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습니다...

무엇보다 열정적인 배우들 연기가 무척 좋았구요..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독특했던 연극이었습니다~

대학로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을 줄 몰랐네요 ㅎㅎ

아.. 같이 갔던 친구는 스토리가 이해가 잘 안간다고 하더라구요...

조금 독특한 내용이라 그랬던 듯..

좋은 공연입니다

아주 제대로 컬트고 즐길 수 있는 연극

스페이스치킨오페라..

음..환경의 역습...

인간이 버린 각종 환경유해 물질들을
지구가 토해내면서 1차 폭팔이 일어나게 되고,
3차 세계대전으로 세상이 또 한번 뒤집혀지고..
불신의 바이러스로 세상이 악해지고..
바이러스 침투로 인해 닭들이 지능화되고...
그 틈을 탄 외계인....

발상은 정말 최고인듯하당..ㅋㅋ

첫공을 보구 두번째 관람하던날~!
스토리, 세트가 많이 정리가 되었당..

첫공땐 살짝 지루했었는뎅..
두번째 공연때는 소품, 배우님들의 몸짓, 스토리들이
많이 간결화되고, 흥미를 더해갔당..ㅋ

두번째 본 공연이라서 그런지 이해도 되궁...
잼있기도 했다...

하지만...이 연극은 그래도 어렵다..ㅋ

조금 이해가 안되는 장면도 있긴 했지만..
극을 끌어나가는 배우님들의 열정에 박수를..ㅋ

이번달엔 뭘 볼까 뒤적이다가 제목만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공연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스페이스 치킨 오페라>


저런 아름다운 제목이라니.

제목만으로 이렇게 땡긴 건 <닭들의 꿈, 날다> 이후로 처음이었다.



절대 내 닉이 닭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우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닭으로 된 음식이라 이러는 것도 결.코. 아니다.

조금 괴작의 포스가 풍기지만 제목이 어딘지 모르게 그냥 마냥 좋을 것 같지 않은가?!!

그냥 '닭'도 아니고 무려 '치킨'이라는 글로벌하고 고급스러운 호칭이란 말이다. (응?)

튀겨진 닭이나 구워진 닭이나 볶아진 닭이나 쪄진 닭이나 삶아진 닭이나

하여간 기타 등등의 방법으로 익혀진 닭의

그 중독성 있는 은은하고도 아름다운 향이 제목에서 확!! 느껴지지 않는가 말이다.

(아직 생닭은 못 먹어봤다. 해남 어딘가에서 닭회랑 생닭똥집, 생닭발을 판다던데. <- )



제목에 홀린 상태로 작품소개를 보자 싶어서 클릭하고 첫 문단에 뿜었다.



- 나는 치킨을 아주 좋아한다. 비용 대비 만족도는 음식 중 단연 최고가 아닐까. 4 년 전쯤, 그동안 내가 먹은 닭의 수를 대충 따져본 적이 있는데, 대략 5 천 마리쯤 됐다. 그렇게 많이 먹었다니! 닭들한테 아주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닭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진짜 전달되면 좋으련만) ‘닭님들 죄송해요’로 시작하는 <생명의 신께>란 곡을 만들었다. 그 곡은 콘서트 때 무대에서 불렸고 나의 2집 앨범에도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위로한다고 떠벌려놓곤 실제 모양새는 닭을 또 다시 이용한 꼴이 됐다. 닭들아 진짜 미안하다!



이 사람은 대체 뭐냐 싶어서 계속 읽다가 두번째 문단에서도 뿜었다.



- 그런데 올해엔 스케일이 아주 커졌다. <스페이스 치킨 오페라>. 닭이 등장하는 희곡까지 쓰게 된 것이다. 여기에 우주선과 외계인까지 등장시켰다. 그래 닭하고 한번 우주 끝까지 가보자.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한편 닭들을 위로한다는 가식 따윈 집어던지자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또 이용하는 모양새로 끝나게 될 테니. 어찌됐든 결국 닭한테 무슨 실익이 있겠는가.



치킨집에 얽힌 외계인의 음모라니 정말 닭으로 끝을 보자는 거구나. ㅡ.ㅡb

대학로 단골 치킨집 사장님의 얼굴까지 눈 앞에 아련하게 떠오르는데

이걸 안 보면 절대 어디가서 SF와 닭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겠지.

