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어웨이크닝>의 주인공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한창 물이 오른 스타 배우들 보다 주인공 ’벤들라’를 꿰찬 무명의 신인 여배우에 주목했다. 경력이 전무하지만 도자기 같은 피부에 자그마한 체격, 카나리아 같은 목소리만으로도 사춘기 소녀 벤들라가 떠오르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녀와 함께 ‘멜키어’ 역을 맡은 주원은 180cm가 넘는 큰 키에 김무열을 잇는 단단한 연기로 이목을 끌고 있다. 그간 <스프링어웨이크닝> 언더스터디 배우로 충분한 시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한번에 분출하는 그는 지금  누구보다 눈빛이 반짝인다.
이렇게 해서 김유영과 주원은 매일 저녁 어른의 껍질을 벗고 사춘기의 몸살을 앓는 소년 소녀가 된다. 나이에 비해 한참이나 당찬그들을 <스프링어웨이크닝>  공연장에서 만났다.

"오디션 때 서로 눈에 띄었죠"

이제 공연 중반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워낙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으며 출발을 했는데요.

김유영 그동안 3개월을 공연 하다 보니 익숙해 지는 면도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올 때도 있어서 힘든 시기도 있었고요. 요즘은 파트너가 주원씨로 바뀌면서 새롭게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극복한 것 같아요.

주원 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부담감이 많았어요. 막내에 속한 나이와 경력인데 극을 이끌어가야 하고, 새로 투입되는 것이라 다른 배우와 섞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했죠. 지금은 점점 마음이 편해지고 있어요.

주원씨는 김무열씨의 바통을 이어받았어요.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주원 나만의 멜키어를 만들 수 있고 캐릭터를 꾸준히 구축해나갈 수 있는 점, 무엇보다 배우들과 하루종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아요. 공연이 끝나서도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는 것, 이건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무대에 서지 않았을 때는 끼질 못했거든요(웃음).

김유영 이런, 아무도 왕따 시키지 않았는데(웃음). 그런 생각 하는지 몰랐는데요.

주원 다른 배우들은 당연히 모르지만 저 혼자 이야기할 거리가 없었던 거죠. 지금은 같이 공연하니까 그런 점이 없어졌어요. 처음에 언더스터디가 됐을 때 정말 기뻤어요. 작품이 좋아서 마냥 좋았거든요.. 무대에 못 서면 어때란 생각이 있었고.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고 역할도 하고 싶은 거에요. 관객에게도 보이고 싶고 스탭들에게도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든 언더스터디 하는 배우들이 그럴 거에요. 저도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줄 기회가 없으니까 답답했어요. 나중에는.

<스프링…>은 개막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에요. 신인으로 이 작품 오디션에 도전하게 된 과정이 어땠나요.

김유영 작년 오디션에 도전할 때 23살이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나이에 맞춰 순수함을 찾고 그 시기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나이가 더 들면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부산에 살고 있었는데 독한 마음을 먹고…악바리처럼 했다고 해야 하나요?(웃음) 주변에서 그러시더라고요.

주원 그렇게 보였어요. 오디션 볼 때 제일 눈에 띈 사람이 유영이 누나였어요.



어떤 점에서 눈에 띄었는데요? (웃음)

주원 눈에 띄었어요. 그냥. 제가 계약을 하러 갈 때 벤들라 역할을 누가 할 것 같냐고 물어봤을 때 저만 맞췄대요. 그 당시 눈에 광채가 났어요. 죽기 살기로 하는구나, 생각날 정도로. 그리고 혼자 오디션 볼 때 영어 가사를 다 외워서 온 사람이에요. 아무도 안 그랬거든요. 거기에서 저 사람은 되겠다, 생각했죠.

김유영 주원씨는 워크샵 때 제 파트너였어요. 이 친구가 그 당시 다른 공연 중이어서 워크샵에 참여하진 못하다 마지막날 처음으로 맞춰봤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 맞춰주는 거에요. 많이 못했기 때문에 얼버무릴 수도 있었는데…참 대단하다, 실력있다, 생각했어요.


주원 사실 오디션 보기 1년 전부터 이 작품을 알았어요. 노래가 정말 좋더라고요. 그런데 오디션 공지가 떴을 때 전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고민이 많았죠. 한번에 두 가지를 잘 못하거든요. 하지만 작품이 너무 좋으니까 욕심을 낸 거였어요.

