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그냥청춘

굳이 시놉시스를 읽고 후기를 보며 볼까말까 망설일 필요없이 "그냥"이라는 말이 땡길때...

그냥 가서 보길 바란다....

청춘이라는 정의를 보면..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란다...

난 그런 시절을 보낸지가 언제일까 싶을정도로 까마득한 과거시절이 되어버렸다

근데.....난 늘 청춘이라 믿고 살아왔다.....지금도 그렇고....어쩜 주문을 외우듯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하지 않던가....아직은 청춘이니깐.....이정도쯤은 괜찮아....

하면서 말이다......

난 이작품을 보면서 인생의 젊은시절을 청춘이라 하면....그 나머지 인생을 사는 우리들은

그냥 청춘이라 불러주고 싶다....

늙고싶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꿈을 꾸고 싶지 않은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어른들(나보다 좀더 많은시절을 보낸사람들)을 보면 몸은 이래도 나이는 먹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을 들을때가 많다....

난 그말에 의미를 십분 이해를 한다...

내가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니깐.....


일요일공연이 두번째 관람이었다....

비지정석이어서 그랬을까....티켓팅에 문제가 있었던건지는 모르겠으나....남녀커플이

입장을 못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공연관계자분이 나와 공연시작을 알리는듯 시집 한부분을 읊어주었던....들을땐 좋았지만

기억이 안나....프로그램과 책을 구입했다....

사랑이란...술잔처럼..채우기위해 비우는 것이지....비우기 위해 채우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채워왔던 나를 비우고

그사랑으로 길들여진 너를 채우는 것이다

그분 외모와는 다른 그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톤은 시선을 압도할만큼 근사했다...

사실....이공연은 공연같은 느낌이 없다는 점에서 감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만큼 배우들과 작품이 훌륭했다는 것....

마치....실제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을 엿보는듯한 느낌....

그속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모습들까지....

철수역을 하셨던 조선형씨가 극단대표로 프로그램엔 나와있던데.....

그래서 였을까....극중역할을 사실감있게 표현할수 있었던게 아니었나 싶었다...

어쩜 현실또한 극중상황처럼 처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던...

'내가 하고싶은거 하면서 사는것'이라고 꿈을 말하던 철수를 통해 하고싶은거

하고사시는거죠?

굴하지않는 보석같은 마음있으니.....꼭 그러실거예요....

쇼파를 안고 살던 고선배역할 하신분.....엣지있었던 캐릭터....

진짜 연극을 하고 싶었던.....그꿈을 접을수 밖에 없었던.....채워지지 않아....

늘 허기가 질수밖에 없었던.....밥먹자던....술마시자던.....어제똥을 쌌다고 오늘은

안싸냐고....그렇게 자신에 꿈을 조금씩 내려놓던 그모습.....

후배에게 만원한장 주며 어디가서 한잔하고 있으라는 그 천연덕 스럽던 고선배...

세탁소를 하시는 아버지도 꿈이 있었을것이라는 하지만 어쩔수 없는 현실에

고선배 또한 아버지에 길을 걸어야 하는 안타까움.....


산다는건, 반드시 꿈을 이룰수 있기에 사는게 아냐...그래도 꿈꿀수 있기에

사는것이지...(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중에)

어쩜 처해진 현실때문에 꿈을 포기하거나 꿈과는 거리가 먼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래도 이작품을 통해 꿈꾸던 시절이 떠올랐고 당장은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꿈꿀수 있게 해준 내겐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공연이었다....


"해서는 안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할수록 안되는 사랑도 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많았는데....기억이 안나네....몹쓸 그냥 청춘아....ㅋㅋ

㉠

지난 9월, 처음으로 <그냥 청춘>을 관람하고 나서 극장을 나오며 마음 먹었다. 적어도 앞으로 두 번은 더 이 작품을 관람하겠다고.

