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평범하면서 특별한 이야기, 연극 <짜장면>

80년대를 배경으로 옛 추억에 흠뻑 빠져볼 수 있었던 연극 <짜장면>입니다.

올해 나이 서른 다섯, 연극의 배경은 1988년은 제가 초등학교 1~2학년을 보내던 시절이에요.

88올림픽 꿈돌이 마스코트와 굴렁쇠 소년이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고,

연극 무대 속의 500원짜리 짜장면은 제 또래의 고만고만한 친구들에겐

일 년에 딱 한 번 초등학교 운동회 때나 돼서야 엄마가 큰 맘먹고 사주시곤 하던 특별외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옛 추억에 흠뻑 빠져서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의 막이 오르기를 기다렸습니다.

연극 짜장면의 타이틀이 왜 <보통 사람들의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이야기>인지는,

연극을 보신 모든 관객분들이 다 함께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88년 구로동 변두리의 한 동네를 배경으로, 결코 주류인생이라고 할 수 없는 삶들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120분 한 편의 연극 속에서 잘 담아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소매치기 <만재>라는 동생과 함께 중국집을 차려 새출발을 시작한 <나성기>,

외국에 유학갈 정도로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부모님의 사업 실패와 갑작스런 죽음으로

몸이 팔려 다방으로 온 <장미란>,

돈 벌어서 잘 살아 보겠다며 스스로 다방 티켓걸이 된 <순자>와

학생운동을 하다가 고문을 받고 바보가 되어버린 <백원만>까지...

모두들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가슴에 품은 채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요.

그러면서 서로를 아껴주고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의 오늘을 보고, 또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배우분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에 정말 박수를 보냅니다.

‘어머나~’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액션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아무리 호흡을 잘 맞추었다지만, 몸에서 멍이 없어질 날이 없을 것 같아 보이더군요.

진솔한 연기를 아픔과 충격을 더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소극장이 가득 찰 정도로 짜장면 공연장을 찾은 관객분들이 참 많았는데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이 너무 좋아서 연극을 하고 계시다는

“극단 영화” 대표님의 카리스마 너무 멋졌습니다.

오픈런으로 항상 대학로에서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연극 짜장면은 4월 13일로 막을 내린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앵콜 공연, 혹은 또다른 멋진 작품으로 돌아올 극단 영화를 기다리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