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을 하기에는 너무나 넓었던 대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일갈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만 같습니다. [깨어나라! 깨우쳐라!]라고 어리석은 중생들을 꾸짖는 모습은 제 가슴속을 파고들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바위위에 풀은 돋아나지 않는데 저 새는 어디에서 왔기에 봉황들의 틈속에 날아오는가!]라는 시구절을 시작으로 노구임에도 상대방에게 절대 빈틈을 보이지 않는 거인을 연기한 김중구 배우님과 조선과 악연을 가지고 있지만 호적수를 존중하며 예의를 갖추어 대하는 가토 기요마사역의 이호선 배우님, 늙고 쇄약해진 히데요시를 연기한 이인철 배우님등 모든 배역마다 프로 베테랑 배우님들의 혼이 담긴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오래도록 회자될만큼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밤에핀 벚꽃을 배경으로 사명대사에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며 호형호제를 제안함과 동시에 두 나라의 평화를 약속하며 둘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두 영웅의 인품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명장면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구절을 인용한다던가 역사적인 사실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며 참혹한 전쟁앞에서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편향된 시각이 아닌 객관적인 사관을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진솔하게 풀어내어 오늘날의 한일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가 노경식 선생님의 인품과 연륜이 담긴 극본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반의 전개가 다소 장황하게 느껴지는 부분과 적장들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한다면 상대방도 따뜻하게 용서해 주겠으나 역사는 영원히 기억되기에 사죄와 용서는 한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명대사의 마지막 대사가 명쾌하게 본 연극의 주제를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극장 규모에 어울리는 사실적인 배경과 배우들의 의상, 음향 효과, 스크린등 극단 스태프들의 노력이 곳곳에 묻어나는 무대 연출도 아주 좋았습니다.
총10일간의 공연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만큼 커다란 작품이었기에 언젠가 일본을 비롯하여 더 많은 지역에서 상연되어 관객들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과거의 한국 연극의 향수와 저력을 느끼며 앞으로 한국 연극이 나아갈 방향을 유감없이 발휘한 명작 연극으로서 저희 가족에게 커다란 추억과 감동을 안겨주신 극단 여러분들과 출연 배우님들의 열정과 노력에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너무나도 멋진 연극 오래도록 가슴속에 담아 추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대응하여 주신 극단 스튜디온 반의 이강선 대표님과 출연 배우님들의 열연에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배우, 극본, 연출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룬 역사에 길이 남을 명 연극의 현장에 증인으로 두번씩이나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스토리는 좀 난해했지만 배우들의 관록있는 무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웅장한 느낌의 연극은 처음 봤습니다 역사를 토대로 한 연극도 처음봤습니다 정말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110분 동안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연기를 보여주신 배우님들께 감사합니다. 설법대사 사명당돠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서로 주고 받는 대화는 백미였고 다른 배우들도 흠 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연출과 대본은 잘 모르겠고, 열연해준 노배우들께 깊은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