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연이었어요 좋았어요^*^
무대구성이 신선했어요
잘봤습니다
갈매기를 각섁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 하나로 보았는데 들어가자마자 깜짝놀랫습니다 특이한 무대 하지만 정돈안된듯
오묘하게 정돈된느낌이 든 무대였습니다
내용도 많은 각색을 하였지만 거리감 없이 와닿았습니다
안보신분들 꼭 보시기 바랍니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각색한 작품으로, 일제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느 시골 마을에서 극작가를 꿈꾸는 청년(류기혁)과 배우로 이미 자리 잡은 그의 어머니(차능희), 어머니와 미묘한 관계를 보이는 일본인 소설가(지로), 배우를 꿈꾸면서 청년과 소설가 사이를 또한 묘하게 오가는 시골 처녀(손순임), 이렇게 네 인물을 중심으로 하고, 그들을 둘러싼 의사, 간호사,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동료, 정체 모를 일본인과 그의 아내가 될 조선인 여자 등이 등장한다. 원작 ''갈매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뭐가 비슷하고 뭐가 다른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역시 제국주의적 전쟁 중이었을 체홉의 시기를 생각해보면 당시 러시아와 동유럽 사이의 점령지와 피점령지를 조선과 일본 제국주의로 각색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충 감이 오긴 한다.
새로운 연극을 추구하는 기혁은 그런 연극은 연극이 아니라면서 자신이 해온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차능희와 갈등하는데, 아마도 세대나 문화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충돌을 묘사하려는 것 같다. 한편으로 기혁은 식민 지배국의 지식인인 지로와도 문학적인 측면과 감정적인 측면에서 갈등을 빚는데 이는 앞서 자신의 어머니와 갈등하는 것과 동일한 측면, 피식민국가의 지식인으로서 식민국 출신을 바라보는 감정, 그리고 자신이 마음에 둔 순임이 배우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물론 그 외에도 있는 듯 하지만 그게 가장 컸던 것 같다)로 지로에게 기운다는 점에 대한 분노가 더해져 나타나는 갈등이다.
그러니까 결국 연극 ''가모메''에서는 희곡으로 대표하는 문학/문화에 대한 가치관 충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미 주어진 조건으로 벗어날 수 없는 정치적 긴장, 자신의 이해를 좇아 그 전의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다는 개인적 욕망에 따른 이해관계, 이런 것들이 모두 섞여 있는 것이다. 이런 갈등들은 네 명의 주인공 그룹 외의 주변인물들에서도 나타나는데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의사를 연민했던 이혼녀에서도 욕망과 욕심과 질투와 정치적 관계가 드러나고, 기혁의 할아버지와 그의 동료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역사에서도 역시 이런 점들이 숨어있었다. 다시 말해서 식민 시대의 피지배국가였던 조선에서 새로운 문화를 들여오려는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충돌이 조선인/일본인이라는 정치적 관계 속에 다시 한 번 재정리되고, 그 안에 애정 관계까지 얽혀져버린 복잡한 군상들을 묘사하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비슷한 한 연극이 떠오르는데... 한창 혼란한 시기, 서로 점령하고 점령당하는 시절에도 연극의 힘이 갖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던 ''유랑극단 쇼팔로비치''(또는 ''아리랑랩소디'')이다. 다만 이번 ''가모메''는 이 작품들과는 반대 지점으로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정치지형이 어떻게 되던지간에 문학과 연극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어하던(더 정확히는 그런 모습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싶어했던) 지로가 2차대전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접어드니 바로 변절하여 적극적인 전쟁 참여를 주장하게 된 것이나, 순수한 시골 청년이었던 누군가가 바로 징집되어 일본군으로 참전하게 되는 것을 아무도 막지 못하였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이나 집필에 꿈을 가지고 있었던 기혁과 순임이 모두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는 것... 아무리 문학이고 연극이고 뭐고 간에, 혼자 그 예술을 예술로만 바라보고 싶어 하더라도, 주어진 정치적/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점을 나타내는 설정들로 보였던 것이다.
사실 이런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 깊게 담겨있는 의미는 다르지만, 하워드 진 역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전체 사회가 열심히 전쟁으로, 극단으로, 요즘으로 치자면 극우로 달려가고 있는데도, ''난 상관 없어. 난 순수한 것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한다는 것은 그렇게 달려가는 것을 용인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가모메''에서 지로는 그렇게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시기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잘 찾아가는 기회주의자였다 치더라도, 확실히 기혁은 그 시대에서 그가 했어야 하는 역할을 하는 것보단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딱 스스로를 위치시켜놓고 그것만 하고자 했던 ''달리는 기차에서 멈춰있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지로의 변절, 기혁의 죽음, 이런 것들이 모두 이런 뿌리에서 나왔을 것이다.
