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있는 흔치 않은 공연장이라 반가운 마음과 기대를 안고 입장~? 전에 이 공연장에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공연을 너무 감명 깊게 본 터라 이번 공연도 내심 기대가 컸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추니설화를 모티브로 한 남녀 2인극이었는데 사실 2인극을 완성도 높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남녀 혹은 인간관계를 심도 깊게 잘 다룬 수준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낙원" (작:김주희 연출:임범규 무대:박성찬 안무:양은숙 조명:신동선 음악,사운드:민혜리 촬영:김기성 출연:안주영, 김보라 제작:프로젝트1인실 극장:창동극장 별점:★★★☆☆) 제1회 창동아트페스티벌 두번쨰 작품이다. 지역 공연장 에서 이런 페스티벌이 열리다니... 특히 우리 동네에서 하는 거라 더 흥미가 생기고 관심이 간다. 앞으로도 계속 되기를 응원한다. 이력을 살펴보니 김주희 작가님은 매진이 되어서 아깝게 놓졌던 2018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연극 중에서 "마르지 않는 분명한 묘연한" 을 쓰셨던 분이다. 전부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무대 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추니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인간이 짝을 찾는 것은 원래 한 몸 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한 몸 이었던 남녀가 갈라 지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무대, 조명, 음약은 좋았는데 스토리가 좀 난해하다. 미장센이 좋아서 별점 1개 추가! "툇마루가 있는 집" 에서 인상 깊었던 김보라 배우님의 연기와 움직임이 좋았다. 프로젝트1인실을 응원하며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남자 ''가''와 여자 ''나''가 하나였다가 둘,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마치 샴 쌍둥이나 연리목(連理木)과 같이 두 대상이 하나가 된 대상들이 연상되면서, 과연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고, 하나였다가 둘이 된다면 과연 그 대상의 심리상태, 다시 말해 그 맛은 과연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Your taste. 너를 맛봄으로 얻었던 낙원. 그러나 낙원은 유한하며 ‘낙’, 추락한다.
남녀추니. 플라톤의 [향연]에 실린 추니 설화가 모티브. 부조리극이되 현대적인 부조리극이었다. 극의 서막과 중요한 분기점에는 무용연출이 활용되었다.
초록빛과 하얀 빛으로 연출 활용이 높다. 초록빛은 부정적인 색으로 절망과 같은 빛. 하얀 빛은 분위기 전환으로 자주 활용되었다.
직사각형의 틀은 단순한 ‘창’을 의미하기도 했다. 갈라지는 ‘이별’을 의미하기도 했다. 반대로 먹음으로 온전한 우리가 되는 ‘합쳐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타인과 타인을 잇는 매개체이자 갈라놓기도 하는 이 극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다.
대사의 디테일함이 돋보였다. 여자 ‘나’는 먹히기 전에 ‘우리’라는 표현을 썼고 남자 ‘가’는 우리 대신에 ‘너와 나’라는 표현을 썼다. ‘너와 나’와 ‘우리’는 동일한 표현이지만 화용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달하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거리가 있는 듯한 ‘너와 나’.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듯한 ‘우리’. 이런 하나의 단어들이 중요하게 활용되어 인물들을 더욱 대립성 있게 보여주었다. 물 없는 물고기, 실뱀 같은 비유들도 대사에 흥미를 더했다.
‘트림’을 결말의 복선으로 삼아 불길한 결말을 암시했다. 위기를 비바람 치는 폭풍우 소리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만 두 가지 아쉬웠던 것은 여자 ‘나’의 노트가 백지였다는 것. 무엇인가 쓰여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두 번째로 나무가 부러짐에 따라 인물들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 모티브가 되는 설화의 이야기를 모르는 상태였다면 이야기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극단적 캐릭터 창작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대에 이르러 둘은 하나의 개념과 그 심리적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흔한 예로 ‘부부’를 떠 올릴 것이다. ‘우리’라는 표현은 개인주의가 생활화되는 곳에서 활용 빈도가 줄어들고 개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가’처럼 너와 나만이 지금의 우리를 표현하는 적절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가’처럼 우리가 되었을 때 진정한 행복을 깨닫고 변화된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된다. 그 시간은 유한하여 우리가 다시 너와 나로 사라질지라도 깨달았던 이는 자신의 살점을 먹으며 ‘우리의 때’를 간직한다. 둘임에도 허무했고 ‘너와 나’였기에 ‘우리’가 되고자 원했던 이야기. 현대의 상호소통에 있어 발생한 부조리에 대해 ‘먹는 행위’라는 근본적이며 강렬한 방법으로 드러낸다.
혼돈의 지옥이 낙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그 곳에는 ‘너와 나’, 이 두 명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절대적인 것으로 갈라졌지만 서로를 완전히 잃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 ‘너와 나’도 아닌 ‘나’만이었다면 온전한 혼돈의 지옥이었을 것이다. 둘이었음에 감사하며 짧은 낙원이라도 볼 수 있었기에 긍정하고 ‘우리’를 깨달을 수 있어서. 좋은 작품을 보여준 김주희 작가님과 임범규 연출자님께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