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제작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 디즈니 애니메이션 뮤지컬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이 작품은 2007년 11월 3일 프리뷰, 12월 3일로 예정되어있던 개막이 브로드웨이 무대 스탭들의 파업으로 연기돼, 올해 1월로 개막이 늦춰졌지만 계속 관심을 받은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녀와 야수]가 공연되었던 브로드웨이의 런트-폰테인 극장에서 막이 올라간 [인어공주]는 안타깝게도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졌던 동화적 상상력이나 디즈니 식 판타지를 모두를 놓쳐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디즈니의 6번째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어공주]
뮤지컬 [인어공주]는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1994년), [라이온 킹](The Lion King, 1997년), [아이다](Aida, 2000년), [타잔](Tarzan, 2006년),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2006년)에 이은 디즈니 띠어트리컬(Walt Disney Theatrical Productions)의 6번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라이언 킹] [아이다]의 성공을 이어 제작된 [타잔] 등 디즈니의 야심작이 기대 밖으로 평단은 물론 흥행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차기 작인 [인어공주]는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디즈니는 오페라 감독인 프란세스카 잠발로(Francesca Zambello)을 연출자로 전격 기용한 것을 비롯해 뮤지컬 보다는 오페라와 TV, 영화 등 다른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로 크리에이티브 팀을 구성,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덴버(Denver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에서 6주간의 프리-브로드웨이 트라이아웃을 거치면서 공연관계자들과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곡가 알란 멕켄(Alan Menken)과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가 뮤지컬 버전을 위해 11곡을 추가하였고, [그레이 가든스](Grey Gardens), [아임 마이 오운 와이프]( I Am My Own Wife) 등으로 토니어워드와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더그 라이트(Doug Wright)가 각본을 맡았다.



주인공 에어리얼 역은 신예 시에라 보거스(Sierra Boggess)가 맡았는데, 아름다운 보이스로 캐릭터를 잘 살려내 비교적 무난하게 브로드웨이 데뷔를 치렀다. 시에라는 [오페라의 유령]의 라스베가스 프로덕션인 [팬텀 ? 더 라스베가스 스펙타큘러](Phantom - The Las Vegas Spectacular)의 크리스틴 역과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미국 내 투어 프러덕션 등에서 공연한 바 있다. 에릭 왕자 역은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마커스 역으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바 있는 션 팔머(Sean Palmer)가 출연하고, 우슬라 역의 셰리 르네 스캇(Sherie Rene Scott)은 [더티 로튼 스칸운들러스](Dirty Rotten Scoundrels), [아이다](Aida) 등에서 열연한 바 있다.

[라이언킹]의 저력에는 못 미쳐, 가족관객 만족
[인어공주]를 보기 전, 안데르센의 동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익숙한 캐릭터들을 배우들이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하는 것도 궁금했으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역시 바닷속 왕국을 어떻게 무대에서 재현해 낼 것인가 였다. 
디즈니의 선택은 바퀴 달린 운동화, 힐리스(heelys). 주인공 에어리얼을 비롯한 배우들은 힐리스를 신고 연신 무대 위를 미끄러지며 왔다 갔다 하고, 가끔씩 와이어에 매달려 무대위로 사라졌다가 바닥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바다를 헤엄쳐 육지로 올라오는 마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다기 보다는 흡사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보인다. 무대나 의상 디자인은 형형색색의 아기자기함과 주의를 집중시키는 특수효과로 디즈니 특유의 감성을 표현함으로써 어린아이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역시 [라이언 킹]에서 보여준 그들의 저력을 다시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유난히 디즈니 뮤지컬에 인색한 평단들이 지적하는 산만한 플롯과 다소 과장된 연기는 비단 디즈니 쇼만이 아니라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에서는 어린이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조금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는 공연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린아이들의 시선을 유지하는 디즈니의 작품들도 반드시 존재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어린 관객들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 했고, 맘껏 즐거워했다. 공연이 끝나고서는 부모 품에 안겨 기립박수를 치고, 기념품을 사기 위해 앞다투어 줄을 늘어설 만큼. 

[타잔](Tarzan)의 개막을 앞두고 열린 특별 시연회에서 디즈니 띠어트리컬의 사장 토마스 슈마커(Thomas Schumacher)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디즈니 작품들을 아동극 혹은 가족극으로만 보기도 하지만, 그는 궁극적으로 그들 작품을 통해서 남녀노소,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전달하고 싶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를 [아이다]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어공주]에서는 아직 그 가능성을 찾지는 못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애니메이션 필름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졌다. 히트 영화를 무대로 옮기는 작업이 이미 흥행성을 검증 받은 작품을 재창조한다는 차원에서 프로듀서들의 위험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마음 속에 이미 내재된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늘 안전한 선택만은 아닌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