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공연한다더라 또 볼것이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재관람!

오랜시간 연극에 몸 담았지만 그다지 비전도 실력도 없이 나이만 들어버린 선배와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였음에도 이론과 실전 경험 모두를 가졌고 오디션 마저 승승장구하며 커 가는 후배 사이의 갈등, 더 정확히는 눈치보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더 정확히는 잘 나가는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의 자격지심 또는 열등감의 표출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웬만큼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연극에서의 ''선배''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경험해보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열등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치고 올라오는 후배로 인하여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고, 괜한 치기에 충고 한 마디 했다가 더 똑똑한 후배로부터 본전도 못 찾게 될 때 역시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내용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 ''배우할인''에서 선배가 극 내내 보여주는 허세가 사실은 위기감이나 열등감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고, 나 또한 그러했다는 생각으로 그 선배에게 엄청난 감정 이입이 이루어진다. 물론 이 작품의 선배는 열등감이 지나치다못해 후배를 방해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긴 하지만, 그런 반응이 비록 유치하더라도 보는 이 또한 최소한 그런 생각을 해보기는 했으리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감정이 그에게 담겨진다. 그래서 상당히 재밌는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후배의 성장을 질투하다못해 결국 인정하게 되는 늙은 선배의 모습이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나중에는 안쓰럽거나 함께 슬퍼지기도 한다. 결국 연극 ''배우할인''은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 있는 사람에게는 ''나도 그랬었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아직 그렇지 않은 사람 역시 ''언젠가 그럴 수 있겠구나''하면서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주는 작품인 셈이다.
사실 가장 몰입하였던 부분은 질투에 눈이 멀어 후배의 연습을 매우 유치한 방법으로 방해하던 선배가 결국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여전히 후배를 시기어리게 쳐다보지만, 배우로서 삶을 살아가야하는 그로서는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제 데뷔한지 1년이 막 지난 후배는 어느새 1회 공연이 수백만 원을 받지만, 20년 동안 대학로를 지킨 그는 아마 결혼하기도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결국 생계라는 이름이든 이상이라는 이름이든, 그 나이 되도록 해오던 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배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업에서도 마찬가지일 터, 이 ''선배''의 모습이 몇 년 지나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꽤 깊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이 작품 ''배우할인''이 마냥 질투심과 시기에 가득 차 있기만하는 연극은 아닌 것이, 보는 내내 웃지 않는 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재미가 보장되는 코미디이기도 하다. 뭔가 아는 척하면서 후배에게 건넨 단어가 사실은 완전히 다른 의미였다는 것처럼 두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웃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밌었던 것은 둘이 함께 하는 연극이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꼬이면서 완전히 다른 결말을 연기하고 내려온다는 점이었다. 실제 연극에서도 저런 경우가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수습할까가 궁금해질 정도로 연극 ''배우할인'' 안에서 보여주는 ''꼬이는 연극''은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흐름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런 실수들이 도리어 후배에게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는 점까지 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흐름과 어울리면서, 나름의 재미를 주는 부분이 되기도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연극과 연기, 이 판에서 벌어지는 나름의 뒷이야기를 많이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건 마치 ''노이즈 오프''와 비슷한 부분이기도 한데, 물론 이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이 실제 연극판에서 벌어지는 일 그대로라고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을 궁금해하는 관객에게는 상당히 흥미롭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가령 무대 앞에서 배우들이 극을 진행하고 있을 때 등장하지 않는 나머지 배우들은 무대 뒤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준비를 하고 있을까, 극의 흐름을 놓치게 되면 언제 들어가야할지 헷갈리지 않을까, 대사를 씹거나 놓치거나 무대장치를 조작하는 스탭과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연극 ''배우할인''에서 그런 장면 하나하나를 세세하고 현실감있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을 묘사하면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럴 때 이런 상황까지 생길거라는 점을 보여주었던 것, 아주 흥미로웠다.

선배와 후배, 단 두 명의 배우로만 진행되는 2인극이니만큼 둘의 호흡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터이다. 이 연극 안에도 나오지만 서로 어떻게 연기와 감정을 주고받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무대가 만들어지기도 하지 않던가. 비록 연기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객석에서 바라보는 두 배우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태엽같은 인상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하고, 거의 대부분의 대사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진행해가는데 어느 곳 하나 어색하다거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없다. 유일하게 대사가 씹히는 곳이라면, 선후배가 함께 하는 연극에서 정말 대사를 씹어야하는 장면에서 정도랄까?? 그럴 정도로 그 많은 말들과 행동들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었으니, 이 정도라면 선배를 연기한 한규남 씨와 후배를 연기한 윤국로 씨의 호흡은 대단히 좋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공연 시작하기 전 극장 로비에 걸려있던 작품 소개를 보고서야 안 사실 하나, 원작은 ''극장 속의 인생(A Life in the theatre)''이라는 미국 희곡이란다. 선배 배우의 나이를 낮춘 것 정도 말고는 원작의 설정을 상당부분 인용했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배우할인''은 매우 한국스러운 배경으로 번안되어 있었다. 과연 원작은 어떤 내용일지, 이 연극에서 느낀 정서를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지. 한 번 보고 싶어졌다.

* 기록...
선배 - 한규남, 후배 - 윤국로. 연출 - 오승욱, 번안/각색 - 신성우.

말만 앞서고 도태되는 선배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론 짠하더라구요.
새로운것에 밀려나는 오래된 것들..
배우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고 전전긍긍 하는일이니까요
연극을 보면서 앞으로도 쭈욱 전전긍긍은 할지언정
연극속의 선배처럼 고여있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파크 이벤트 당첨되어서 본건데, 기대도 안하고 보러갈지말지 고민했는데,너무 잘 보고 왔어요.
2인극이지만 흡입력 있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네요.
저런 분들이 진정한 배우구나란 생각이 들게끔 연기들도 정말 좋았어요.b~

재키찬님이 양도해 주신 앵콜 배우할인 보고 왔어여^^

대학로 변두리에 위치해 있는 나온씨어터라 혹시나 연극이 별로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한방에 날려 보냈다 대학로 연극 판에서 잔 뼈가 굵은 선배와 신선한 페이소스를 가진 후배 사이에 벌어지는 대화와 갈등이 주 내용이었다 우선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두사람의 공통점은 무대뒤에 보여지는 자신들의 뒷모습이 어떻게 보면 진실일 수 있는데 많은 캐릭터와 인간군상이 그 연극에 함께 하는 것 같아 선배의 말처럼 연극판은 인생과 같다라는 말을 표방하고 있는듯했다 특히 선배역을 맡으신 배우님은 2인극 연기상 수상까지 하신 뛰어난 연기를 자랑하셔서 고무되었다 정말 루저 같이 후배를 샘내는 걸 보고 찌질하다고까지 생각하게끔 한 리얼한 연기 일품이었다 후배역을 맡으신 분은 관객인 저와 아이컨택트를 하실 만큼 여유로우셨습니다 극중에 나오는 변강쇠, 입센 로랑의 인형의 집, 병원 수술 연기,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고도를 기다리며까지 다채로운 연극 속의 연극을 보여주어서 신선했고 배우의 뒷 모습이 보이는 무대 뒤가 실상은 우리가 지켜보는 무대라는 점에서 역시 신선했습니다 맨오브 라만차가 꿈이었던 후배가 맨오브라만차 넘버를 부르고 조승우와 홍광호와 유준상과 함께 저녁 먹으러 간다는 말에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 승승장구하는 배우를 보며 손목을 그을 만큼 실망하는 선배의 사정도 이해가 되긴 했으나 결국은 후배의 미래를 빌어주는 선배의 배려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