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The Lion King),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Disney Theatrical Productions)의 작품은 무려 3편이나 된다. 단독 프로듀싱 컴퍼니로서는 최대 규모이자 브로드웨이 최대의 권력자인 셈이다.

헐리우드에서 브로드웨이로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설립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전세계적인 흥행에 이어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1991년), <알라딘>(Aladdin, 1992년), <라이온 킹>(1994년>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소위 “디즈니 르네상스”시대가 열리게 된다. 당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책임 프로듀서였던 토마스 슈마커(Thomas Schumacher)는 가히 센세이션이라 할만한 디즈니의 제2의 전성시대에 힘입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겨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촛대와 괘종시계가 말을 하고 아프리카 밀림이 주무대로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무대로 옮긴다는 그들의 야심찬 계획에 대해 당시만 하더라도 브로드웨이의 공연전문가들은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1994년 그들의 첫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미녀와 야수>가 브로드웨이 팰리스 극장(Palace Theatre)에서 막을 올리면서 평가는 달라졌다. 알란 멘켄(Alan Menken)이 추가로 작곡한 7곡이 더해진 이 블럭버스터 뮤지컬은 2007년 막을 내릴때까지 약 13년간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무려 13개 국가에서 공연되며 약 $1.4 billion(1조5천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은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1997년 <라이온 킹>, 2000년 <아이다>(Aida), 2006년에는 <타잔>(Tarzan)과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선보인 프로듀서 카메론 맥켄토시(Cameron Mackintosh)와의 합작품 <메리 포핀스>, 2007년 <인어공주>에 이르기까지 총 6편의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이 중 특히 <미녀와 야수>, <아이다>, <라이온 킹> 등은 국내에서도 공연될만큼 해외로의 수출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디즈니만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의 다른 뮤지컬들과 차별되는 점은 무엇보다도 브랜딩 전략일 것이다.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프로덕션들은 다수의 프로듀서들이 함께 작업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용해 분화된 매니지먼트를 하는데 반해, 디즈니의 작품들은 대부분의 파트를 자체 내에서 소화한다. 기존이 브로드웨이 시스템에 얽매이기 보다 자체내 맨파워를 구축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에 있어 디즈니社의 노하우를 공연사업에까지 확장하고자하는 전략이다.

또한 이는 이제껏 <아이다>를 제외한 이들의 작품들이 모두 디즈니社에서 제작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베이스를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브로드웨이 작품의 성공 뒤에는 이제껏 그들의 작품을 보며 자라고, 책과 DVD, 장난감들을 구매하고, 디즈니 월드를 찾아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힘이 크다. 공연물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컨트롤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공연들은 물론, 미국 내 투어공연, 인터네셔널 투어/라이선스 공연에 이르기까지도 작품의 대부분을 직접 컨트롤하며 브랜딩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요근래 엔테테인먼트 산업의 트렌드이기도 한 원소스 멀티유즈 시스템에서 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리한 상업주의의 성공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러덕션이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자사의 기존 컨텐츠에 지나치게 의존한 채, 가족과 어린이 관객들을 상대로 비교적 안전한 비지니스만을 추구하는데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미녀와 야수>와 <라이온 킹>을 제외한 최근 작품들은 작품성과 완성도 면에 있어서도 그리 높을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가장 최근작인 <인어공주>는 흥행성적 또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디즈니의 작품들은 수십년이 지나도 리바이벌이 반복될만큼 명품 공연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디즈니의 뮤지컬들이 적어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라는 것에서는 의의를 제기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티켓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충분히 즐기고, 감동받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디즈니 시어터 프러덕션이 불과 15년여만에 브로드웨이의 최대 권력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파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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