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하리만큼 추운 날씨지만 공연 열기만은 수그러들지 않은 대학로.
그 곳에서 <자나, 돈트!> 연습에 한창인 배우 김호영과 이진규를 만났다. 인터뷰 사진촬영 중에도 넉살 좋게 농담을 풀어 놓는 김호영과 그 옆에서 묵묵하게 사진을 찍는 이진규는 자세히 보지 않아도 여러 면에서 서로 끝과 끝에 서 있는 성격으로 보인다. 이들이 뮤지컬 <자나, 돈트!>에서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을 찾아주는 매치메이커 ‘자나’ 역을 함께 맡았다는 건 재미있는 사실. 역시나 이들은 작품을 흡수하는 방법도, 풀어나가는 방법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풀어 나가고 있었다. 메이저와 마이너,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편견을 보란 듯이 뒤집어 버리는 뮤지컬 <자나, 돈트!>의 동갑내기 두 주인공 김호영과 이진규를 만난다.

동성애가 정상인 세상의 매치메이커 마법사 역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이진규(이하 이) 어렵고 힘들겠다, 이 생각을 했다. 워낙 새로운 이야기 아닌가(웃음).
김호영(이하 김) 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지?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동성애를 이해 하려고 시늉을 한 게 아니라, 상황을 완전히 뒤집은 것 아닌가.

진규씨는 약간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웃음).
이 지금은 즐기면서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내가 가진 성향과는 반대라.
김 이건 본인 생각일 뿐인 것 같다. /이 하하하
김 옆에서 봤을 땐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실 이 작품이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누가 더 여성스럽거나 남성스러운 면이 없다. 사람과 사랑 이야기이니까.

김호영씨는 <갬블러>의 지지나 <렌트>의 엔젤처럼 여장남자 역할을 자주 해왔다. 자나를 그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은데.
김 여장남자 역할을 많이 맡다 보니 내가 연기할 자나를 미리 예상을 해버리는 분이 계실 수 있다. 아마 무대에서 보시면 예상이 깨지지 않을까 한다. 자나 자체는 성 정체성이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다. 본인보다는 남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데 행복을 느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연습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김 이제 다들 적응을 완전히해서 재미있다. 극 중 자나가 마술을 써서 이성애자들이 많은 세상으로 바뀌는데, 오히려 남녀 커플이 생겼을 때가 더 어색하더라(웃음).
이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성애자들의 세상에 동성애가 나오는 게 아니라 동성애가 정상인 세상이기 때문에 다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다. 요즘은 어떤 무대가 될지 기대되고 설렌다.
김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순간의 10분 전, 혹은 10초 전엔 전혀 다른 상황이나, 다른 세계였을지도 모른다고. 누군가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세상일 수도 있다고.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다.
김 <자나돈트>라는 작품이 나에게 이렇게 영감을 준다(웃음).
이 와...언제부터 이런 생각을…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김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상상력이 풍부해졌을 거다. 관객 분들에게도 여러가지 감성을 전달해 줄 것 같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도 가실 땐 내 주변의 사람들, 혹은 세상에 대해 한번쯤 뒤집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같은 배역을 맡았는데, 두 사람의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다. 무대에서의 모습도 다를 것 같은데.
이 많이 다른 모습은 맞을 것 같다. 난 좀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자나가 나오지 않을까?
김 그건 전적으로 이 친구 생각이다(웃음). 밝고 순수한 자나의 모습을 이 친구는 자신은 모르지만 가지고 있다.
이 하하 어쨌든 우리 둘은 서로 색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무대 연습하는 모습도 많이 다르다. 호영이는 적응력이 굉장히 빠르다. 난 이것저 것 입어보고 벗어보느라 느린 편이고.
김 서로 참 스타일이 다른 건 확실하다. 진규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쌓아간다. 반면 난 결론까지 한번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이 만화책을 한 권 읽어도 호영이는 1초에 한 장씩 넘겨서 다 읽고, 난 한 페이지를 이 친구가 한 권 읽는 속도로 읽는다(웃음)

노틀담의 꼽추 이후 두 번째로 다시 무대에서 만났다. 서로에 대해 말한다면.
이 공연계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내 주위에 이렇게 뛰어난 친구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항상 이 친구의 섬세함에 놀라곤 한다. 예를 들어 100M 달리기를 전력 질주 해도 호영이는 주변에 뭐가 있는지 다 기억한다. 난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웃음). 무대에서든 무엇이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떤 것을 빠르게 찾아낼 때면 가끔 소름 끼치기도 할 정도다. 배울 점이 많고 되게 자랑스럽다. 솔직히 난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이 친구가 먼저 다가와줬을 때 기쁘기까지 했다(웃음).

김 진규는 다른 뮤지컬 작품들도 많이 하고 그 사이 군대도 갔다 오는 사이 굉장히 성숙해져 있었다. 배우라면 자제하기 쉽지 않은 여러 감정 표현을 과장하지 않고 표현한다. 목소리도 미성 속에 허스키함을 가지고 있고, 진실함도 가지고 있다. 창작 뮤지컬을 많이 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내공이 쌓여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만약 두 사람이 극 중 자나처럼 마술봉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 같나.
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나를 돌아보고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찾을 것 같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을 위해 마술도 쓰지 않겠나.
이 누구와 결혼하는지 미리 좀 볼 것 같다. 궁금하지 않나(웃음). 그나저나 그 마술봉이란 게 나에게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자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스스로를 좀 챙겼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행복만을 위할 게 아니라. 자나야..다른 사람의 행복도 좋지만 너도 좀 챙겨~
이 그 마술봉 나 좀 줄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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