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나이 스물 아홉을 갓 탈출한 1인으로서
보는 내내 정말이지 남일 같지가 않더군요 ㅎㅎ;

우선 장르도 내용도 제목도 모르고 보러 갔었다가
나올 땐 배우님들께 절로 배꼽 인사를 하게 만든;
좋은 공연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_"_)

철수씨, 정말 철수로 태어난 분 같았어요~
철수씨 아버님은 어찌나 귀여우신지...완벽한 배바지와
어르신 특유의 기립자세 ^^;; 지금도 슬그머니 웃음이~
출연 시간은 짧았지만 현애씨와 주환씨, 지석씨도
딱 필요한 만큼,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극을
이끌어 가 주시는 멋진 구성원들 이셨습니다 ^^
정말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영희씨 어머님!!

덕분에 즐겁고 멋진 공연 이었습니다 ^^
기억에 남는 대사와 장면도 많았구요.

저도 스물 아홉에는 마치 지금이 현실에 안착할 수 있는...
혹은, 현실을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었지요.
막상 되어보니 서른이란 건 별 것도 없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은...
작가의 글에 나오듯이 "뭐 그럭 저럭 괜찮아" 싶은 것이더군요.

제가 스물 아홉일 때는 저 하나만으로도 벅차서 다른 철수와 영희들도
같은 불안을 안고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연극을 보고 와서 문득 그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 졌습니다.

특별날 것도 없는 뻔한 인생의 스물 아홉을 끙끙 앓아 넘기고
더욱 튼튼하게 서른을 살아내고 있을 철수와 영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이 공연을 보고 싶습니다. 흑~ 연장하면 안되나요;;;;;

창작그룹 가족의 9회 정기공연이라고 했다.

포스터는 청량한 하늘 아래

백수같은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스물 아홉의 청춘별곡이라 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극단은

정말 눈물나게도 사람이 없었다.

배우와 관계자를 포함한 것과 비슷한

관객 수는 보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굉장히 밝은 공연인 줄 알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내 나이 스물 여덟.

이제 내년이면 스물 아홉이고,

서른이 코앞이다.

서른 전에 느끼게 되는 고민들.

그리고 비참한 현실들.


뭐 지금의 나도 영희와는 별반 다를바 없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화도 나고,

영희가 불쌍하기도 했다.


솔직히 과장된 캐릭터들과

이미 다들 불편해 하는 진실들을

그대로 연극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된 그런 공연이었다.

2010. 06. 27 일 4pm

혜화 아름다운 극장

작 가 김태형

연 출 윤돈선

출 연 철수 김하준, 영희 김민조, 순영 이선주, 영배 장혁진, 지석 최시우, 주환 정지훈, 현애 박지희



꽤 오랜만에 연극 철수영희를 보러 갔다.

제목만 봐도 알겠는 것이 일단 주인공 이름은 철수, 영희가 분명하고

길에 나가면 채이듯이 많은 평범한 남녀의 이야기일 것이다.

뻔한 이름을 가진 남녀 주인공의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참 궁금해졌다.



극장에 가니 꽤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자리에 앉고 무대를 보니 정성스럽게 꾸며져있었다.

철수의 방을 보니 딱 남동생이 전에 살던 곳을 그대로 옮겨온 듯 했다.

들어올 때 구입한 프로그램을 보니 협찬에 라면으로 유명한 N사와 소주로 유명한 J사 이름이 있던데

연극을 보니 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82년에 태어난 29살 영희와 철수는 하루에도 비행기가 수십대가 뜨는 서울 신월동에 산다.

그곳에서도 옥탑방에 사는데 어느날 철수가 이사를 온다.

이 둘의 만남 철수는 영희에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소뿐이다.



철수는 영화를 찍겠다는 꿈을 가지고 그 직업에 투신했지만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텐데 그래도 참 씩씩하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생일'이라는 말에 막 달려나가는 모습이 참 귀엽기까지 하다.



영희는 평일엔 직장에 주말에도 알바를 뛴다.

밤이 되면 각자의 방에게 잠이 드는데 이 장면이 참 웃겼다. 그 때 좀 웃어줄 걸.....

철수도 영희도 20대를 열심히 살았다. 대학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또 라디오도 듣고

직장에 다니고 하지만 20대의 마지막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낮을 것 같은 동네의 옥탑에서

위태위태하게 살고 있다.



라디오에 사연을 적어보내고 혹시나 여행상품권이 나오지 않나 바라는 모습이 웃기고 짠했다.

머리 위에 날아가는 비행기의 날씬한 몸체는 옥탑의 담장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현실은 참 비루하기 까지 하다.



이런 이들의 일상에 철수의 아버지와 영희의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철 없는 아들의 집에 와서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배우의 달달달 떨리는 손가락 한 개에 꽂혔다.

그 때 부터 이 분이 나오는 장면에 더 몰입해서 봤다.

또 딸이 없는 집에 탐정 마냥 삭 훑고 지나가는 모습에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풍기는

엄마의 어이 없는 포스에도 집중했다.



친구 같고 다 알 것 같은 청춘의 이야기에 가족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삶의 진한 향기가 난다.

100분 정도 이야기에 이렇게 삶을 진지하게 웃기게 담는 역량이 놀라웠고

영배역 장혁진 배우가 등장 할 때 진심을 담아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다.



20대 마지막이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청춘들아, 다시 꿈 꿀 수 있다.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나중에 애를 낳으면 이름을 좀 신경써서 짓자는 말을 했다.

또한 서울 신월동은 어디인지 함 찾아봐야겠다.

예전에 '우린 액션 배우다'라는 다큐에서 봤던,

신성일씨가 나온다길래 관심이 생겨 보러 갔다..



29살인 두 주인공의 이야기..

아직 29살이 안 되긴 했지만 왠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대학에 오면 다 해결되리라던 고등학교 선생들의 장담은 완전히 틀렸다..

대학에 와서 6학기째를 보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런 불확실함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을 아주 잘 보여준 연극이 바로 '철수 영희'다..



중간중간 가슴에 와닿는 대사들이 있었고,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씁쓸해하기도 했고,

어제 본 '내 깡패같은 애인'과 연결지어,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친구와 얘기를 나누어 보기도 했다..



좋은 공연이었지만

슬프게 만든 연극이기도 했다..

예고편 보는순간 좋은 공연이겠다 생각했는데 역쉬나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네요...

그냥 예고편 봤을때는 이해가 안됐는데 보고나서 예고편 다시보니 다시 쨘 하네요...

스물아홉 청춘남녀가 겪는 현실속에서 겪는 아픔과 상처들 정말정말 리얼하게 표현

해 주셨네요.. 연기도 잘하시고 어쩜.. 다른것보다도 나를 한번 돌아보게 해준

나에게도 스물아홉의 청춘이 있었을까하고 추억해 봅니다... 일단 두분의 남녀 연기는

넘 훌룡했습니다... 실제 모습은 아닐런지요.. 대박나세요.... ㅇ 글구

어쩜 바나나킥을 그렇게 맛있게드세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녹여서

먹고 싶어서 혼났습니다... 정말 잘봤구요... 배우분,스텝분 모두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