마음에 드는 작품 다시 보는 거,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고 있을 법한 일이긴 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만나게 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다가, 그 다시 보기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더더욱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나의 굳은 결의는 내가 봐도 참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고 난 진짜로 그것을 행동에 옮겨 결국 두 번째 관람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후에 화곡동의 예식장에서 대학 동기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부랴부랴 전철타고 대학로까지 달려가는데 늦을까봐 어찌나 가슴이 조마조마하던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객석에 앉았지만, 공연 시작 전에 이미 나는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기분으로 공연 관람하고 싶진 않았는데.. 그러나 하늘이 도운 것인지 공연은 예정보다 약간 늦게 시작해서 나는 숨돌릴 틈을 얻을 수 있었다.





㉡ 첫인상

두 번째 보는 공연의 첫인상이라니, 왠지 좀 이상하긴 하지만.. 9월 18일에 봤던 <그냥 청춘>과 오늘 10월 24일에 보는 <그냥 청춘>은 분명 다른 것이기에 - 연극이란 그런 것이니까 - 난 아무렇지도 않게 두 번째 보는 공연의 첫인상을 적겠다. 그건 바로 두근거리는 기대감이다.

아무 것도 몰랐을 때, '그냥 청춘'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왠지 막연하면서도 팔을 뻗으면 손에 닿을 것도 같은 그 아련한 풋풋함과 아득함의 정서가 지난 번 관람 때 느낀 첫인상이었다면 이번엔 -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데도 궁금하고 알고 싶어 가슴 떨리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어슴푸레하고 텅 빈 지켜보는 나의 두 번째 첫인상이다.





㉢ 유레카!

이방인 -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한다.

극중 현실에서도, 극중극인 아스탄 행성에서도, 그리고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현실 세상에서도 이방인은 존재한다. '이방인'이라는 말만큼 이방인을 제대로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굳이 찾자면 '경계인' 정도랄까.

어떤 다른 분의 리뷰에서 읽었던 이방인에 대한 나름의 규명이 기억에 남는다. 성인도 미성년도 아닌,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 꿈만 꾸며 달려갈 수도,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할 수도 없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돈에 빠진 청춘들의 모습을 이방인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한다는 그 분의 생각에 나도 공감한다. (네이버카페 연극사랑, 나무보는 미야님)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니다. 캐릭터 자체만 눈여겨 보았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헤테로Hetero들만의 이성애중심적 세상과 자신만의 성정체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살아야 하는 동성애자 또한 이방인이자 경계인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이 세상 속에 함께 섞여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것이 이성애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선 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에겐 결코 버릴 수 없는 - 아니 버려질 수 없는 정체성을 안고 사회와 자기 내면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경계인이다.

전자의 의미를 대표하는 것이 철수라면, 후자의 해석은 성국을 위한 것이다.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철수는 전자와 후자 모두에 중첩되는 캐릭터라고 생각되지만, 철수의 의식세계에서 지배적인 관념은 아무래도 어른으로의 성장과정 속에서 뒤틀린 현실과 꿈의 반목이므로 어중간한 상태에서의 혼돈은 그의 캐릭터가 가진 핵심적인 특징임에 분명하다.)



이방인이라는 말이 이토록 가슴 한켠을 싸하게 만드는 말이었던가.

철수와 성국을 보며 나는 이방인의 의미를 새삼스레 인식했고, 그것이 가진 분노와 증오, 쓸쓸함과 외로움, 고독, 사람과 소통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사랑과 교감을 향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철수와 성국, 그리고 아스탄의 요한에게선 이방인과 경계인으로서의 슬픔과 한의 감정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묻어나 있었다. 어째서 난 그 지독한 감정의 여운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묵직하고 깊이 있는 핵심을 지난 번 관람 때는 잡아내지 못한 걸까? (정신을 어따 팔아먹고 있었던 건지.. 정신줄 놓게 만드는 유머코드에 넋이 나갔던 탓일까;)



"여기선 니가 외계인이야!"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다. (시온/필구)

