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극을 보고 웃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모르겠다.
웃자니 심각할 수 있는 내용이고, 심각하자니 헛웃음이 나오고....
슬립스틱은 싫어하는데 그 부분도 좀 들어가 있고.

재밌었어야

사소한 것, 일상에서 소외된것에 대한 되돌아 보아야 하는 외침

좋아하는 작가분이었는데
혼자서 관객을 쥐락펴학 하면서 연기도 출중하신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너무나 만족스런 공연이었습니다

리플렛 보니까 이 시리즈로 다른공연도 있다는데 궁금하네요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혹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서 우리는 말볼리오를 보며 (비)웃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는 말볼리오의 말, 표정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공포감에 떨 것이다. 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목을 메고자살을 시도하는 저 어리석음이 내가 될 수 있을테니까. 그저 희극의 악인(선과 악이 아닌 인간 그 이하의 인물)으로만 생각했던 말볼리오가 어쩌면 그 희극 속에서 가장 개연성 있고 제대로 된 사상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나 다시금 생각해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우리는 십이야의 해피엔딩에만 정신이 빼앗겨 말볼리오의 비극을 방관해버린 것이 아닐까.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것은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인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채 그저 끝에만 도달하려고 했던 우리의 손을, 눈을, 머리를. 우린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이 세상 수 많은 말볼리오에 대한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