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고 봤는데 캐릭터들의 행동이 쉽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내용을 자세히 몰라서 그런건지, 방대한 양을 줄이려다보니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생략이었는지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그치만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각 인물들이 현시대의 성격들을 반영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공연이였다.
넋을 놓고 백치처럼 웃고 있는 미슈킨공작에게서 행복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얽매이지 않고 생각이 단순해 질때 오히려 순수함을 느끼게 되었다.
배우들의 혼이 담긴 연기가 가슴에 와 닿아 감정이입이 저절로 되는 공연이였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이제 공연은 막을 내렸고 많이 아쉬운 마음에 원작을 빌렸습니다. 앵콜 공원이 이루어지기를~~~^^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2018-2019, 원작 도스토예프스키, 각색 이미경, 연출 박정희, 주최/주관 국립극장, 제작 대전 예술의전당…. 연극 ‘백치’의 포스터에 적힌 소개이다. 순백의 배경에 엇갈려 서 있는 주연 배우 이필모, 김수현의 무게감이 몇 글자 되지 않는 소개에 밀린다.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은 알겠지만 허수아비를 배우로 세워도 원작은 물론, 이 정도 제작진이면 국내 최상급이다. 포스터에 실리지 않았지만 무대 역시 한국 최고로 꼽는 여신동이 맡았다.



한편으로 영화나 스포츠가 그러한데, 최고의 스타 배우들이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고 꼭 천만 영화 혹은 우승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넘치는 기대에 부담을 안고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기도 한다. 연극은 관객 수만으로 완성도를 따지지는 않으므로 부담이 덜할까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전체 중심을 잡는 역할을 박정희 연출이 할 터인데, 그녀는 소극장부터 명동예술극장까지, 창작극에서 번역극까지 두루 경험한 노련한 백전노장이다. 그녀라면 도스토예프스키라는 큰 산을 넘어설 수 있을까. 각색과 드라마터그를 거치면서 1000여 쪽 분량이 69쪽으로 줄이되 ‘관계’에 주목했다고 한다. 무대 위에 줄을 세운듯하나 다소 미로와 같이 배치한 의자와 테이블은 사람 사이 마주 보기도 하고, 뒤돌아 있기도 하며, 때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뒤죽박죽 헝클어지기도 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소설과 달리 연극은 관계가 중요”하다고 한 연출의 언급이 작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생략과 빠른 전개에 주인공 미쉬킨, 나스타샤 정도 외에 주변 인물들의 빠른 심경 변화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미쉬킨의 이면으로 표현한 로고진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불같은 본능에 충실한 나머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정도였다. 대전 예술의전당 초연 당시 160분(인터미션 15분 포함)이었던 공연시간을 140분(인터미션 15분 포함)으로 줄이면서 아마 몇 장면을 생략한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요즘 잘 쓰지 않는 ‘백치’는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The Idiot’(영)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들린다. 그 무게를 덜어냈어야 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는지 모르겠다. 재해석보다 원작에 충실한 대본은 예수에 비유될 정도로 착하기 때문에 바보로 불린 청년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나스타샤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를 대척점에 두었으나 오히려 로고진이 다소 지루한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인물로 다뤄지면서 초점이 흐려졌다.



늑대와 같은 군상 혹은 당시 어지러운 시대상이라는 사실을 구현하는데 힘을 쏟았다면 공연 시간은 늘어났겠으나 더 큰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오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초청작 ‘갈매기’(180분, 인터미션 15분 포함)를 비롯해 두산아트센터가 제작한 바냐아저씨를 각색작‘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160분 (인터미션 10분 포함) 역시 소극장 작품이다.*

정말 사전 정보 하나도 없이 단순한 궁금함만 가지고 간 공연이었는데, 정말 좋은 작품을 보고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원작도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든 그런 연극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좋은 작품 많이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