아스탄 행성에선 철희가 외계인이었던 것처럼 극중 현실에선 성국이, 그리고 객석에서 지켜보던 나 또한 또다른 현실속에선 외계인이다. 그리고 뒤집어 놓고 보면 세상 어느 누구나 어느 순간 외계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린 언제나 우리가 지구인인냥, 혹은 '정상인'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지구인도 정상인도 없다. 아니, 지구인과 정상인이란 개념과 용어조차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영속적인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시온이 철희에게 외치는 그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짧은 한 마디 대사엔 얼마나 강렬한 힘이 내재되어 있는지, 그 순간 그 말을 들어보지 않는다면 결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어제 저녁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주최하는 G-Voice 정기공연 '삔 꽂는 날'을 관람하러 갔을 때 그 말을 또 한 번 절실하게 실감했다. 이번엔 대사에 농축된 힘이 아닌, 그야말로 실제 상황을 통해서 말이다. 거기선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외계인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외계인이 아닌 게 되어 버린 그 순간이 얼마나 강렬한 - 결코 부정적 의미에서의 표현이 아닌 -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 마음에 드는 부분

☞ 성국, 특히 그의 눈빛 : 스스로 생각해봐도 좀 느끼한(?) 표현이긴 한데 - 그냥 표현이 뜻하는 바 그대로 인식해주길 바람; - 반짝거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에선 짙은 호소력과 갈망, 안타까움이 한껏 묻어 있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의미다. (내 조악하고도 짧은 표현력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특히, 성국과 철수가 텅 빈 연습실에 둘만 남아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하던 장면. 거기서 성국이 철수에게 '기억 안나?'라고 묻는데 철수는 차갑고 단호하게 '기억 안나!'라고 대꾸한다. 그런 철수를 바라보는 성국의 눈빛, 그리고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 조금만 건드려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그 눈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런 눈빛과 표정을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연기에서 '진정성'이라는 걸 느꼈고, 그것은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 꿈을 향한 열망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철수와 '진짜 연극'이 하고 싶다며 한숨 쉬던, 그러나 현실의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선배 - 이 두 명의 캐릭터 또한 마음에 든다.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똑같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 누가 현실에 무릎 꿇고 좌절하며 꿈을 포기한다 하여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녹록치 않은 현실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씨부려싸는 젊은 청춘을 대체 그 누가 무시하고 업신여길 수 있다는 건가! 그런 의미에서 철수와 고선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뗄래야 뗄 수 없고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의 인간군상이다. 결국 나,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우리 자신을 향해 침을 뱉을 순 없다. 아무리 스스로를 욕하고 비난한다 해도 종국에는 이해하고 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삶을 살든 자기 자신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문득, 생뚱맞게도 공지영 씨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떠오른 건 무슨 까닭일까?;)




☞ 철수 역의 조선형/이창훈 배우님, 고선배 역의 오창균/공재민 배우 님이 보여준 철수와 고선배는 각각 다른 맛깔의 캐릭터로 다가왔다. 그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마음껏 드러내 보이고 싶지만, 글로 표현하여 설명하기에 저질스럽기 그지 없는 나의 손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이건 결코 더 낫고 못하고의 차이가 아닌, 그야말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선호도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밝히며 - 배우 조선형 님의 철수 캐릭터가 마음 속에 좀 더 선명한 자국으로 남아 한 번 더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철수가 말하는 혼돈의 결말

선택의 기로에 선 아스탄의 요한이 시온과 함께 아스탄에 남을지, 아니면 철희를 따라 지구로 떠날지 결정하지 못하고 혼돈에 휩싸여 끝내는 결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그러한 결말이 내 마음에 꼭 든다.

우리는 살면서 늘 - 자질구레한 것부터 중차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고 뭔가를 결정해야만 한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든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든 어찌 됐든 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양자택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느 하나를 선택해도 다른 하나에 대한 미련과 후회는 남는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슴에 안은 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꾸역꾸역 걸어 나간다. 칼로 무자르듯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라내 버릴 수 있는 선택이란 문학이나 연극, 작품 속에선 그려질 수 있을지 모르나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혼돈이 두려워 우리는 이거 아니면 저거로 간명하게 정리되는 양자택일의 결말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관념적으론 존재할지 모르나 실제적으론 존재할 수 없는 그 완벽한 결말을 말이다.

