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무척 기대를 가지고 관람했지만 극단의 색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적었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또한 연극의 내용에 대한 다수의 상세한 기술이 있으므로 흔히 말하는 spoiling이 될 가능성도 있는 관람평입니다.


막이 오르고 스크린에 흐르는 장면에 이미 약간의 실망이 시작되었습니다. 음향상태, 초점이 맞지 않는 스크린 등의 기술적 측면은 차치하겠습니다. 그러나 역사 사건에 대한 도입이 다소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시작되는 것에 그런 도입을 좋아하지 않는 본인으로서는 적지 않은 실망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곧이어 내래이터가 등장하자 작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설마설마 하던대로의 흐름이었던 거죠.

첫째, 진부한 플롯과 연출이 아쉬웠습니다.
법정 공방이 있었던(그것도 법정 공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면요) 실제 사건을 다룰 때에는 물론 법정 기록을 어느 정도 따를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어떤 사건을 무대에 올릴 때에는 연출자와 극작가의 극적 연출이 있게 마련입니다.
본 극은 화자의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으로 이미 상황을 모두 알려주고 시작해서 -만보산 사건이 무엇인지 알건, 모르건 간에- 법정공방에 대한 긴박감을 느낄수가 없었습니다. 만보산 사건에 대한 내용을 화자가 설명한 상태에서 대체 검사의 진술이자 극의 첫번째 핵심내용인 부분이 왜 필요해지는 걸까요. 존재 이유를 상실한 내용의 전개는 너무나 뻔하게 느껴져서 무슨 일이 있을 지 알겠는데 어서 빨리 그 다음으로 진행되기를 바라게 될 지경이었습니다.
양측의 주장으로 전개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처음 법정의 개회와 같은 불필요한 부분을 길게 잡을 것 없이 바로 주인공의 억울한 포효로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검사의 날카로운 반박과 함께 신문기사를 제시하고 이러한 일이 있었다, 라고 사건의 내용을 읽는 동안 뒤의 스크린을 그저 무언극의 장치로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그것을 다시 반박하며 무대 좌우의 단상을 오가며 무대 위에서 모자와 재킷을 입고 바로 연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 인물의 운명적 마주침을 그릴 때에는 반특 검사와의 견해 차이에 대해 두 번의 장면 연출을 할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떠한 장치적 특별함도 없이 그저 이야기를 두 번의 액자구성으로 이어나갈 것이었다면 내래이터를 세우지 말았어야 합니다. 아니, 적어도 스크린만이라도 사용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관객은 이미 내레이터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스크린이라는 또하나의 틀 안에서 법정이라는 다시 하나의 틀 안에서 삼중으로 겹싸여진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어디에 관객의 시선을 두어야 하는 것입니까?

둘째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부여가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주인공보다 단역의 캐릭터가 훨씬 분명했다면 이것은 연기력의 차이입니까, 극 구성이나 극본의 문제입니까?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 판사와 이종형의 분노를 이끌어내기 위한 거울로만 서 있었던 검사에서 만화 캐릭터보다도 입체성이 없는 일본인과 중국인들,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같은 말투를 쓰고 있는 이종형의 부하 장교 혹은 야학 선생인 식자 인물, 그리고 사건 기술하기와 혼잣말 방지용으로 등장한 여비서와 자기결정력 없는 인물인 김리삼. 실제 인물의 성격을 알 수 없는 현대의 극작가가 다시 구성해 볼 수 있는 인물 구성이 겨우 이정도라면, 이 연극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느 장면에서도 역사적 비극에 대한 뜨거운 통한도, 당면한 긴박한 사건에 대한 다급한 심정도, 자신의 운명과 명예가 걸린 판결에 대한 당당하지만 처절한 저항도, 조국애나 민족애도, 심지어 각자의 조국에 대한 기회주의적 충성 마저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있을 장면은 과연 없었던 것입니까?

