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미치광이이자, 얼간이이자, 스타이리스트이며, 평론가이다. 미치광이는 자료를 공급하고, 얼간이는 그것을 밖으로 나오게 한다. 스타일리스트는 취향을 불어넣고, 평론가는 지성을 반영한다. 이 중 첫번째와 두 번째만 있어도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

"교조적인 연극은 싫다. 나는 철학적이고 재치있는 연극을 사랑한다." (손택은 18살에 만난 파리에서 만난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불어를 할 수 없어 무슨 말인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글''을 무대에 올릴 때 스토리를 몸짓과 소리언어로 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가 영상이라는 장치를 통해 이야기와 함께 흘러가는 모습이 인상적. 처음엔 일기장 위에 휘갈기다가(일기는 작가가 자신에게 영웅이 되는 공간이다) 어느 시점 이후로는 타이핑 기계를 사용. 지드의 책을 잔뜩 짊어지고 와 무대의 손택과 영상의 늙은 손택이 책 제목을 하나씩 읊을 때의 리듬과 영상 위로 쏟아지던 지드의 책 제목들의 파장이 아름다웠다. 호수 위에 물수제비를 던지고 조약돌이 퐁퐁퐁 소리를 내며 잔잔한 파장을 내는 그런 느낌. 제작자의 의도로 자막의 70%만 나오는데, 지드의 책 이름을 활자로 읽어 머리에 새기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의미 깊은 공연이었습니다.
스크립트로 다 번역되지 않아서 놓친 부분들이 아쉽습니다.
책으로 나올 원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옆에 앉은 비만여성의 80분내내 드르렁 드르렁 코고는 소리와 가끔씩 깨어나서는 핸드폰을 확인하는 만행때문에 감동은 마침내 살기로 바뀌고 말았다. 날로 더해만가는 공연관람매너의 상실은 늘어만 가는 좋은 공연들을 잔인하리만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