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멈춰있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지루한 일상 속에 오아시스와 같은 빗줄기를 줄 수 있는, 일상에 지쳐 더욱 힘겨운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우울했던 저에게 모처럼 큰 의미와 함께 힘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공연 이었어요~ 요즘들어 부쩍 삶에 지치고, 버거운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 안락한 휴식과 위안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공연이라는 생각이드네요. 좋은 사람과 함께 보시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과 휴식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가 너무 색다르고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빈말이아니라 좋은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큰 위안을 받고 돌아왔네요~~ 삶에 지쳐있는 제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공연이었네요~

전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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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젊은 연출가 중심의 동인제 ‘혜화동1번지 5기동인''의 봄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5기동인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봄과 가을에 걸쳐 나르시시스트, 시심(詩心), 해방공간, 1인극, 아름다운 동행, 국가보안법등의 주제로 연극을 만들어 왔다. 연출가들은 하고 싶은 연극들만 하다가 숙제처럼 던져지는 이런 주제들은 어렵기도 하고, 하기 싫을 것도 같은데, 관객 입장에서는 획일화된 연극들만 보다 이런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연극을 만나는 것이 참 재미있다. 이번 숙제는 누가 누가 잘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참 잘했어요~'' 도장이라도 팡팡 찍어주고 싶은 기분이 든달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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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격적으로 5기동인들의 작품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해방공간> 시리즈부터. <1인극>과 <아름다운 동행> <국가보안법> 까지...어떤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책으로 배우는데 나는 이런 것들을 연극으로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열혈 선생님들 (어떨 때는 너무 격의가 없어 교생선생님 같기도...ㅋㅋㅋ)은 물론 ''혜화동1번지''라는 학교에서 근무하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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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 페스티벌의 주제는 <전통>이다. 혜화동1번지 5기동인들은 1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예술감독을 맡고, 이 예술감독들은 봄과 가을의 주제를 정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제가 <전통>이라니 안봐도 연희단거리패 출신의 김수희 연출이 낸 숙제일 것이라 짐작했다. (난 이제 작두만 타면 되겠어~) 나머지 연출들은 전통연희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현대적인 (?) 연출들이라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니까 5기동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윤한솔 연출 같은 경우는 상어를 통째로 넣고 포름알데히드로 수족관을 채워 넣고는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든 악명 높은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에게 먹과 붓을 쥐여주고 ''무릉도원''을 표현하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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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운 좋게도 시간이 맞아서 윤한솔 연출과 극단 그린피그의 <이야기의 方式, 노래의 方式 - 데모버전>을 관람했다. 판소리 적벽가를 소재로 했는데 처음엔 좀 지루하지만 보다 보면 이거 중독된다.



극장에 들어갔더니만 무대에는 인조 잔디 위에 방석이 죽 깔려있다. &#65279;&#8203; 벽에는 전화기의 벨, 진동이 터지는 순간 공연을 종료합니다. 라는 문구가 전체를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고. 극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매표소에서 핸드폰이 울리면 더 이상 공연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원을 꼭 꺼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그동안 핸드폰 벨 소리 때문에 어지간히 마음 쓰인 일이 많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뭐, 그런 점에서라면 나도 까칠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를 이 문구가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는. 그리고 예상했다. 이렇게 단도리를 해도 전화벨은 울리기 마련이고, 공연은 종료하지 않는다고. 대한민국에선 말이지.



윤한솔 연출과 극단 그린피그... 그리고 판소리...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들었는데 프로그램을 보니 잘 모르기 때문에 배워보기로 했다고, 그리고 배우고 연구하는 과정을 극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한 면이 그들답다. 그럼 예의 그 발칙한지도 확인해 볼까?



1. 첫 시도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사투리로 녹음된 <적벽가>를 틀어준다. 판소리는 문어체의 말투, 고어 및 지방어의 사용, 고유의 창법 등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알아듣기가 힘들다. 아마도 요즘 세대들이 판소리를 멀리하는 이유 중에는 이런 소통하기 힘든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오호라~ 그러니 관객들에게 예습을 시키려는구나... 하고 흥미롭게 들었다. 하지만 역시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해서 일본말로 대화를 한다. 일본어는 모르지만 공연 전에 읽어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온 일본인이 택시에서 판소리를 듣고 판소리에 분노와 슬픔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서 그 일본인은 재미있는 말을 한다. 판소리가 전라도에서 발생한 소리이니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도 불렸겠다는 물음이다. 택시기사는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 의미는 한국에서 그런 소리 함부로 하고 다니면 잡혀간다, 뭐 그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좀 의아했던 것이 일본에서는 데모를 하거나 시위를 하면 ''노''를 하는가? 하는 점. 이보시오 일본인, 우리에게는 ''민중가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래.


2. 두 번째 시도

다음에는 배우들이 나와서 천천히 책을 읽듯이 적벽가 일부를 읽어준다. 처음에 들었던 녹음된 <적벽가>에 비하여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았으나 듣다 보니 또 그것도 아니다. 모르겠는 말이나 표현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3. 세 번&#51760; 시도

이번에는 주석을 읊어주는 사람이 등장한다. 배우들이 적벽가를 주거니 받거니 읽을 때 사이사이 주석을 읊어주는 사람이 해석을 해준다. 이해하기 좀 더 수월해졌다. 하지만 흐름이 툭툭 끊기고 뭔가 지루한 기분이다. 두 번째 시도와 세 번째 시도가 있었던 15분가량을 정말 대책 없이 졸았다. 그리고 몽롱한 가운데 의문을 가졌다. 이걸 과연 연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고.











