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무엇을 할까 하다가 연극을 보기로 했다. 무슨 연극을 볼까 하고 찾다가 "그놈을 잡아라"를 알게 됐다. 나는 평소 추리물을 아주 좋아했고, 친구는 로맨스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에 탁월한 선택이라며 기대감에 들떠 연극을 보러 갔다.

이 연극을 고를 때, 연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것들이 몇 있었다. 처음에는 포스터의 주의문구였다. 아이큐 100이하는 보지 말라니...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이렇게 자신감 넘칠까 기대가 되었다. 극을 보러 가기 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연관검색어에 ''그놈을 잡아라 해석''이 있는 걸 보고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또 하나는 ''12회차 앵콜 공연''이라는 것이었다. 12회차 앵콜이라니! 3,4회차도 아니고, 9회도, 10회도 넘어선 12회차라니... 요즘같이 새로운 극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12차 공연을 할 정도면 참 재미있는 공연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공연 당일 기록적인 한파로 덜덜 떨면서 간 공연은 생각보다 더 재밌었고 흥미로웠다.
처음에 경찰 언니가 주의 사항을 설명해주는데 강한 언니의 설명이 극 초반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공연은 코믹하기도 했고, 공포스럽기도 했고, 소름도 돋았다.

극 안에는 두 시간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1987년대와 2009년대...

극은 맨 처음 쎈 형사언니가 주의를 준 대로 대화들을 통해서 많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 극은 1987년대에 일어난 살인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극이다.

이 극에는 몇까지 키포인트가 있다.
1. 무용교습소에서 살해달하고, 자궁에 자상까지 입은 사체.
2. 살인이 단순 치정인지 아니면 연쇄살인인지
3. 사라진 딸은 어디에
4. 시대구분을 잘 해야 이해가 쉽다.
5. 시나리오 작가의 정체는...
6. 범인은...

이 극이 추리극이며 살인사건을 다뤘음에도 웃음코드나 로맨스는 존재했다.

여러 인물을 소화해 낸 두 명의 배우가 주 웃음코드였던 것 같다.
주변인1,2,3/욕쟁이 할머니/정신과의사 심란해/교회 집사/취객 등등 여성 분은 극의 전반에 웃음을 주었다.
특히 극의 초반에 화장실청소부, 옆집 미용사, 피해자의 엄마 등 무대 위에서 옷과 함께 변신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깊었다.
등장할 때마다 헤어스타일, 옷차림이 완전 바뀌었지만 웃음코드인 건 여전했다. 참 재미있는 배우였다.

여성 분이 웃음을 책임졌다면, 남성 분은 웃음과 동시에 극의 전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팀장/목사/용의자1,2,3 등 기벼운 역확과 진지한 역활을 오가며 연기하는 모습은 매우 재밌었다.
특히 목사와 카를로스 박, 강태식...이 세 역은 매우 인상 깊었다.
극 중반에 갑자기 나타난 목사는 2009년 배경의 시작을 알리는 존재였으며, 범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범인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니 오히려 선한 얼굴로 우리 곁에 존재함을 보여줘서 소름이었다.

내가 범인으로 의심했던 인물은 카를로스 박/시나리오 작가/이중호.
한 사람은 등장했을 때부터, 한 사람은 중간에, 한 사람은 극의 후반부에 의심했었다.
뭐 맨처음 예상했던 사람이 답이긴 했지만 말이다.

37에 집착한 범인의 차량 번호가 서울 37에 다3737인 건 소름이었다. 특히 ''다''가 소름이었다.

극이 끝나고 극을 잘 이해했을까 싶어 퀴즈를 준비했다는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혹시 이해가 안 가면 카톡을 보내달라는 말도 아주 신선했다.

포토타임까지 다 끝나고 나와서 친구와 밥집에 갔는데, 나는 거기서 한 번 더 충격을 받고 말았다.
나는 꽃다발을 보낸 남자가 안 나온 이유는 아버지가 새로운 살인을 위해 딸의 눈을 피하려고(?)인 줄 알았는데, 추리바보인줄 알았던 친구가 "딸을 좋아하는 남자를 토막살인한 건 소름이었어."라고 하는 말에 내가 더 소름이었다.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택시기사의 수입으로 많은 헌금을 하고, 딸에게 더 없이 자상하며
취객에게도 화를 내지 않고, 돈을 떼여도 허허 웃는 사람이 실은 연쇄살인마라면....
나는 솔직히 그 딸과 택시를 탄 시나리오 작가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 퀴즈를 하면서 ''마음의 눈''에 대해서 말이 나왔다.
어린왕자의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라는 말이 떠올랐다.
많은 미제 사건들이 있고, 그 범죄자들이 우리 곁에서 살고 있다.
양의 탈을 쓴 이리들이, 누구보다 선한 얼굴로 당신 옆에 있다면, 과연 당신은 그리고 나는, 그들을 변별해 낼 수 있을까?

팜플렛을 보니 곧 영화화된다는데 영화가 정말 기대 된다.
시대 구분과 단역들이 구분 된다면 웃음코드가 조금은 아쉬워질지 몰라도
더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봐도 재밌을 것 같은 연극이었다.

아 참고로 같이 간 친구의 평은 "뮤지컬보다 연극이 더 재밌는 거 같아. 재밌다."였다.
이번에는 괜찮은 연극으로, 앞으로 연극을 같이 보러 갈 친구가 한 명 생겼다.
다음에는 친구를 위해, 그리고 날 위해 재미있는 뮤지컬을 찾아봐야 겠다.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된 연극 작품 한편 본걱같아요 배우님들 한분한분 연기도 너무 잘하시고 스토리도 스릴러라는 장르를 잘 나타낸거같아요 덕분에 재밌게보고왔어요~

이번에 본건데 다시 봐도 재밌네요~^^

별 기대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보았던 공연이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멋진 연기들로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어요..

2010년 초연하여 20만 명이 보았다고 하는데
저는 ''왜 이제야 본거지?'' 안타까워하면서...
스포일러는 노노~
다시 보고 싶은 대학로 공연으로 추천하고 싶은
<그 놈을 잡아라>였습니다...

그동안 관람한 소극장 연극 중 가장 흥미롭고 잼 있었어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