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나를 떠나고 나를 지우고 나를 기다린다" (원작: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각색,연출:이미숙 의상디자인:김정향 조명디자인:김장동 사진:박태준 출연:김경숙, 조주경, 김예림, 김나무, 김지유, 민경미, 이은샘 제작:극단 놀터 극장:스카이씨어터 별점:★★★★☆) 2020년에 "해자" 를 봤었던 극단 놀터 제12회 정기공연 이다. 공연 소개글을 잠깐 옮겨 보면, 원작에 없는 ''베장승''이라는 영매가 등장한다. ''포조’와‘럭키’ 대신 ‘시간’과‘기억’ 이 등장을 하게 된다. 살면서 아무렇지 않게 벗고 신는 신발… ‘고’ 와 ‘도’의 기다림을 그리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신발을 매개로 ‘베장승’은 일종의 ‘씻김굿’으로 풀어낸다. 원작과는 큰 연관성은 없지만 그래도 내용은 직관적 으로 쉽게 다가 오지 않는다. 무대 벽을 장식하는 여러 개의 신발들과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베장승 역의 김지유 배우님의 구음과 음악이 좋아서 별점 1개 추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각색한 연극 중 가장 임팩트 있었습니다.

등장인물 표현 무대 연출 모두 독특한 무대였습니다.
좀 어려웠지만 재미있고 알차게 관람했네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해 극을 이해하는 지반을 다지게 해줬다. _ 내가 아는 토끼는 달리기 실력만 믿고 게으름을 피운 오만한 존재, 거북이는 달리기 실력은 떨어지지만 끈기와 성실함을 갖춘 인재로 인식하고있었다. 찾떠지기에서는 두 동물 모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성공한 인물로 다뤘다. 각자의 시간과 과정은 조금 달랐지만 모두 결승선을 통과했다. 토끼의 휴식을 부정적인 시각보단, 힘들면 잠시 쉬었다도 괜찮다. 목적지까지 도달한게 기특하다. 라고 위로해준다. _ 극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역할은 “시간” 시간이는 기억이와 함께 다닌다. 기억이의 일부가 되어 손과 지지대 역할이 되어준다. _ 시간은 말이 없다. 하지만 혼자서 걸을 수 있고, 시간이가 가지고 다니는 목발 끝엔 화려한 장식을 달아 땅을 짚을 수도 없고, 사이즈도 맞지 않아 입에 물고 다니며 거의 폼으로 들고 다닌다. 기억이는 끊임없이 떠들어 댄다. 극적으로 큰 엉덩이와 인형같이 작은 발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혼자서는 걸을 수 없다. 양쪽 목발에 의지하고 목발을 한시라도 잃으면 안된다는 듯 발과 허벅지에 고정해두었다. _ 기억이는 시간이를 자신의 하수인처럼 휘두르지만 사람들에게 관심받는건 시간이 뿐이다. 사람들이 원하는건 시간이의 이야기였고, 시간이가 유일하게 대사를 하는 순간이 온다. _ 그저 장난감처럼 들고 다니던 짧은 목발은 시간이가 걸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 아니라 시간이의 발 없는 이야기들이 천리를 갈 수 있게 도와주는 목발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이 질문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생의 막바지 낭떠러지에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들의 삶은 곧 기다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가 올 하루가 즐거웠으면 바라는 기다림, 자기전 이불 속에 몸을 뉘워 눈을 감으며 다가올 내일이 행복했으면 바라는 기다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그리고 더 먼 미래가 나를 즐겁게 해줄거라, 행복하게 해줄거라 믿는 막연한 기다림 속에 힘든 하루를 버텨내고 싸우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80분이라는 시간을 빈틈 없이 채우는 배우들의 몸짓과 소리, 그리고 무대를 가득 채운 신발들 이 모든 것들이 심장을 쿵쾅쿵쾅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가슴 뜨거운 연극 한편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