고로.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모드가 되어 후다닥 예매.

게다가 그게 조기예매 할인 마지막 날이었다. 훗.



결전의 날.

점심으로 닭튀김을 배부르게 먹고 저녁으로 치킨 카레를 먹고

닭과 함께 우주 저편까지 날아가 보자는 각오로 들어간 극장.

헉스. 정말 우주선이닷! 좀 낡긴 했지만. (웃음)

뿜을 각오를 하고 갔다가 정말 뿜었다. 크하하하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웃기기만 하는 연극은 아니더라.

각 배역의 스토리와 대사들을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정치적인 작품이다.

썩어가는 혹은 이미 썩어버린 지구와 인류와 생명체를 위한 묵념같은 작품. ^^*

아니 뭐, 이게 미친 듯이 뿜기게 표현되어 그렇지 속에 담긴 건 정말로 진지한 작품이라니까.

첫대사에서 이미 그 진지함을 알아 봤지만 그저 스포 방지를 위해 말하지 못할 뿐이라고. (먼산)



목숨걸고 음악방송이라는 걸 강조하는 DJ 앙갚음의 직업정신에 다시 한 번 찬사를. 짝짝짝

'정치적으로 올바른' 구석이 있는 쭈그렁은 공무원의 올바른 자세까지 갖추고 있었고 ㅡ.ㅡb

신념도 무대포의 자세도 사랑스러웠던 바바안말리!

동물-닭들의 수호자, 인류 역사상 최악의 또라이 살인마의 노래와 칼놀림은 매우 취향에 맞았다.

삼차대전에서 부상 당한 무공훈장 소지자 선장은 소심하고 귀여운 사이보그였고,

사또는 정말이지 공감 백만배의 캐릭. 나도 먹을 거(특히 닭) 주는 사람이 시키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규!

멀티맨은 탐정일 때가 가장 웃겼지만 기자일 때도 좋더라. 언론이란. ㅡㅜ;;;;

제니가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 내가 핀트가 좀 어긋나서...^^;;

남자를 상냥하게 돌봐주는 착한 아가씨라도 결혼하고 나면 남편 틀어쥐고 살게 되는 법이다.

골든 콕은 도망칠 이유가 없게 되자 바로 후다닥 진화하던데 마누라가 시켰지 싶었... <-

사장 성격이 좀 오락가락하는 것 같지만 나름 상황에 몰려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지.



작가가 소설가라 그런가 설명적인 대사들이 많았고, 특히 제니의 대사에는 복선이 많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가 좀 정돈되지 않은 듯 했고 몇몇 배역의 이야기는 생략되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희곡이나 소설이라면 한 두어장 더 설명했겠지 싶은 구석이 있었거든.

선장이나 제니나 바바안말리, 사또의 얘기는 나름 필요한만큼은 설명된 것 같은데

인간미 없는 사장이 돈을 벌겠다는 강박에 빠져있는 이유라던가

갑자기 희생적인 인간으로 변모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DJ 앙갚음의 스토리가 거의 나오지 않아 지구를 뜨고 싶어하는 이유가 정말로 궁금했다.



"피를 보지 않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각자의 욕구나 신념, 혹은 생존을 위한 행위들이 펼쳐지고 벌어지는 동안

많이 웃었으나 그만큼 많은 부분 씁쓸했다.

상상 가능한 결말이었음에도 춤추는 사또가 많이 안타까웠던 건

역시 나도 '인간' 이기 때문? (아니면 닭을 탐하던 사또에게 감정이입하고 있어서...? -_-;;;)

인간의 착취와 탐욕은 정말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인간은 모르고 싶기 때문에 알려 하지 않는 것 일지도 모른다.



하긴,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건 닭으로 우주끝까지 가자는 작품이다. ^^

"늘 나는 꿈을" 꾸지만 지구에서는 그저 인간에게 먹히기만 하는 닭들을 위한 조사.

닭들에게 아무리 미안해도 어차피 난 인간이니 위로의 마음보다는 감사의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어쩐지 ㅎㅆㅊㅋ 사장님의 늘 바뀌는 서비스 안주에도

외계인의 음모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