우리는 무언가 선택했을지, 혹은 선택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국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선택과 결정에 늘 따라붙는 혼란과 혼돈이고, 철수가 말한 그 '혼돈', 그리고 '혼돈 그 자체가 이 작품의 결말'이라는 건 결국 그걸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혼란 속에서 막을 내린 요한과 달리 철수는 '또다른 세상/성국-지금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자신만의 꿈' 가운데 한 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현실에서 완벽한 선택이 없듯 마찬가지로 선택의 포기도 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포기 자체도 또 하나의 선택일 수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 하든 상황에 밀려서 하든 선택 그 자체는 피할 수 없으므로.

비록 자신의 작품 속에선 선택하지 못하는 혼돈을 표현해내고 그것으로 작품을 끝맺을 수 있었지만 그건 '작품'이기에 가능한 결말이었다. 그것이 철수에게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이 뜻하는 바대로 작품의 결말을 지었고, 현실 속에서도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선택에 어떤 결말이 찾아올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그저 바라보고 지지해줄 따름이다. 어떤 결과가 찾아오더라도 주저앉지 않고 꿋꿋이 이겨내기를, 나는 그가 어떤 삶을 살든 그를 응원할 것이다.



☞ 디테일

어리버리한 초심자이자 철수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는 필구는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그와 아웅다웅(?) 하며 얽히는(;) 선배 미정의 러브라인은 진부한 연결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지치고 힘든 일상 속의 환타지로서 보는 이들에게 활력을 준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애교로 충분히 볼만 하다. 성국에게 잘 보이고파 애쓰는 영희의 모습 또한 귀엽고 재미있다. 그녀와 철수 사이에 얽힌 세월과 애증 또한 잘 표현되어서 오래 사귀고 헤어진 옛 연인, 그러나 이제는 친구이자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그리고 철수와 영희가 싸울 때 미친 놈처럼(?) 발광하는(;) 철수의 뺨을 후려친 성국의 행동은 그의 캐릭터와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적확한 제스쳐였다. '성국'이라면 꼭 그럴 것이다. 내가 만약 성국의 입장에 서 있었더라도 꼭 그렇게 했을 것이다. 성국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성국과 철수의 관계를 은근하면서도 세밀하게 보여준 행동이자 장면이었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픈 성국의 마음과 행동들 - 가령 영희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칭찬과 격려에 조금도 인색함이 없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 갖고 걱정해주는 그의 모습은 분명 멋지고 매력적인 것인데도 왠지 안쓰럽게 다가왔다. 그의 캐릭터에 내재된 경계인으로서의 위태로움과 절박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 단지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캐릭터로의 설정에서 비롯된 행동들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그 행동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느낌은 대수롭게 넘길 수가 없다. (캐릭터에 대한 과도한 애정 때문인가-_ -)

철수와 고선배가 함께 부른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마지막 엔딩 BGM인 '연극이 끝난 후' - 이 두 노래에 대해선 지난 번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말이지 작품에 딱 맞는 곡 선정이다. 이게 아니면 안 될 만큼.





㉤ 아쉬운 점

지난 번 관람 때 동행한 또다른 카페리뷰어의 지적 가운데 하나였는데, 바로 지하철 진동 소음이다. 사실 그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워낙 작품에 빠져서 보느라 크게 의식되진 않았는데 예민한 관객이라면 신경이 쓰일 법 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렇다고 지하철을 딴 데로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변극장 키작은소나무가 그곳에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면 그걸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철수의 대사 가운데 한 마디만 집어넣어 보자.

"젠장! 빌어먹을 지하철!" 또는 "나도 배우들 데리고 제대로 된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싶어! 이 빌어먹을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 없는데서 말야!"

이 말을 하는 순간 시시때때로 극장 전체를 울리는 지하철 소음은 관람에 방해되는 요소가 아닌 완전 내추럴한 효과음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극장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대사 추가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미정의 캐릭터가 왠지 이가 들어맞지 않아 덜그덕거리는 톱니바퀴처럼 다소 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했던 공연과 비교해볼 때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는 삐걱거림 없이 매끄러운 연기였고 다른 캐릭터들과의 호흡도 잘 맞아서 튀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뭔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것만 같아서 아쉬웠다.





