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 안내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공연은 때마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읽고 있는 초등학생 딸을 위해 선택한 공연이였다. 워낙 두껍고, 난해한 부분이 있는 책이라 도움이 될까 싶어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보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과는 전혀 무관한 스토리와 형식의 작품이였다. 공통점을 찾는다면 자유로운 영혼들의 이야기랄까... 그동안 대학로에서 봐왔던 공연과는 전혀 다른 포퍼먼스가 강한 작품이였다. 연극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배우들의 즉흥적 감정 표현이 무척 세밀하게 보여지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배우들이 피나는 연습을 통해 치밀하고, 완벽한 호흡을 맞추다 보니 즉흥적인듯 보이지만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신뢰가 들었다. 이 공연이 특별한 건 배우들의 호흡이외에도 보더콜리종의 개가 등장하는데 이 개의 연기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명견배우 수준이다. 사실 이 작품은 배우의 대사없이 성우들의 내레이션과 배우의 해설로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배우들의 상상적 몸짓 연기가 조금은 난해하고 지루하게 느끼지는 부분들이있다. 그럴때마다 한번씩 분위기를 환기하듯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개의 등장은 무척 반갑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딸 아이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믈어보니,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다고 했다. 무척 특이한 경험이였던 건 사실이다. 관람연령이 만 8세 이상이니 아이들과 지적 사유를 원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색의 계절 가을이다. 어쩌면 들떴던 여름날의 기운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남은 계절의 계획을 채워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면, 또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싶고,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이 연극 보고, 더 많은 삶의 영감을 얻지 않을까...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아직까지도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신 것 같은 공연의 여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