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앞에서 교환한 티켓은 요새 유행하는 포토 카드 형식의 티켓이었는데,
홀로그램 코팅이 되어있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다룬 연극 <조이>의 컨셉츄얼함이 잘 느껴져서 좋았다.
티켓 하나부터 관객의 몰입도를 신경 쓴 느낌이었다.

공연을 다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연기력 미쳤다.’였다.
몇 년 전에 연극과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서 잠깐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도 했었는데, 그 당시 배웠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며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게 저런 거구나.’ 싶었다.
확연하게 배우들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잡혀있어 불필요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고, 발성 역시 뒤에 있는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되면서 앞에 있는 관객에게도 너무 크지 않게 잡혀있어서 ‘저런 게 진짜 연기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연기를 공부하는 친구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 자체도 생각할 것이 많은 극이었다.
심도있는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연극이 아니었나 싶은데, 연극 설명에도 나와 있는 부분을 살짝 훑어보는 것만으로 토론 주제가 뚝딱 나온다.

유저인 남자는 현실에서 소중한 딸 조이를 잃고, 가상현실 속 NPC 조이와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가상현실을 즐기는 또 다른 유저, 통칭 ‘플레이어’는 그 평화로운 일상에 들이닥쳐 NPC 조이와 유저인 남자를 무참히 살해한다. 유저인 남자는 다시 살아날 수 있었지만, NPC인 조이는 결국 소멸을 맞이하게 되었다. 유저인 남자는 분노하며 피의 복수를 다짐한다.

극이 진행되며, 살인과 매춘, 마약 등 그야말로 범죄의 소굴이 되어버린 가상 세계 JOY가 옳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처럼 고통도 쾌감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이루어진 비윤리적인 범죄 행위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을까? 극 중간에 ‘플레이어’가 현실에서 병을 집어 들며 그를 비웃는 친구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극에서는 현실임을 인지하고 있고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죽이면 감옥에 간다는 현실을 알기 때문에 멈추지만, 가상 세계에 몰입할수록 오래 플레이할수록 점점 더 현실과의 경계는 흐려지고, 그로 인해 언젠가는 거리낌 없이 범죄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미 가상 세계에 몰입하여 조이를 잃고 복수를 하려 하는 유저인 남자처럼 말이다.

연극 조이는 이외에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데, 더 나아가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 소품들이 인상 깊었다. 가상 세계로 들어간다는 전환을 알려 주는 장치인 안경이라거나, 현실에서는 불편한 몸이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멀쩡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전동 휠체어 등 소품을 신경 쓴 모습이 잘 보였고, 복수의 과정 속 만나게 되는 드렉-아티스트인 마담은 인상 깊은 쇼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소한 것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극을 감상할 수 있게 관객의 몰입도를 신경 쓰는,
마음의 양식과 눈의 즐거움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인상 깊은 연극이었다.

보는내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연극! 공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극단 '고야'의 JOY는 독창적이었다. 가상현실과 NPC의 소멸이라는 모티브는 비슷했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고 던져진 화두는 더 깊고 진지했으며 인간의 규범과 삶의 가치관을 관통하는 통찰력은 날카로왔다. 스토리는 탄탄했고 연기자들의 무대장악력은 엄청났으며 빠른 극전개와 치밀한 구성이 굉장한 몰입을 선사한다. 미디어 배경으로 서사를 충당할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시나리오를 가득 채우는 수준 높은 텍스트를 신들린듯 토해내는 연기자들과 시공간을 아우르는 완벽한 연출은 미디어의 도움이 필요 없을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놀랍다. 대단하다. 정말 재밌다. 넋을 잃고 빠져든다. 200억원짜리 16부작 드라마가 이 작은 소극장, 고작 100분짜리 작품 앞에서 체면을 잃는다. 높은 이상과 불가능한 판타지를 실현 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 쾌락과 본능으로 가득할것만 같던 그 곳에는 현실의 아픔과 고통을 잊고픈 망각의 욕망들이 거칠고 잔혹하게 떠다니고 있었고, 괴로운 현실은 여전히 삶으로 존재했다. 인간의 선택적 삶을 결정짓는 가치관이 법이나 규범으로 규정 될 수 있는가? 규정되어진 틀 안에서의 윤리와 도덕은 항상 정당한가? 그렇다면 가상의 세계에서 구현되는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합법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 JOY. 아낌 없는 찬사와 기립박수를 보낸다. 시즌 2를 기대하는 열팬의 응원을 담아 재관람 슝~~ 좋은건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좋다. 아니, 더 좋다.

자신의 딸 비록 가상세계지만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재밌고 미래세계를 보는듯한 여러 특수 장치 및 무기등이 제작비를 많이 썼다는 인상을 받았네요.
중간에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모든 키를 쥐고 있는 남장여자 마담의 그 현란하고 멋있고 관능적인 춤이 열정적이고 재밌었습니다. 미래 곧 일어날 가상세계와 현실을 미리 보여준 공연이어서 더욱더 뜻깊었네요.
연령이 높으신 어르신 게임을 잘모르는 어르신들을 위한 사전 팜플렛에 게임용어도 곁들어져 관객의 편의성에 신경쓴점이 돋보이네요.

생소한 sf장르이지만 스토리와 반전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연극. 곧 닥칠 수도 있는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