셋째로 캐릭터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감정의 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종형은 그저 시도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고 어색하기 이를데 없는 욕설을 합니다. 전투의 세월을 보내온, 즉결 처형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인물이라면 좀더 거칠고 짧지만 분명한 언사를 보일 것도 같은데요. 그러한 군인적인 지나친 충절과 역할 과잉에서 오는 과용과 오만은 어디에도 없고 그저 상황이 이러니 썅, 이 나쁜놈 그게 애국이냐 포효, 나는 애국자였다 목소리 톤 높이기.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없이 볼륨이 불쑥불쑥 높아질때마다 심지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검사도 지나치게 내질렀죠. 반민특위 검사입니다. 시대적 배경 상으로 어느 정도의 철미한 인물이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냉정하게 능글거릴 수도, 자신은 친일파라고 믿고 있는 이종형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을 보일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별 감정 없이 그저 너 친일파잖아, 증거가 그렇대, 나 그렇게 말하라고 여기 서 있으니 여기서 니 목소리 커지니 내 목소리도 따라 커지고.
만주 조선 이주민들의 감정은 얼마나 처절합니까?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을 보여줄 것이었다면 차라리 아무데서나 이미 많이 본 탁주니 뭐니 어설픈 설정을 없애고 구성진 농가를 부르며 열심히 일하고 희망에 가득 차서 힘들지도 않아 하는 농꾼들만 보여줬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확실했다는 계약서를 구겨쥐고 절망하는 어르신 만 있었어도 되었겠죠. 굳이 야학을 이끌었던 자의 인맥이라는 식으로 김리삼과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군더더기를 넣을 것이 아니라요. 사건 현장 한 번 가보지 않고 기사를 썼을 김리삼이라는 인물이 그들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던지 무슨 상관 입니까?
김리삼에게는 이 사건은 '특종'이었을수도 있고 아픈 민족의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가 어떤 식으로 상황을 바라보았던지 그 두 감정은 기자라는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났을텐데, 겨우 비서의 제안으로 일본 영사관에 연락해서 의심없이 일본인의 말을 받아적고 있는 그 인물은 등장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그저 검사의 설명과 기사문만 있었어도, 이종형 역을 맡은 배우가 독백이나 방백으로 처리했어도 되었을 부분입니다.

넷째, 그러다보니 스토리가 너무나 빈약합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합니다. 관객은 여러 인물들에게서 들었던 말을 또 듣고 또 듣습니다. 아, 그러니 알겠다구요, 억울하고 속 터지는 사건이 연이어졌습니다, 그건 이미 알겠구요, 뭐 별로 그렇게 억울하고 속 터지게 보여주지도 않았잖아요, 그래서 그 다음은요, 아까 했던 말 다시 한다고 그게 그렇게 느껴지진 않잖아요, 의미부여를 당신들이 일일이 말로 해주지 말란 말입니다... 내내 속으로 그런 말을 하며 보았습니다. 스토리는 빈약한데 하고 싶은 말은 있다보니 관객을 내내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마치 독립기념관 부설 극장에서 삼일절 기념 연극을 보고 있는 초등중학생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관객층이 이미 이 연극의 존재를 알고 와서 보겠다고 자리잡은 사람들이라면 그만 좀 설명하고 반복해 주장하고 이제 그만 '연극'을 보여달란 말이죠. 연극은 스토리를 보여주는 무대의 예술 아닙니까. 단 두 줄로 쓸 수 있을 스토리를 가지고 그것도 같은 시선으로 계속해서 돌려보기를 하고 있으니 연극 보러 가서 졸음이 온 것은 처음입니다.

다섯째, 결국 결론은 교조적이라는 것입니다.
몇십년대 계몽연극을 보고 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왜 이런 연극이 만들어졌을지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느낀 것은 아, 정말이지 관객을 바보로 알고 있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내레이터가 '획일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획일적인 시각을 주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이미 결론을 내리고 극을 만들었지 않습니까? 반특법정은 이종형에게 유죄를 선언했습니다. 김리삼은 즉결처형을 당했죠. 민중들은 고통받았고 일본은 만주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이것들은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다시 조명하고 싶었다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줘야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이종형의 유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면 조금 더 그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어 의문을 제기하시던가요! 대체 극의 의도가 뭐였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잊혀져가는 만보산 사건을 알린 것이 유일한 성과랄까요. 그 또한 교조적이지 않습니까! 적어도 극장에 와서 앉은 사람들은 만보산 사건을 알 게 아닙니까?


위의 다섯가지 결함을 가진 본 연극은 무척 지루하고 극적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역사적 비극성을 고루 갖춘 실화를 두고도 이런 연출이 가능하다니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관객들의 표정이 어땠습니까? 연극을 보고 나가는 목소리가, 눈이, 연극을 보기 전과 달라져야 그것이 진짜 극의 힘이 발휘된 결과이겠죠. 희극이라면 즐겁게 빛나고 있어야 할 것이고 비극이라면 감정의 오르내림에 열렬해져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극은 아무런 울분도 해소되지 않는 긴장에 대한 스트레스 섞인 희열도 주지 않았습니다. 소통하지 않는 연극이라뇨! 차라리 세미나를 열지 그러셨습니까!

