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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피오르가 대학로 소극장 동국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 개고기숲(극작 김성민, 연출 임후성,배우 승의열,김시영,김동형)은 무거운 주제를 중력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풀어나간 수작이다. 삶과 죽음, 몸과 마음에 대한 끈질긴 탐구와 생의 비의에 대한 천작은 김성민 작가님과 임후성 연출가님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탄탄했다. 일인 다역을 소화해 내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각각의 역할에 몰입하여 연기한 점은 미덕이고, 특히 김시영 배우의 김정이입 연기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이하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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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생각날 것 같은..... 잔잔하고 슬픈....

이벤트로 본게 미안할정도....

리플렛에 소개된 시놉시스와 출연 배우님들의 면면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 대학로 극장 동국을 찾아 평일 저녁 8시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아버지와 둘이 살던 반지하방에서 혼자 지내며 틈틈이 글을 쓰는 하반신마비 장애를 가진 민성과 폐렴을 앓고 있는 술집 종업원 연화의 1년동안의 기묘한 동거가 기근에 허덕이던 마을 숲속에서 개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며느리와 시아버지를 찾아온 탁발승의 이야기와 중첩되면서 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독특한 극중극 전개 구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의자와 옷걸이, 어지럽게 늘어놓은 작은 생활 공간을 재현한 무대는 마치 인간의 욕망과 복잡하고 변하기 쉬운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가 떠도는 반지하방의 냄새를 견딜 수 없어 떠나기로 결심한 연화를 붙잡기 위해서 민성이 지어낸 [개고기 숲] 이야기로부터 두 사람의 전생의 업이 현생으로 이어져 하반신마비와 기침으로 고통받는 업과 환생이라는 불교의 윤회 사상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져도 삶과 죽음, 몸과 마음에 얽매여 사랑과 이별을 되풀이하며 고통받는 인생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현대인들의 번뇌와 인간 존재의 이유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누구이며, 왜 여기 이렇게 있는가라는 레종 데뜨르에 대한 정답이 없는 질문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인간을 고뇌하게 만들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인간을 인갑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흐르며 끊임없이 선택하고 후회를 반복하는 기억이 쌓여가며, 생을 얻어 태어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으로 힘들고 고단한 삶을 위로받는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야기와 대사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몸과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인간의 태생적 한계와 전생의 업이 쌓여 고통받는 깊고 어두운 바다속을 유영하는 듯한 절절한 슬픔과 고독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체가 비극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여운이 남는 결말도 좋았습니다.

벌레처럼 방안을 기어다니는 민성과 욕망에 충실한 시아버지역을 오가며 깊이있는 연기를 보여주신 김동형 배우님과 냉정과 정열의 사이를 오가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신 김시영 배우님의 감정적인 연기도 좋았습니다. 공허한 설법을 늘어놓는 냉정한 관찰자역의 승의열 배우님의 안정적인 연기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어렵고 난해한 작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각자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에 대한 증명을 통해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수작으로서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멋진 무대를 선보여주신 배우님들의 열정과 친절하게 맞이해주신 극단 피오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는한, 순간의 예술인 연극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개고기 숲>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