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 출간된 <원효대사> 머리말에서 이광수는 “내가 원효대사를 내 소설의 주인공으로 택한 까닭은 그가 내 마음을 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장처 속에서도 나를 발견하고 그의 단처 속에서도 나를 발견한다.”라고 쓴 바 있다. 김명화 역시 <이광수의 꿈, 그리고 꽃>이 실린 희곡집에서 “그럴 때가 있다. 소재가 가슴으로 쑥 들어오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나에겐 ‘조신지몽’과 이광수가 그랬다”고 쓰고 있다. 이광수는 왜 원효를 소환했고, 김명화는 왜 조신과 함께 이광수를 소환했나?

13세기의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三國遺事>를 쓴 것은 역사(한 세기 전에 간행된 공적 기억의 역사 곧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가 되지 못한 이야기와 사건들(遺事)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이었다. 김만중은 성리학을 신봉한 엘리트 지식인이었지만 불교적 인생관을 담은 <삼국유사>의 조신지몽을 모티프로 <구운몽>을 썼고, 해방 직후 친일 논란에 휩싸였던 이광수는 반민특위 재판에서 자신을 적극 변호하는 대신 소설 <꿈>을 쓰고 <원효대사>를 출간했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한다는 명제에 비추어볼 때, 해방 직후 자신의 친일에 대해 ‘작품’을 통해 ‘속죄’한 작품은 이광수의 <꿈>과 채만식의 <민족의 죄인>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일제 말기에 불교사상에 바탕을 둔 <세조대왕> <원효대사> 등의 역사소설에서 ‘살생’과 ‘파계’를 저지른 세조와 원효를 통해 이광수는 이미 ‘훼절’한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그려낸 바 있다. 당대의 독자들은 해방 이후에 나온 이광수의 소설을 그의 참회록으로 읽었다고 증언하고 있기도 하다.

김수영은 <김일성 만세>라는 시에서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라고 쓴 바 있다. 근대문학의 상처인 이광수와 그의 친일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곳에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임선규의 <빙화>를 국립극단의 무대에 올릴 수 있어야 진정한 ‘극일(克日)’과 역사 청산도 가능할 것이다. 이광수가 일제 말기에 여기 저기 써갈긴 문장들을 어루만지면서 그 상처와 직면하는 일이야말로, 작가라는 존재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었나 보다. 삼국사기가 외면한 사건들을 ‘유사(遺事)’라는 겸손한 제목을 통해서라도 남기려고 했던 일연의 속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보는 내내 너무 실감나서 그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연출 연기 진짜 좋았고 수도꼭지처럼 울어버렸네요...

오래전 사람 이광수 뭐 대충 무슨 내용이려니 그래도 어찌 표현하나 보자 하고 또 더 알면 좋을 내용이 있을까 요즘도 나라에 친일의 아픔이 죽지 않았으니 위험할텐데 하고 봤는데.. 아~~ 왜이리 남의 일 같지 않고 먹먹한지.. 군사정권때 자식에게 데모하지 말라 타이르던 부모님의 마음, 나서면 다치는데..한 세상 살면서 정치 안하고 유명해지지 않아도 한번도 안 나설수 있나..또 안나섰다고 숨어서 이놈 저놈 욕하니 팔자 좋나.. 청년의 이광수가 꾸짖는 자신을 경험해 보지 않은 어른이 얼마나 되나? 참 많은것을 느끼게 합니다 연극의 완성도 구성 무대 등등의 훌륭함을 논하기보다 그저 살아있다 표현해야겠습니다

무대가 작았고 소품도 거의 없던 편. 열악한 환경에서 모든 배우분들이 본인들의 최대의 역량을 펼치면서 열연하시는 것을 보며 저도 최대한으로 몰입하며 극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출연하셨던 배우분들의 평균연령이 대충 봐도 40은 넘는 것 같던데, 확실히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그 분위기가 젊은 배우분들만 나오는 극과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오늘 출연하셨던 모든 배우분들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극으로 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