끝으로 이 연극에 대한 관람평을 이렇게 마무리 짓겠습니다. 무대 위 그 어디에도 '거대한 삶'이 없었다구요. 마지막에 화자가 수습하듯 모두 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던진 것이 전부였죠. 전혀 공감은 가지 않았지만요. '삶' 그 자체가 위협을 받던 시절에서 각자 자신의 그리고 동포의 삶을 구명하고자 발버둥치던 그 애타는 마음들이 없는 무대 위에서 내레이터가 결론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순간 이번엔 큰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적어도 저는 만보산 사건과 해당 인물들에 대해서 이런식으로 결정지어진 이미지를 가지고 싶지 않고, 극단이 권고하는 바처럼 여러 모로 생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귀 극단도 한번 재고해보는 것이 어떠십니까? 일본의 입장, 중국의 입장, 기자의 입장, 군인의 입장, 민중의 입장, 그 모두를요.
(사족같지만 중국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침식해오는 외국인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겠습니까. 핑계이겠지만 물길 위쪽에 개간지가 생기면 밭에 피해가 오긴 옵니다! 그들도 살자고 한 짓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냥,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방학 숙제용 리포트 써오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역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테니까요.

잘 보았습니다.
사실 기대는 전혀 안했고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어렵고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웃음의 여지는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마치 옛날의 진지하고 심각한 정통 연극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연극이라기 보다는 역사스페셜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해설자가 자주 등장하여 개요를 알려주시고 공부하는 심정으로 관람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해볼 거리들을 꽤 많이 던져주는 극이었고
의미가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대사의 반복(같은 내용을 반복)과
지나친 설명으로 극의 흐름이 조금 끊기는 측면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해설은 하지 않는 편이 극의 클라이맥스, 고민거리를 관객에게 여운으로
남겨준다는 면에서 좋을 것 같습니다.

시대는 1940년대 외세침략으로 힘들어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라없는 백성의 서러움.

왜놈들에게 부탁하는 우리조선인의 모습.
갈곳없는 조선인은 중국으로 가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개관한다.
조선인도 대일본제국의 식민이다. 그것을 핑계를 중국과 전쟁이 시작된다.

일제치하때의 역사극.
그러므로 더욱 가슴깊은 뭉클함과 여운이 남는 공연이었다.

조선의 억울한 사건들을 신문에 올리려 한다.
누군가에겐 한민족의 억울함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결과는 많은 인명피해를 입게 된것이다.

1930년대 흑백사진과 영상을 스크린에 보여주면서 상황에 맞는 모습을 잘 묘사해주었다.

쌀한톨이 귀했던 그들. 단지 먹고살기위해 서로가 힘을 합하고 노력해왔던 것이다.
조선인들과의 오해와 다툼. 결국 친일파라고 결정짓고 학살을 하고 만다.
독립운동가들은 일본인에게 저항했기에 그랬던 것인가.
나라의 피해를 입힌사람을 죽인건 죄인인가.

한.중.일은 결국 뜻하지 않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만주사건으로 역사에 남아있는 것이다.

한사건이지만 각자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어느누가 옳다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법적으로는 유죄라고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무죄라고 말한다.

그들은 살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그랬던 시대였던 것인가.
힘들었던 시대를 잘 반영해 주었다.

진지함속에 여운이 묻어있는 그들의 모습.
새로운 역사의 시간을 되돌리고 알게된 시간이었다.

타국에서 우리조상들의 일궈넨 거대한 발자취가 진정한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연륜있는 배우들의 모습도 편안하고 진실되게 보았다.

이종형...김리삼 그리고 만보산 사건 저또한 오늘의 공연이

아니였다면 몰랐을 역사의 현장 그.. 이종형 재판장에 배심원

으로 참관하고 돌아왔습니다.. 일본과중국의 밀담속에 힘없던

우리의 모습 정말 씁쓸했습니다. 그 켠에 있었던 김리삼 그의

행동이 과연 옳은 판단이였는지 또한 이종형 그도 정당한 행위

였는지 그 누가 알까요.. 짧은 시간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고마운 공연이였습니다..그리고 독툭한 투명스크린을 사용한 무대

정말 인상깊었네요... 마지막 스크린에 지금 대한민국의 늠름한

모습들 참 묘한 여운이 남네요.. 정말 배우님들의 수고가 돋보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