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만석인 골목길 공연^^
이렇게 자리가 꽉 채워지니 왠지 더더욱 기대를 하게 된다.
친구, 속살...
목욕탕이 생각났다.
남자들는 목욕탕을 같이 가서 친해지고 여자들은 친해져야 목욕탕에 간다 그랬던가...
그만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속살이란 것은...
친구와 함께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친구에게 진실되었던가...
친구에게 얼마나 나의 치부를 드러내고 친구의 치부를 덮어줄수 있는가...
모든것을 안고간...상필의 죽음에 그만...눈물이 난다.
친구를 대할때 내 가족처럼 온전히 나의 모자란 부분까지도 보여주었던가...
혹은 포장을 하고 살지는 않았나...
항상 나는 친구의 아픔을 고통을 진심으로 대하였던가...
즐거웠던 시절, 힘들었던 시절...
모두 함께였던가...하는 나에게 하는 질문들..
조금은 죄책감도 들면서 미안해지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연극이 끝나자 마자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가슴 속에 고이 숨겨둔,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않은 비밀. 밖으로 드러나면 상처가 되는, 그래서 더더욱 안으로 감추는 마음.
"속살"
누구나 가지고 있다. 가슴 한 구석에...
사람은 불안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드러내면 약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몰래 감추고 있던 나약한 자신의 모습에 더욱 위축되면서..

연극 소개는 다음과 같다.
"전화기를 본다. 수많은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만, 전화 할 곳이 없다.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고, 그들을 친구라 부르지만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예의라는 포장지를 씌워) 필요에 의해 몰려다니는 사람들.."
연극의 주제가 마음을 끌었다.

사람은 혼자다. 떨어지면 못 살것 같은 사람도 결국엔 혼자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절대 고독이 있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게. 자신의 짐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인과 미숙한 성인의 구분이 되는 경계가 아닐까.

지금껏 보아왔던 연극은 공연 시작 전 무대인사를 겸하여 관객의 분위기를 띄운다. 핸드폰 전원도 끄라는 말도 하고.
속살은 달랐다. 연극 주제가 가볍지 않아서일까.. 무대 인사 없이 바로 시작한다.

정육점을 겸한 술집.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는 에피소드의 전개. 주인공의 내면을 알지 못한다면, 단순히 다혈질의 사고뭉치로 생각했을 상필(주인공). 그를 둘러싼 고교 동창인 형기(경찰), 재수(보험 설계사), 경식(식당 주인)과 경진(아내), 안경(종업원), 상준(주인공 동생).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지만, 그들은 삶의 무게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무엇이 잘못인지는 안다. 하지만 누구도 고치지 못한다. 배우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제 친구는 없어지고, 아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그냥 아는 사람만...'

우리의 삶이 바로 그렇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혹자는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누구는 인지하지만 체념하고, 때로는 반항하면서 살아간다. 어릴 때 나는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되어있을거라 생각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지금은 어떠한가? 삶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무엇하나 내세울만한 것이 있는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체념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이 비록 그렇다해도 우리의 마음가짐은 그렇게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연극은 배우들과 관객의 호흡이 있다. 배우들의 눈물 연기. 관객 중 몇몇은 코를 훌쩍인다. 감정은 전염되기 마련이다. 나를 포함해 다수가 자신의 ’속살’을 본다. 배우와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보인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적어도 나잇값을 한다는 것은 삶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무게)을 충실하게 살려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삶이란 씁쓸하다. 결국 책임은 내게 있으니까.. 남들이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한다고 그들을 탓하지 마라. 그들도 자신의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동시에 나도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속살을 감싸두는 나약한 존재 아닌가..

오이디푸스왕이 너무 좋아서 후속작이라 본 건데 생각외로 정말 좋았습니다.

대사나 내용들이 정말 소름끼치게 공감이 되었구요 배우분들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요.

정말 좋은 공연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