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님의 이전 작품을 얼마 전에 보고 꽤 인상깊었던 기억에 궁금해하던 차였습니다 ^^
민송아트홀 6층..
자유입장석이었기에 중앙 앞쪽에 편히 앉아 볼 수 있었답니다~
사실 초대받은 일정까지 못 기다리고 미리 예매하여 한번 본 상태였습니다
미리 봐두길 잘했다며.. ^^;;
다르더라구요 느낌이..
처음 봤을때 조금 와닿지 않고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보면서 설명이 되고 더 느껴지고
공연은 사실 연출과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나 메세지도 있지만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입장이라... 개개인이 느끼는 부분이 다 다를거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시놉이나 기타 정보를 미리 읽지 않고 가는 편이기도 하구요
상상하게 해주는걸 좀 좋아하는거 같아요 ^^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작품은 정말 정말 상상할 거리가 많은 극이었던거 같아요

(매우 긴글 주의)
유모차 끄는 남자..(김진석 배우님)
이 사람은 대체 뭘까...
찰나의 순간 오빠인가 착한 남자인가 싶다가
어쩌면 경에게 있어 가장 잔인한 존재인듯한 인물인듯했어요
다가온 느낌은 “패잔병”?!
그 시대 관련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가끔 일본군임에도 그들이 자행했던 악행에 대해 괴로워하고, 자신들의 누이 또는 두고 온 정인을 떠올리며 연민을 느끼고 그 와중에 잘해주고 싶어하는 전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것만 같은 어린 군인?!
결국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떠오르게 되더라구요
그 역시도 그렇게 변해갔으리라..
중간에 나오는 촌장님 이야기 속에서 느꼈던 그 역시 동원되기 전의 삶도 부유하거나 평탄하진 않았을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카트 끄는 남자를 만났을 때나 후반부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칠을 한 얼굴인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대를 만났을 때의 모습을 볼 때 그는 참 강한 이에겐 한없이 약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운 감정과 그 인생도 참 안됐다 싶은 생각이 공존하더라구여

그는 “경”에게서 무엇을 느끼고 싶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기더라구요..
처음부터 긴 고행길에 그저 단순히 욕구를 위한 도구 정도의 역할은 아니었을것 같은..
경을 통해 춥지 않게 되었을거 같고, 경으로 인해 웃는 법을 까먹지 않을 수 있었을거 같고, 어쩌면 그 상황 속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명분?! 이 여자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치만 결국 그는 경에게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고 경으로 하여금 그렇게 믿게 만들려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너무 ㅠㅜ
그가 가고 싶어했던 “그곳”은 대체 어떤 곳인건지...
그 역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곳”이라는 곳에 있어본 적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동경..
그저 막연한 상상은 아니었을지..
현실에서 도망치고 벗어나고싶은 마음에 만들어낸 허상..
그래서 결국 도달하지 못한건 아닌지...

그리고 카트 끄는 남자...(홍성락 배우님)
도로시...(윤효원 배우님)
홍배우님은 전작과 너무 다른 배역 이미지에 완전 놀라고.. ^^;;;
음... 일단 이들이 등장할때 카트라기엔.... 음.. 뭐라 해야할지..
평평한 바퀴달린 작은 판에 울타리가 둘러 있었습니다. 그 안에 도로시가 있었습니다.
작고 낮아보이는 울타리였음에도 도로시는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더 많이 아프게 보였던거 같아요
묶여 있고, 움직일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고..
그녀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보였습니다
그가 원하는대로 보여지고, 그에 따른 취급을 받게 되고, 원치않고 즐겁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듯 보여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했습니다(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 후에 “즐거워보였는데.. 춤추고 있었잖아.. 등의 이야기를 했던 부분을 보아)
원치않는 삶 속에서 죽음 조차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도로시의 처지가 너무 먹먹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죽고싶다..
살고싶으니 죽여달라...
경에게 보내던 그녀의 애절한 눈빛이 너무 아리게 아팠고
경의 도움으로 이제 비로소 살 수 있게 된 경의 눈빛에서 안도와 함께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져서 더 슬펐습니다

