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처음인데 듣기 편한 우리말로 노래해서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다시 보고싶은 극 ♥

큰 웃음 주시고 귀호강하는 시간이었어요~

우리말로 듣는 오페라라는게
가장 와닿았습니다.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캐릭터들도 너무 즐거움을 주었구요
강력추천합니다^^

후기) 로맨틱 코미디 오페라 - 춘향탈옥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제 인생 첫 오페라인 춘향탈옥 보고 왔습니다~~ 얼마전 바로 옆 국립국악원에서 창극 춘향전을 보러 갔을 때 춘향탈옥 배너를 보고 이것도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운 좋게 인터파크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서 오늘 보고 왔네요^^

춘향탈옥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춘향전의 기본 베이스만 갖고와 현대식으로 완전 재해석한 전혀 새로운 춘향전으로. 인물 하나하나의 새로운 재해석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기존에 저희가 알던 변사또(베이스 바리톤 우경식님)는 단순히 춘향이를 탐하려고 하는 탐관오리였는데 이 오페라에서 재해석한 변사또는 진심 춘향이를 사랑?하고 춘향이 만을 바라보던 머리좋고 돈많고 키크고 잘생긴 엄친아 사또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사랑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죠.. 왜냐하면 춘향이는 이미 몽룡이와 혼인을 한 유부녀였으니까요..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만 해서 그런지 변사또는 공감능력이 사알짝 결여된 가련한 인물입니다. 변사또는 그래서 극의 처음과 끝에서 이같이 외치며 노래합니다. "사랑이 언제부터 죄였더냐.."

지고지순하며 가련한 변사또의 사랑을 받아 심히 고통받는 춘향(소프라노 박하나 교수님)은 고전과 달리 가만히 앉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몽룡만을 기다리는 그런 수동적 인물이 아닙니다. 자신의 목숨도 지키고 사랑도 지키기위해 과감히 탈옥을 감행하는 너무도 당찬 여성입니다. 그리고 춘향은 몽룡의 장원급제만을 바라며 신분상승을 꿈꾸던 인물이 아닌 진정 몽룡과 함께한다면 행복할 것임을 노래하는 사랑에 빠진 여인입니다.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 사랑을 끝까지 지킨 똑똑한 몽룡(테너 서필 교수님)은 여기에 없습니다. 춘향탈옥에서의 몽룡은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며 계속해서 급제에 낙방하다 이제는 공부마저 별로 할 생각 안하는 바보같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춘향이를 향한 마음은 올곧으며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을 걱정하는 선한 마음을 가진 인물입니다. 방자와 향단이에게 무시당하고 춘향이에게 끌려다니는 바보같지만 착한 몽룡이.. 너무도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방자(바리톤 윤한성님)와 향단이(소프라노 윤성회님)는 화려하진 않지만 촌스럽더라도 함께 흙내음 맡으며 가축을 기르고 밭을 가꾸며 오손도손 함께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귀여운 커플입니다. 방자는 몽룡이 옆에 붙었다, 변사또 옆에 붙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랑하는 향단이를 위한 것일뿐. 향단이는 비록 본인이 해를 입더라도 할말은 다 하며 변사또를 꾸짖는 강단있는 인물입니다.

마지막으로 너무도 재미있는 설정의 월매(메조 소프라노 양계화님)는 오로지 사랑만을 생각하고 노래하며 모든 역경과 시련은 사랑으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귀엽고 섹시한 사랑꾼입니다. 공연 내내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며 눈웃음치고 꽃가루 뿌리고 핀조명아래서 사랑만을 외치던 월매. 관객의 가장 많은 웃음과 박수 그리고 환호를 받았던 인물이라지요.

낯설은 오페라라는 장르가 극 초반엔 집중하기 힘들게 만들었지만 익숙한 설정과 오페라에 차차 귀와 눈이 익숙해지니 너무도 흥겹고 재밌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무려 21곡의 많은 음악들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5막 1장에 춘향과 몽룡이 함께 부르던 그네란 곡이었습니다. 어두워진 무대에서 춘향과 몽룡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담에 부르는 오페라에 정말 가슴이 흠뻑 젖는 감동의 쓰나미였네요. 이외에도 향단과 방자의 듀엣인 촌스러운면 어떠냐와 월매의 사랑은, 변사또의 내 사랑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면 등이 너무 좋은 음악들이었네요.

비록 춘향탈옥 공연은 내일 모레 5월 16일 일요일까지 밖에 하지 않아 다른 분에게 추천하긴 힘들겠지만 너무도 좋고 재밌는 오페라 공연이었다고 얘기할만한 공연이었습니다.

배우님들의 디테일이 살아있어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특히 마을주민분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