사춘기에 빠진 악바리들

첫 공연은 남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김유영 사실 전 기억이 안나요. 무대 경험도 없는 상태인데다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요. 게다가 첫날이 프레스콜이었죠? 기자분들이 너무 많이 오셨더라고요(웃음) 내가 부족한 걸 알지만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자, 내가 연습할 때 했던 것처럼 열심히만 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주원 전 7월 말에 첫 공연을 가졌는데, 기억이 저도 나질 않아요(웃음). 첫 공연은 다 그런가 봐요. 저는 침도 못 넘기고…다른 배우들은 등장할 때 여유롭게 바라보다 앉거든요. 저 혼자 쿵쿵 걸어가서 털썩 앉았어요. 주위에 아무것도 안보이고 오랜만에 조명을 받으니까 눈은 계속 껌벅거리고…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있었지만 어떨결에 아무 생각 안 하고 했었어요. 1막이 끝나고 물어봤죠.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요?라고(웃음).

김유영씨는 김무열씨에 이어 주원과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주원씨와의 무대는 어떤가요.


김유영 주원씨는 언더스터디였지만 멜키어를 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거든요. 전혀 부족함이 없었어요. 제가 배울 점도 많았고요. 특히 대사전달력이 뛰어난 점도 제가 배우려고 노력한 점이에요. 첫 날에 ‘날 것’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게 느껴졌거든요. 저에겐 자극이 되고 좋았어요. 그리고 저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더 편한 건 있어요. 진짜 친구 같고요.

주원씨가 보는 김유영씨는 어때요?

주원 누나는 욕심이 되게 많아요. 이즈음 되면 놀만도 하잖아요. 3개월이 지났고, 웬만한 공연은 다 끝나는 시기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대본을 손에서 안 떼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계속 공부하는 거죠. 그 정도로 배역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되게 많아요. 상대방과 맞추는 씬에서 상대방이 잘못하면 못 참는 스타일이에요. (이 말에 김유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야기 하는 편이에요. 철저하게 배역에 임하는 사람이라 아파도 아픈 티를 안 내죠. 티를 안 내는 게 아니라, 그 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거에요.

파격적인 연출에, 파격적인 장면도 있어요. 배우 입장에서 매일 저녁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김유영 처음엔 힘들었어요. 사실 제일 부담됐을 때는 연습 때…그땐 실제로 하진 않고 공연에 들어갈 때 즈음 했는데 부담감이 굉장히 심했어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거든요. 노출 뿐 아니라 데뷔작이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문제되지 않아요. 작품에 꼭 필요한 장면이고 동화가 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놓게 됐어요.

주원 전 엉덩이 노출이니까요. 제가 멋있는 엉덩이를 가졌으면 좋겠지만 통통한 엉덩이를 가졌죠(웃음). 전 오히려 누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누나가 힘들어 하는 게 보였고, 제가 여자 입장이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작품이 하고 싶고 탐난다 해도 신인이기 때문에 막상 해보라고 하면 못하거든요. 누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집중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느꼈어요. 누나가 놨구나. 공연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주원씨는 현재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김유영씨는 부산에서 상경해 생활하고 있고요. 공연을 제외한 일상은 어떤가요.

주원 아무래도 학교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과제, 시험도 있으니까 쉽진 않아요. 어제도 늦게까지 레포트를 쓰다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무슨 생각이냐면요, 이번 한 학기 공연하면서 잘 마치고 나면 제가 좀 더 성숙해 질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바쁜대도 일을 잘 해냈구나, 나는 열정적으로 사는 소년이구나(웃음).

김유영 전 공연 없는 날엔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요. 어디 멀리 가진 못하지만 소소한 데에서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함께 공연하는 친구들을 공연 없는 날에도 만나서 수다 떨고 그래요.

올해 많은 주목을 받는 배우가 됐습니다. 앞으로 배우로서의 자기 모습을 그려 나갈텐데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김유영 지금 고민이에요. 나는 어떤 배우가 돼있을까,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게 맞는걸까 스스로 묻고 있어요. 어떤 분야를 하던 진실성을 가지고 늘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고 연륜이 생기면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이 채워질 것 같거든요.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고 다양한 분야와 역할에 도전하면서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주원 전 이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데뷔했을 땐 많은 분들이 정말 애기같다고 했어요. 지금도 어리단 소린 듣지만, 예전보단 성숙해졌다는 말도 듣거든요. 이 다음번엔 좀 더 어른스러워졌다, 그 다 음번엔 멋있어졌다, 섹시해졌다는 그 나이에 맞는 매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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