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고 난 후기는,

'희극와 비극은 종이 한장 차이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내 머리는 이 정도의 수준밖에 꺼내지 못한다. 아무래도 누가 말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 초반부에는 약간 듣기 힘든 노인 특유의 '웃어주어야 하는' 개그에 민망했다. 이 상태로 두시간이 진행되는 건가 하고 난감해하고 있었지만,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 슬슬 다시 루즈해질때쯤 본 이야기가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관객들을 내려친다. 그리고 적당히 마무리를 한다.(전에 본 뮤지컬 '봄날'이 너무 마무리를 길게 끌었던 탓에 이번에는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내용은 그래서 '염쟁이'라는 일을 하면서도 시시껄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던 배우가, 마지막에 급격히 비극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구성을 통해서 나는 결국 죽음과 삶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보았다. 껄껄 웃다가도 갑자기 죽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의식이라고 생각된다.

몇 가지 더 하자면,

1. 역시 배우는 배우다.

처음에 말했던 대로, 특유의 별로 웃기지도 않는 개그에 웃어줘야만 했던 나는, 극이 점점 진행되면서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 역시나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비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배우의 모습에 감탄했다. 역시 배우는 배우다.

2. 모노드라마는 힘들다.

모노드라마 중에서도 이 극은 한 사람이 여러 인물(12명인가)을 연기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것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배우는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누군가 같이 연기하는 배우가 있으면 자신이 실수하더라도 어느 정도 묻어갈 수도 있고, 같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혼자 연기하는 것은 모든 관객들이 시종일관 자신만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한 순간도 실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매번 시험을 치는 느낌이 아닐까.(시험은 보통 혼자 쳐야 하니까 말이다.)

3. 소설원작인것 같다.

내가 착각했던 탓도 있지만, 옛날에 나온 단편소설을 보는 느낌이었다. 연극이니까 초반부는 재미있게 하고, 후반부에 본 이야기를 삽입한 듯한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뽑아낸 주제의식인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이외에도 연극 자체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염쟁이의 눈으로 해석한다.'라는 의식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초반부와 중반부도 의미가 있는 스토리라인이었다.

또한 약간 아쉬웠던 점에도 해당하는 것인데, 배우가 빠르게 대사를 하는 부분의 내용들이 마치 판소리 소설에서 나올 듯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대략 표현하자면 '누구는 뭐 하다가 죽고 누구는 뭐 하다가 죽고~'하는 부분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관객들이 잘 못 알아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하면, 배우의 그 대사를 듣고 웃어야 하는데 반응이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에서는 잘 웃었다.) 아니면 웃어야 하는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반응을 듣기도 전에 너무 빨리 지나가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