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무용계 주목 받는 안무가 2인
25일 '2017 모다페'서 대표작 선보여
"작품이 던지는 의문 속 즐거움 찾길"

안무가 김보라, 정수동이 오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센터 대극장에서 ‘제36회 국제현대무용제’ 초청작 ‘소무’와 ‘사브라사브라’를 각각 선보인다. 김보라의 ‘소무’는 여성의 신체를 탐구하는 작품이다(사진=모다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현대무용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무용 안무가를 TV에서 보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대무용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다. 추상적이고 생소하다는 이유에서다.

△과학자·미술가 대신 안무가로…“표현의 즐거움 커”

실제로 현대무용을 만드는 이들은 어떤 생각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무용 스튜디오에서 안무가 김보라(35), 정수동(32)을 만나 현대무용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를 물었다. 이들의 대답은 “현대무용이 어려운 것은 안무가에게도 마찬가지다”라는 것이었다. 춤은 경험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안무가 김보라(사진=모다페).

현대무용을 접할 때는 정해진 답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수동은 “춤은 신체를 통해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언어의 대화”라고 설명했다. 김보라는 “안무가는 춤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며 “관객들도 작품이 던지는 의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두 가지를 모두 표현하는 예술 장르”라고 했다.

김보라, 정수동은 최근 국내외 무용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무가들이다. 7세 때부터 춤을 배운 김보라는 2010년 안무가로 데뷔해 2013년 ‘아트프로젝트보라’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의 초청을 받아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일본·독일·슬로베니아 등에서 공연했다.

정수동은 2013년 그리스국제무용콩쿠르에서 1등상을 수상한 무용수 출신 안무가다. 2014년부터 안무를 시작해 그해 ‘거짓된 무관심’으로 국외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역대 최연소 안무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부터 무용을 꿈꾼 건 아니었다. 어릴 적 김보라의 꿈은 과학자, 정수동의 꿈은 미술가였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좋아서, 미적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아서 안무가가 됐다. 두 사람에게 춤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내게 춤은 언어를 대신하는 수단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춤으로는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정수동) “춤을 무엇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내년, 내후년에는 생각이 달라질 테니까. 지금은 세상을 그리는 도구이자 나와 다른 세계가 만날 수 있는 다리다. 너무 추상적일까?(웃음)”(김보라)

안무가 정수동의 ‘사브라사브라’는 사막에서 피어나는 선인장 꽃으로 남성, 나아가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준다(사진=모다페).

△안무가로 ‘모다페’ 첫 무대…‘소무’ ‘사브라사브라’

오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각자 안무한 작품을 나란히 선보인다. ‘제36회 국제현대무용제’(2017 MODAFE, 이하 모다페)에 초청된 ‘소무’와 ‘사브라사브라’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를 춤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안무가 정수동(사진=모다페).

‘소무’는 김보라가 슬로베니아의 한 동굴에서 받은 영감에서 탄생했다. 융털처럼 천장에서 내려온 돌기둥과 어마어마한 습도에서 여성의 자궁의 느낌을 받은 경험이 계기가 됐다. 김보라는 “여성의 신체에 관심이 많을 때 동굴에서 받은 이미지를 중첩시키면서 작품을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초연 당시 천장에 매단 악기와 바닥에 깔린 물 등 강렬한 비주얼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김보라는 “초연 때 여성의 신체를 악기로 표현한 점이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에는 특별한 소품 없이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는 동작으로만 작품을 구성할 예정이다.

정수동의 ‘사브라사브라’는 7명의 남성 무용수로 이뤄지는 작품이다. 사브라는 선인장 꽃의 열매를 뜻한다. 이스라엘에서 부모들이 자식들이 강인하게 자라길 바라는 뜻으로 쓰는 상징적인 말이기도 하다. 정수동은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으로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구상한 작품”이라고 했다. 선인장의 강인함, 그 이면의 나약함을 남성들로만 표현한다.

두 안무가에 대한 무용계의 관심은 이들의 스케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스케줄은 이미 다 차 있는 상황. 벌써부터 내년 공연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두 사람은 “과거에는 안무가가 축제 초청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공연 계획을 짜고 준비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보라는 “안무가가 생존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공연에 초청 받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인들은 가난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밝힌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크다. 정수동은 “예술가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좋은 영감과 주제로 활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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