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본 열녀춘향보다 망루의 햄릿이 더 난해한 것 같네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햄릿을 읽고 갔음에도 드라마적이지 않은 내용이라서 그런지 제가 이해하기는 어려웠던거같아요ㅠㅠ 임재범의 고해가 제목은 바뀌었는데 노래는 그대로이고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어서 약간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공연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관련된 극이다. 이들은 원작 <햄릿>을 조각조각 파편화하여 우리만의 현대적인 에피소드들에 찔러 넣는다. 그렇게 생성된 에피소드들을 뒤죽박죽 섞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보여주는데, 이때 눈에 띄는 점은 암전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첫 에피소드에 나오는 극중극의 커튼콜을 제외하면 에피소드들이 전환되는 모든 장면이 환한 조명 아래서 진행된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진행될 때 그 장면에 등장하지 않는 배우들은 무대 테두리에 모여앉아 마치 공연 연습을 구경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웃으며 관람한다. 이 공연의 무대는 제목에 나타나 있듯 망루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극단의 작품설명에 의하면 이 ‘망루’라는 단어가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1차적으로는 무대의 형태인 망루,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또는 잊어버린 눈물’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망루를 한자어로 바꿈으로써 부여된 의미인데, 극단은 <망루의 햄릿>이라는 작품이 우리나라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햄릿을 통해 이야기함으로써 우리가 잊고 있던 기억과 상처를 들춰내는 역할을 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예매시 1~4열까지의 좌석을 제외하고 5열부터 판매한다는 안내사항을 보고 ‘무대를 꽤 앞으로 끌고 나오겠구나’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코앞에 무대를 세워놓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대의 형태는 이제 막 건축하기 시작한 철근뿐인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이고, 뒤편 중앙에 뚫려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가장 벽 쪽에 설치된 높은 무대가 있는데, 그 공간은 첫 에피소드에만 사용되고 이후에는 영상을 띄우는 역할만 하게 된다. 영상의 내용은 대사와 삽입된 가요들의 가사가 대부분이었다. 노동자, 정치인, 군인, 경찰, 노란 우비를 입은 시위자 등의 여러 캐릭터들은 그들의 의상으로 우리에게 묘한 아이러니를 제공한다. 의상뿐만 아니라 극 중 삽입된 ‘고해’, ‘동행’등의 가요들도 극의 내용과 묘한 접점을 가진다. 또한 런던 올림픽 펜싱경기에서의 오심과 한일전의 결합, 언론을 상징하는 마이크를 칼처럼 휘두르며 서로를 죽고 죽이는 배우들, 토론 장면에서 보여지는 재개발 문제와 매스미디어의 폐해 등 무대 위의 배우들은 그 어떤 것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관객들은 그 속의 숨은 사건 사고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잊고 있던 문제들과 다시 한 번 마주치게 되고,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린다. 작품의 프로그램북 맨 앞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진실이 묻히면 눈물은 계속된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많았고, 너무나도 낯설고 어려운 구성의 작품이라 마음 깊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망루’라는 극단의 이러한 의도는 매우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한 번만 더 보고, 더 깊이 받아들이고 싶은 작품이다.

"망루의 햄릿" (부제:The Lost Tears in HAMLET 원작:윌리엄 셰익스피어 창안,연출:김현탁 출연:이진성, 김미옥, 성석주, 김명섭, 신현진, 김성혁, 김동훈, 김유현, 이송희 제작:극단 성북동비둘기 극장: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별점:★★★★☆) 고전의 해체 및 재구성 작업이 특징인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햄릿" 을 각색하여 무대에 올렸다. 먼저 극장의 객석을 4열까지 없애고 바닥을 높여 마치 망루에 있는 느낌을 들게 만든 무대가 인상적이다. "햄릿" 에도 있는 극중극 형식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햄릿" 의 대사만 일부 가져와서 현재의 사회문제를 접목시킨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얘기가 진행된다. 이 극단의 예전 작품에 비해 쉽게 다가온다. 특히 다양한 음악의 사용이 좋았다. 꾸준히 고전의 재해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