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연극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첫 번째 공연과 중간 공연

그리고 마지막 공연을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저는 공교롭게도 1월 25일, 2월 25일, 3월 25일

각 달의 25일에 보았습니다.

그러니 저도 앞의 말을 제대로 따른 셈이 되겠지요^^

영화처럼 스크린에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은

그날그날, 배우에 따라 같은 공연이라도 여러 면이 달라집니다.

이번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더블 캐스팅으로 인해 달라지는 배우 조합으로 더욱

그러한 변화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영 씨의 경숙이가 발랄하고 귀엽다면,

장영남 씨의 경숙이는 좀 더 성숙하면서 차분한 맛이 있더군요.

첫공은 공연을 처음 시작하는 배우들의 설렘이 묻어나는,

과일로 따진다면 상큼한 맛의 공연이었고,

2월 25일의 공연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배우들의 여유가 보이는,

잘 익은 과일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며

3월 25의 공연은 모든 것을 소진하여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배우들의 투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나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로 행복한 석 달이었습니다^^

한번 더 봐야지.. 또 한번만 더 봐야지 하던게..
6번이나 보게 되었네요..

그만큼 작품성이 좋은 연극이었습니다.

누구하나 나무랄것 없이 배우들 모두 연기력이 최고였죠.

올해 기억에 남는 연극으로 손에 꼽을수 있을것 같네요.

경숙아버지는 참 나쁜 사람이다
처자식을 돌보지 않는 무정하고 무책임한 무늬만 아버지다
그래도 역시 아버지이기에, 가족이기에 경숙과 어메는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기다린다
한 평생을 떠돌아 다니며 제 편한대로만 살다간 경숙아버지
아버지로서는 몹쓸 인간이지만 그냥 한 남자로, 한 사람으로 보면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다
상처뿐인 어릴 때의 기억,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아내, 애인의 배신, 경숙의 대학 졸업식 선물로 구두를 쥐어주고는 쓸쓸히 뒤돌던 모습, 신명나게 장구를 치고 덩실덩실 춤 추던 모습, 경숙의 아이를 안고 좋아하던 모습..
경숙아버지의 말이 기억 속에 맴돈다
"인생은 알 수 없이 모진기다"

초연 때도 감동을 주시더니
이번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 작품!

조재현의 아버지와
김영필의 아버지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분명한 건... 두 배우의 아버지 모두 짠하다는 것~

극단 골목길 사람들은 휴머니즘이 물씬 풍겨서
언제든 참 좋다!

꺽꺽이 아저씨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