주제의 무거움에 비해서 실제 공연은 사실 좀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에 가장 크게 기여를 한 것은 첫째 그 시끄러운 음악들이었고, 둘째 인물들이 슥슥 지나가면서 짧게 하는 행동과 대사로 극이 많이 진행된다는 점일 것이다.
우선 두번째 것부터 보자면... 사실 처음 이런 장면들이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영 이상했더랬다.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인물들이 모두 동일한 동선으로 무대를 가로질러 지나가며 내뱉는 짧은 대사와 연기로 극을 진행시키는 거지? 그것도 이렇게 지나가는 분량의 비중이 작은 것도 아니고... 그런데 자주 반복해서 보다보니 여전히 어색함은 떨칠 수 없을 지언정, 그렇더라도 각 인물들의 성격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 그래서 그들이 보이는 행동들이 모두 그대로 전달이 되더라. 이게 그 짧은 시간에 모든걸 객석으로 전달해낸 배우들의 역량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작품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그래서 자칫 ''이게 뭔 짓인가'' 할뻔했던 부분이 ''가모메''에서 독특하게 본 ''좋은 부분''으로 남을 수 있었다. 빠른 호흡으로 지나가 주었던 덕에 130분에 이르는 공연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음악... 이 부분만큼은 이 작품에서의 가장 큰, 너무나 큰 단점으로 꼽아야 한다. 뭐 연극 무대에서 음악을 쓸 수도 있다. 최신가요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진지한 메세지를 담고자 하는, 그런 분위기로 잘 가고 있던 무대에서 2NE1이나 아이유의 노래를 트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게다가 뜬금없이 마이크를 꺼내서 배우가 직접 그걸 부르기까지!! 또 게다가 의도한 것처럼 노래 소리를 매우 크게 해서 관객의 귀가 아플 정도로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장면을 두 번이나 넣은 연출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대로 빼버리더라도 작품의 이해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아니 도리어 빼버림으로써 더 나은 연극이 될 것 같은데... 최소한 귀를 세게 막아도 그대로 다 들릴 정도의 음량은 듣는 이를 매우 불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 그런데 진짜 이렇게 한 의도가 뭐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조선인과 일본인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답게, 정말 일본 배우들이 등장하여 일본인 인물을 연기했다. 그래서 일본어 대사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는데, 다들 잘 하더구만... 무엇보다 양 국가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호흡이 대단히 좋았던 무대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지로를 연기했던 배우가 역시 가장 중심이 되는 호흡을 보여줬던 것 같다. 반대로 기혁을 연기한 배우는... 왠지 ''분노 3종 세트''만 가지고 있는 차인표식 연기 같아서 영 불편하더라. 그렇게 내내 화난 표정과 대사를 해야하는 인물은 아닌거 같은데 말이지.
마지막으로 이 연극이 보여준 또다른 특징...
막판에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러가면서 각 인물들이 언제까지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준다. 매우 오래 산 이도 있고, 전후 바로 죽은 이도 있고... 딱히 결말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지만, 2시간 동안 보았던 사람들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렇게라도 보여주니 나름 반가웠다.
"가모메 カルメギ" (원작:안톤 체홉 "갈매기" 각색,협력연출:성기웅 연출:타다 준노스케 출연:성여진, 이윤재, 권택기, 나츠메 신야, 사토 마코토, 오민정, 허정도, 사야마 이즈미, 마노 리츠코, 전수지, 김유리, 허지원 제작:두산아트센터 극장:두산아트센터 space111 별점:★★★★★)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프로그램 지원 아티스트 성기웅 연출님과 극단 도쿄데쓰락 대표인 타다 준노스케 연출님의 작품이다. 자막이 있는 공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원작이 체홉의 "갈매기" 이고 두산아트센터 작품이어서 바로 예매하였다. 오랜만에 신선한 느낌을 받은 공연이었다. 제정 러시아가 배경인 원작을 1930년대 조선으로 바꾼 각색이 새로운 "갈매기" 를 만들어 내었다. 민감한 한일간의 역사적인 배경으로 잘 각색하였다. "세 사람이 있어!" 의 타다 준노스케 연출님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연출력이 돋보인다. 여러가지 소품으로 엉켜있는 무대를 가운데로 객석이 양옆으로 나눠져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무대 장치도 인상적이디. 아치 모양의 구조물은 자막을 불편하지 않게 보여준다. 미리 정보를 알고 가면 재미 없갰지만 뜬금없는 클래식, K팝의 사용이 극의 재미를 보태준다. 배우분들은 저 많은 일본어 대사를 어떻게 외워서 연기하는지 궁금한데, 에스페란토어를 포함하여 3가지 언어로 멋지게 연기를 소화한다. "갈매기"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니나의 독백신에 애절함이 좀 더 보태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김유리 배우님의 연기는 좋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라벨의 "볼레로" 처럼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는 계속 반복되는 것임을 마지막 장면에서 표현해준다. 2시간10문의 공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체홉과 성기웅 연출님 작품을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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