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브로드웨이는 뉴욕 맨하탄의 “브로드웨이 박스(Broadway Box: 5번 에비뉴와 9번 에비뉴 사이, 34가에서 56가 사이에 위치한 극장들)” 이외의 지역에 위치한 100석 이상 499석 이하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을 지칭한다. 뉴 월드 스테이지 극장(New World Stages), 리틀 슈버트 극장(The Little Shubert Theatre), 스네이플 센터(The Snapple Center) 등은 예외적으로 브로드웨이 박스 내에 위치하나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으로 구분되며, 따라서 계약시 다른 오프 브로드웨이의 극장들과는 다른 별도의 금액 지불 조건이 추가된다.

미국 공연의 또 다른 원동력
오프 브로드웨이의 공연들은 단순히 극장 규모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브로드웨이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으며 다양한 성향의 관객층을 만족 시키기 위해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도 브로드웨이의 대형 공연과는 구별된다.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높은 제작비와 많은 객석수를 고려, 폭넓은 관객층을 유치하기 위해 보다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비교적 세분화된 타켓층만을 공략함으로써 새로운 시도의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한 [헤드윅](Hedwig and Angry Inch)은 1998년부터 2000까지 약 280석 규모의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웨스트 빌리지의 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이 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에 식상한 젊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꼬리를 이은 입소문이 작품의 성공으로 이어져 영화로까지 제작될 수 있었다. 만약 당시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기획되었다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이렇듯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는 작품의 성격, 관객의 성향은 물론, 제작 방식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나타내며 뉴욕이 여전히 미국 공연계의 중심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브로드웨이로 입성하는 오프 브로드웨이
[코러스 라인](A Chorus Line), [에비뉴 큐](Avenue Q), [렌트](Rent),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 [리틀 샵 오브 호러스](Little Shop of Horrors), [다우트](Doubt) 등은 물론, 최근에 막이 오른[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와 [패싱 스트레인지](Passing Strange)까지도 모두 오프 브로드웨이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작품들이다.



최근 보다 두드러지고 있는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입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신선한 작품을 발굴해 발전시키고, 보다 많은 젊고 다양한 관객층을 계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가 구별됨으로써 띠어터고어들의 선택의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었고, 새로운 작품들이 다양한 규모로 시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오프 브로드웨이가 브로드웨이의 아웃-오브-타운 트라이 아웃을 대신한 테스트 무대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신한 소재로 장기공연 중인 오프 브로드웨이 화제작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손익 분기점을 넘기고 꾸준히 관객을 끌어 모으며 장기적으로 공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브로드웨이처럼 공연장이 한 곳에 모여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다 마케팅과 광고비 지출에 한계가 있어 공연을 알리는 일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뉴욕을 찾은 관광객들은 기왕이면 유명한 브로드웨이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막이 오른 후 10년 이상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오프 브로드웨이의 롱러닝 작품들로는 [블루맨 그룹](Blue Man Group, 1991년), [스텀프](Stomp, 1994년), [아이 러브 유, 유 아 퍼펙트, 나우 체인지](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e, 1996년) 등이 있다. [아이 러브 유]는 국내에서도 공연되어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올해로 9년째 공연되고 있는 [네이키드 보이즈 싱잉!](Naked Boys Singing!)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난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1982년 오픈 이후 시즌별로 내용과 노래를 수정해가면서 유명한 공연들을 패러디 해서 공연하는 [포비든 브로드웨이](Forbidden Broadway)도 오프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롱러닝 작품 중 하나이다. 현재는 [루드 어웨이크닝](Rude Awakening) 버전이 공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던 [알타 보이즈](Altar Boyz)도 여전히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며, 오픈 3년만인 지난 2월, 프로듀서인 켄 데븐포트(Ken Davenport)의 다른 작품인 [어섬 80’s 프롬](Awesome 80's Prom), [마이 퍼스트 타임](My First Time)과 동시에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이 밖에도 [델라구아다]의 크리에이티브 팀들이 다시 뭉쳐 만든[푸에르자브루타](Fuerzabruta), 우리나라 작품으로서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점프](Jump) 등이 공연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점 몰려드는 관광객들 틈에 동참하고 싶지 않거나, 브로드웨이의 대형 공연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보다 새롭고, 다양한 공연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 박스를 벗어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공연들은 때때로 기대 이상으로 신선할 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 공연에 비해 티켓값이 저렴해 기꺼이 지갑을 열기에 위험부담이 적고, 공연장이 협소한 대신 보다 가깝게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