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웨스트 엔드는 행복한 한 해를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발표된 SOLT(The Society Of London Theatre)의 2007년 보고서에 있는 의미있고 긍정적인 수치들이 오늘날 웨스트 엔드의 건강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관객수의 증가이다. 지난 해 웨스트 엔드에는 약 1천 3백6십만(13,636,540)명이 공연장을 찾으며 이는 2006년에 비해 10.4% 늘어난 수치다. 지금까지 웨스트 엔드 역사상 가장 많은 티켓 판매 기록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작년의 높은 관객 증가율의 원인으로 <위키드(Wicked)>, <스패멀랏(Spamalot)>, <더티 댄싱(Dirty Dancing)>,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헤어스프레이(Hairspray)> 등 흥행성이 좋은 신작 뮤지컬들의 웨스트 엔드에 진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TV 공개 오디션으로 사전 인기몰이를 했던 <조셉(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과 <그리스(Grease)>가 젊은 관객들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극도 흥행작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영화 해리 포터로 유명한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출연했던 <에쿠우스(Equus)>, 패트릭 스튜어트 출연의 <맥베스(Macbeth)>, 이언 맥켈런이 출연했던 RSC의 <갈매기(The Seagull)>와 <리어왕(King Lear)>, 내셔널 시어터의 <워 호스(War Horse)> 등이 두각을 나타냈던 작품들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티켓 판매의 2/3가 뮤지컬 공연인 것을 놓고 연극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뮤지컬 편중 현상’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작품 수만을 비교했을 때 뮤지컬 45편, 연극 108편으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극들이 웨스트 엔드에 올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뮤지컬 편중현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0년 웨스트 엔드의 진기록들

올해는 웨스트 엔드의 주요 극장들 연합인 SOLT(The Society Of London Theatre) 100주년의 해로,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웨스트 엔드 공연 및 극장들의 놀라운 기록들이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 흥미로운 기록들을 살펴보자.

최장기 연극 공연 - 쥐덫

웨스트 엔드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공연되고 있는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연극 <쥐덫(The Mousetrap)>이다.

1952년 11월 25일 뉴 앰버서더스 극장에서 처음 시작한 이 공연은 1974년 지금의 세인트 마틴스 극장(St. Martin’s Theatre)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56년째, 약 23,000여 번의 공연을 올리며 웨스트 엔드의 산 증인이 되고 있다. 지금도 꾸준한 티켓 판매를 보이고 있는 이 공연은 런던에 여행 오는 공연팬이라면 한번쯤 보아야 할 필수 요소가 되었을 정도.
 
최장기 뮤지컬 공연 - 레미제라블

가장 오래 공연중인 웨스트 엔드의 뮤지컬은 <레미제라블>이다. <쥐덫>에 이어 웨스트 엔드에서 두번째로 오래 공연중인 작품이기도 한 이 공연은 1985년 바비칸 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현재 23년째 공연 중이다.

이 밖에도 이 두 작품들을 뒤따르고 있는 장기 공연들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블러드 브라더스>가 각각 22년, 20년째 공연을 지속하고 있으며, 연극 <우먼 인 블랙(The Woman in Black)>이 20년, <시카고>,<맘마미아>,<라이온 킹> 등이 10년 가까이 장기 공연을 하고 있다.

최고 제작 비용 - 반지의 제왕
가장 제작비용이 많이 들었던 작품은 조만간 막을 내릴 뮤지컬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으로 약 12,500,000 파운드(약 2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 방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흥행이 뒷받침되지 못해 14개월의 짧은(?) 웨스트 엔드 여정을 마칠 계획이다.

가장 오래된 극장 - 로열 드루리 레인
가장 오래된 웨스트 엔드 극장은 현재 <반지의 제왕>이 공연되고 있는 시어터 로열 드루리 레인(Theatre Royal, Drury Lane)이다. 1662년에 세워진 이 극장은 웨스트 엔드의 살아있는 역사로 <42번가>,<미스 사이공>.<프로듀서스> 등 대형 뮤지컬의 공연장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한편 웨스트 엔드에서 가장 큰 극장은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 극단의 주 극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런던 콜리시엄 극장(London Coliseum Theatre)으로 2358 좌석을 보유하고 있다. 1904년에 오픈한 이 극장은 주로 오페라 발레 등의 클래식 공연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아폴로 빅토리아 (2304석), 런던 팔레이디엄(2291석), 로열 오페라 하우스(2262석) 등이 2200석이 넘는 대형 극장들로 자리하고 있다.

반대로 돈마 웨어하우스(The Donmar Warehouse)는 웨스트 엔드의 가장 작은 극장이지만 가장 명성있는 극장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약 248석의 작은 극장이지만 1992년 예술 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가 부임한 후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웨스트 엔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2008년 웨스트 엔드 청사진, 장담 못해

하지만 이러한 의미 있는 기록들에도 불구하고 SOLT 보고서는 작년의 관객 증가 기록이 2008년에는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맞물려 원자재 및 유가 급등 현상 등 전세계적인 경제 상황이 그리 밝지 못한 현실이 원인이 되겠다. 무엇보다 공연 관람은 관객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한 방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현재의 경제 상황이 웨스트 엔드를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할 것이라는 예측은 차차 현실로 나타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