너무도 단아했던 소녀..(유수진 배우님)
참 신기하게 큰 표정의 변화 없이도 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 얼굴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무표정한듯 하지만 죽은 도로시에게 다가와 토닥여주는 모습이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도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너무 슬펐습니다

그리고 예상을 깨주어 너무 고마웠던 움직이는 여자.. (강민지 배우님, 손유진 배우님, 박소연 배우님, 김유리 배우님, 임연지 배우님)
배경이 없음에도 마치 바람이 부는 듯, 비가 내리는 듯, 불꽃이 이는 듯...
어쩜 그리 생생할 수 있는지 보면서도 계속 신기했더랬습니다
제일 고생하신 분들이었던거 같아요~
이번엔 더구나 각각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 더 재미가 있었던거 같아요~^^

그리고 경..(노현주 배우님)
전작에서도 사투리 연기와 진심 담긴 무대 위에서의 모습에 참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나약한듯 강하고,
독한듯 여린..
경을 보면서는 슬픔과 공허함이 자꾸 느껴지는듯 했습니다
경의 말처럼 본인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음에도 그 선택으로 인해 너무도 큰 고통 속에 살아야했고
그저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인 경이었는데..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또 어딘지도 모를 그만의 “그곳”으로 끌려가야하는 삶...
도로시에게 속박의 울타리가 있었다면 경에게는 오르골이 그 역할이 되었던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를 연상하게 하는..
경이 원해서 생긴 아이가 아닌.. 누구의 아이인지도 알 수 없는 아이... 그래서 고장난 오르골이라고 표현을 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경이 유일하게 삶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게 바로 오르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본인보다 더 연약한 존재.. 지켜주어야만 하는 존재..
이 고통 속에서 누군가 절 좀 데려가달라고, 그만하고 싶다고 절규하지만
그 순간에도 경은 오르골의 울음 소리에 토닥이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경은...
마지막 소녀의 이끔에 의해 정말이지 따뜻한 “그곳”으로 갈 수 있었을까요?!
한 줄기 빛으로 무대 위를 비추던 그 빛이...
경을 기다리고 있는 따뜻한 “그곳”이었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사실 며칠이 지났음에도 이렇게 계속 무대가 그려지고 잔상이 남는게 참 신기한...)
경은 "이"라고 하고 그들은 "이빨" 이라고 표현 했던 장면들이요..
그들에게 경과 도로시는 사람취급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존중하거나 의견을 들어주지 않아도 되는 그런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걸 표현한듯 해서요..
그 순간 처음엔 잠시 현실로 돌아와 "동물이 아니잖아요오!!!" 하고 혼내주고 싶은 내적 갈등이... ㅠㅠ

그리고 도로시의 죽음 장면이요..
그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내고 있지만 어떤 말인지 느껴지는것만 같았던..
아픔이 너무 절절하게 전해지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라구요..
그 순간 눈가에 고인 눈물에 조명이 비춰져서 자체적으로(?) 여러색의 조명 빛줄기 아래로 도로시가 보이게 되었었는데... 그게 참 그렇게 슬프게 아름다웠습니다. ^^;;
쓰다보니 너무 공연을 본 사람만 알 수 있게 구구절절이 된건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그래서 지나간 공연과, 캐스팅은 돌아오지 않으니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전설이... ^^;;;;;)
언제고 꼭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바래보며 추천합니다~~~ ^^

참혹했던 지난 역사의 전쟁이나 내전으로 인해서
그 피해를 당했던 여성들.어린 소녀들의 강제로 끌려갔던 일본군 위안부들의
피해와 고통 상처 그리고 살아 남은 이들의 후유증등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이 이들의 내면이 깊은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주면서
자신이 원치 않에 누군가에게 끌려간 그 고통을 마음편한 행복한 그곳으로 보내드려야 하지 않을까??
조금은 무겁고 어둔 소재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강렬하게 전해져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