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불 연극이 끝나고도 계속 생각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옮겨붙는 불은 누가 시작했을까요? 왜 가장 낮은 사람들끼리 불을 옮겨가며 사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머리로만 쓴 게 느껴진다.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극은 삶의 반영이다. 그래서 삶처럼 연극도 재미와 의미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너무나 유감스럽다. 자연스러움이 떨어지니 재미가 끼기도 힘들지만 의미 또한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거의 어거지로 의미를 찾아야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표현방식이 너무나 인위적이고 밀도가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흐름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예를들면 처음부터 막내가 들고있는 칼을 다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마지막의 '죽임'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든지 연기자들 얼굴의 빨간칠이나 기저귀 착용 등의 의미를 예술적 표현이 아닌 엄마의 '대사'로 직접 설명 한다든지 등) 그래도 배우들은 애쓴다. 하지만 대본과 연출의 부족함을 배우로만 채울 수는 없다. (그것은 유기적 관계라고는 하나 근본적으로 별개의 문제이고 설령 채워진다 해도 비효율적이다. '능률' 이전에 '효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도끼질 이전에 도끼날을 가는게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개중에는 그중에서도 배우로서의 장점과 매력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체적으로 작가.연출의 '책임감'이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진 공연이었다. (사실 공연장에 와서 연출의 이름을 보고 '아차'했다. 몇년전인가 기억도 희미한 동일 연출의 공연을 보고 비슷한 경험을 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답답함에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서 물었을 때도 답변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장님 코끼리 더듬는 식의 회피성 대답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진심으로. '연출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뭔지 제대로 알고있는 걸까?' ...다소 지나친 비판처럼 보일지 모르나 다른 평들이 전부 공감하기 힘든 호평 일색으로 되어있음에 그와 다른 의견이지만 '그렇기에 더 솔직하게 쓰자' 하는 마음으로 적었다. 물론 나만 특이한 걸수도 멍청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라면 희소한만큼 더 필요한 목소리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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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궁금했던 '즉각반응'의 '육쌍둥이'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육쌍둥이 초연 때부터 출연하셨던 강애심 배우님도 관람하러 오셨는데, 배우님의 공연으로 봤어도 좋았겠지만 이렇게 관객으로 뵙게된 것도 새롭고 좋았네요. ('오징어게임 2' 에 출연하신다던데 기대됩니다!) 포스터만 봐도 공연이 다소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마침 프로그램북을 QR로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관람 전 읽어봤는데요, 용산 철거 참사를 바탕으로 한 건 알았는데, 그게 어떻게 극으로 올라오게 되었는지, 그리스 비극의 구성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출을 적용시킨 점 등에 대해 알차게 나와 있어서 좋았네요. 공연은 특별한 무대변화 없이 육쌍둥이의 언어인 수다와 놀이를 통해 진행이 되는데요, 어두운 내용과는 다르게 흡사 광대놀음과 같이 무겁지 않게 흘러갑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한데요, 육쌍둥이는 육쌍둥이 + 엄마까지 총 7명의 배우들이 정말 누가 하나 쳐지는 배역없이 각각의 캐릭터와 개성을 매우 잘 살립니다. 용산 철거 참사를 모티브로 인간의 탐욕과 분노, 화를 불로 표현했는데요, 특히 그 불은 꺼지지 않고 옮겨 붙는다는 점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기에 딱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무리 봐도 서로 다른데, 일란성 쌍둥이라는 설정과 기저귀를 찬 우스꽝스러운 모습, 다소 쌩뚱맞은 노래, 마이크를 이용해 각자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하소연하듯이 펼쳐지는 독특한 방식과 다르게 결말은 비극적인데요, 내용 자체는 사실 어려울 게 없는데 연출방식이 생소해서 그간 어렵다는 평이 있지 않았나 싶네요. (저만 해도 이 전이나 지금 포스터 보고 공연이 기괴할 것 같다는 예상을 했었습니다.) 공연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봐서 앞으로도 계속 꺼지지 않는 육쌍둥이의 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