㉥ 결론/정리 & 바라는 점

두 번 보고도 새롭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또다시 즐겁게 리뷰를 쓰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쓸 말이 많을 줄은 몰랐다. 공연에서 보고 느낀 감상들이 머릿 속에서 증발해버릴까 무서워 적어놓아야 겠다는 강박관념에 무작정 커피숍에 들어가 볼펜을 빌려 티켓이 들어있던 봉투를 뜯은 뒤 그 위에 마구 메모를 했는데, 그 짧은 단어 나열형 메모가 이렇게 방대한 길이의 리뷰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냥 청춘을 살아가는 29살 젊은 이방인의 내면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게 첫번째 관람에서 느낀 가장 큰 감상이었다면, 이번 두 번째 관람은 보다 세세하고 세밀하게 캐릭터를 들여다보며 그들의 마음과 심정, 감정을 엿보고 이해함으로써 느낀 정서적 공명이 주된 감상이었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르겠다던 고대 중국의 장자처럼, 나 또한 내가 철수인지, 성국인지, 고선배인지, 영희인지, 미정인지, 필구인지 혹은 그들이 나인지 모를 만큼 깊은 정서적 일체감을 느꼈다. 그것이 준 가슴의 울림은 괘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작진이 아닌 극중 캐릭터 성국에게 한 가지.

유학일수도 있고 아예 이민을 갈 수도 있는 그의 여정이 그냥 여행이길 바란다.

또 다른 세상은 더 넓고 관대하고 관용적이고 열려있을 수도 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자유롭게 새로운 인생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법적 제도적 여건이 완비된 곳에서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살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보다 나은 곳을 향해 떠나고픈 그의 마음에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고 세상 어딜 가나 인생살이 다를 거 없다는 말로 굳이 초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한 가지. 내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면 그 어디를 가도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차별과 배제로부터 완벽히 보호되는 곳에서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산다면 그 순간 마음의 안정을 얻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만들어준 행복은 영속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만약 그러한 환경이 사라진다면 환경에 기반한 그 행복이 유지될 수 있을까? 결국 또다른 어딘가로 떠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환경과 관계없이 어디서든 자유로울 수 있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그게 없이는 천국에 가서 하느님 옆자리를 끼고 앉아도 행복할 수 없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성국의 떠남이 단지 여행이길 바란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여행이 되길 빌어주고 싶다.





ps. 적어도 세 번은 보겠다고 했는데, 친구 한 명과 막공 때 보러 가기로 약속했으니 나의 다짐은 지켜질 수 있을 것 같다~ >0<





[관람여건 평가] ★★★★☆

극장 내부에 대해선 지난 번 관람리뷰 때 섰으므로 생략하고 (궁금하면 엮인글 링크 클릭해서 첫번째 리뷰 읽어보길-) 외부의 티켓박스에 대해 한 마디. 박스 내부의 발권담당자와 관객을 이어주는 창구가 너무 비좁다. 허리를 숙여서 안을 들여다봐야만 담당자와 대화할 수 있는 구조는 아무리 봐도 너무 불편하다. 넓고 투명한 창으로 바꿔서 서로 잘 볼 수 있게 하고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개조했으면 좋겠다.

관객평가를 하자면, 뭐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유독 커플관객이 많았다는 게 좀 의외였달까? 내 앞에 앉은 커플관객이 지나치고 과도한 애정행각으로 내 눈에 거슬린 거 말고는 뭐 전반저긍로 양호했다. 테러도 없었고.





'09. 10. 24(토), 16:00공연, 가변극장 키작은소나무

Thanks to 할인제공 극단 조컴퍼니

Review by 여행노동자 / 단독관람

여지 것 본 연극 중 코믹하지 않은 주제로 재미있게 완성도도 높았던 연극.
연극중에서 잘생기신 강성국 으로 나오신 (문주희)님 너무 잘생기셔서 흐뭇^^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고 현실적인 내용도 그렇고..

정말 마음에 딱 다가오네요

많이 웃기기도 하고,,,또 현실을 생각하면 슬퍼지기도 하는,,

배우와 호흡을 같이한다는거,,,,

마지막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구요~ㅎㅎ 재밌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