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좋았습니다. 다만 극장 좌석이 앞, 옆으로 너무 붙어있다보니 공연관람이 힘들었습니다.

한 번 보면 한 번 더 봐야 할 연극

취업 면접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철학적인 얘기다. ? 너 자신이 되라. 가면을 벗어버리고. 취업 면접이기 때문에 남자는 억지로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너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옷을 벗고..등등. ? 남자는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계속 자신이 했던 행위들을 늘어놓는다. 뭘 배웠고 뭘 잘하고 얼마나 뛰어난지. 면접학원에서 코치받은 그대로 형식을 갖춰서. ? 부장은 그런걸 원하는게 아니라 마치 심리상담사처럼 내면을 파헤치길 원한다. 사실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면접자를 괴롭히는 것 같다. ? 그저 진짜 날것의 인간이 되길 원한다.? 진짜 분노할때 억눌리거나 뒤틀린 욕망을 보일때가 언젠지 알고 싶어한다. ? 결국은 꾸며낸게 아니라 진짜 모습을 보고싶다는 것이다. 사람을 밀어붙인다. 너 자신이 되어라고. ? 자기 자신을 알고싶어하지 않는 사람에게. 면접 자리에서. 사는게 바쁜 사람에게. 되도 않는 요구를 한다. ? 그걸 면접자는 순순하게 다 듣는다. ? 두명이서 연극을 끌고 가는데 연기를 너무 잘한다. ? 대사도 진짜긴데 거의 틀리지도 않고 전부 다 외우고 잘 연기한다. 재밌었다. ? 근데 서사가 없기 때문에 예술적인거나 소설형식으로 문어체가 진행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90분, 2인극은 역시 쉽지 않다. 장면 전환이 거의 없으니 끊임없는 집중력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연기력이 뒷받침해야 한다. 김은희 배우는 익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 줄 알았으나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시각장애인 설정이라 검은 안경을 끼고 있는데도 단연 무대를 장악하고 중심을 잡고 90분을 끌고 가는 저력이 발군이다. 무엇보다 그 길고 난잡 혹은 난해한 대사를 빠르고 또 정확하게 난사하는 모습이 마치 알을 깨고 나온 존재랄까. 연극 주제, 소재, 완성도와 별개로 [너 자신이 되라]는 제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 배우, 변신이다.

마광현 배우는 상대적으로 면접대상자인 이상 ''을''이면서도 일말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기본 성격 외에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부서장의 무리하고 황당한 요구에 갈등을 겪으면서도 들어주는 자신과, 그런 자신이 믿기지 않는 자신 사이 일종의 긴박한 갈등과 해소와 긴장이 연기에 잘 드러난다. 마광현 배우가 경계를 유지 하지 않았다면 이 연극은 부서장의 장광설로 인해 한도 끝도 없는 길로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
2017년 초연을 올릴 즈음 프랑스에 취업난이 어땠는지 대충 짐작이 가긴 해도 청년이었던 작가가 시선에서 볼 때 얼마나 큰 사회적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자유 경쟁을 기본 틀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취업 문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풍자가 섞인 마지막 장면은 요사이 청년들이 죽거나 다치는 재해 사고가 빈번이 일어나는 한국사회에서는 현실이어서 코미디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면접관과 면접자 모두 여성인 프랑스 공연 버전과 달리 갑과 을을 성별을 나눈 이유는 젠더 갈등이 화두인 사회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면접자가 옷을 홀딱 벗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오히려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재치 있게 풀어내 남성 입장에서 볼 때, 거부감이 없었다. 즉 시각장애인이 아닐지라도 성별의 관점이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갑을 남성으로 을을 여성으로 설정했더라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인정할 수 있을까. 만약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면 사고가 경직되어서 라기보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