3. 네 번&#51760; 시도

네 번째 시도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잠에서 깨서 미친 듯이 웃었다. 전라도 출신의 배우가 등장해서는 빈 방석들을 대상으로 (이 때 다른 배우들은 모두 쉬러 갔다. 방석에 무릎을 꿇고 적벽가는 외는 것은 엄청난 육체적 고통도 수반하는 것이라...) 전라도 사투리 강연을 한다. ㅋㅋㅋㅋ 잠시 사투리를 배워보겄습니다요 잉~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사투리 차이, 자주 쓰는 의성어, 전라도 사투리 10분만 하면 나처럼 된다..등등등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수업이다. 압권이었던 것은 ''거시기''



"여기서 ''거시기''는 ''자지''가 아니야. 여기서 ''거시기''는 Feel이야. 전라도에서 ''막 거시기 해요잉~'' 이라고 말하면 내 자지가 어떻다는 이야기가 아니란 말야. 그건 오히려 ''느낌 왔어'' 그런 느낌이란 말이지. 거시기하지? 자 그럼 따라 해보도록 해. ''막 거시기 해요잉~"

관객들 모두 따라 하면서 엄청 웃었다. ㅎㅎㅎ



4. 다섯 번째 시도

전라도 사투리 수업이 끝나고 다시 배우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사투리로 이번에는 전라도 사투리로 적벽가 부분을 되풀이한다. 수업의 효과일까? 여전히 정확하게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희한하게도 훨씬 더 잘 들렸다. 전라도 사투리 수업에서 관객들이 배웠던 것은 사투리가 아니라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참 거시기하게 거시기한 느낌이란 말이지.



5. 마지막 시도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적벽가를 직접 판소리로 부른다. 고수의 전통 북이 아니라 양철북, 적벽 전장에 나선 병사들의 이야기를 구슬프게 들려주는 독창이 아닌, 커다란 울분에 쌓인 함성의 합창으로 들려준다. 병사들은 전장에 나서게 된 사연들을 이야기하지만 세 번 네 번 반복한 학습에 의하면 이 부분은 갓 결혼한 병사의 첫날밤 이야기라 특히 슬픈 부분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듣다 보니 뭔가 울컥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닌가! 가슴에 뭐가 얹힌 듯 답답하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뭐지? 이 느낌은?? 나만 이상한가 싶어 자세히 보니 배우들이 하나 둘 울기 시작한다. 객석에도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한둘이 아니다. 어느새 나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굉장히 신비한 느낌이었다. 이것이 초반에 일본인이 이야기한 ''분노와 슬픔''인 것일까?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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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야기의 方式, 노래의 方式 - 데모버전>이라 판소리를 이야기 부분과 노래 부분으로 나누고 노래 부분의 데모 버전 테이프를 만든 것이라 예상했는데, 어? 이 데모가 그 데모가 아냐??? (①데모:광고대행사나 프로덕션 스튜디오, 제작자 등이 실연(audition) 하기 위해 방송광고물이나 방송 프로그램 등을 녹음·녹화한 디스크, 오디오 테이프, 필름, 비디오테이프. ②데모(Demonstration, 약어로 Demo.: 반대ㆍ항의ㆍ시위ㆍ반항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가두행진에 의해 나타내는 집단행동 -출처:네이버 사전)



이제야 배우들이 빨간 (붉은 피를 상징) 아디다스 운동복 (운동에는 민주화 운동, 학생운동도 있다)을 입고 등장한 것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고, 앞에 일본인이 등장해서 택시 운전기사에게 광주를 언급한 것도 고도의 전략으로 느껴진다. 배우들이 방석에 무릎을 꿇고 육체적으로 생고생을 하면서 판소리를 배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서당에서 훈장님께 학업과 예를 배우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민주화 운동 당시의 고통이 전염되기도 했다. 판소리가 끝나고 배우들이 죽은 듯 널브러져 있는 모습과 다리를 절면서 퇴장하는 모습에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고통받았던 누군가를 알고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에 서럽기까지 하더라.



핸드폰이 울리면 공연이 즉시 중단된다는 문구는 어쩌면 까칠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가르친다는 구전심수(口傳心授) 방식으로 전수된 판소리의 방식 때문이라기보다, 애도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를 생각했다. 학문을 배우고 전통을 계승할 때 우리는 단지 기술적인 것만을 배우고 익히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정신도 함께 배우는 것이다. 아니, 정신을 배우다 보면 기술은 자연적으로 느는 것이겠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진지한 자세로 판소리에 접근하겠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공연을 다 관람한 후에는 과연 내가 한 시간 넘게 배운 것이 판소리였을까 싶었다. 오히려 계승하고자 했던 것은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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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이 작품은 극이 시작된 지 18분 만에 실제 휴대전화 진동소리가 객석에서 울려 퍼지면서 공연이 종료되었다고 한다. 실제 그 자리에서 18분 만 봤는데 집에 돌아가라고 하면 무척 화가 날 것 같았다. 아무리 환불을 해준다고 해도 말이지. 하지만 이 공연을 다 관람한 지금은 어쩐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든다. 환불받은 사람들이 모두 다시 관람했기를..

몇년 전부터 간간히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들의 작품을 봤었는데,



그중 가장 색다르고 독특한 연극 세계를 보여준 윤한솔 연출의 작품을 보러 갔습니다.



구전되는 판소리를 그것도 <적벽가>을 어떻게 이야기로, 노래로 풀어나갈 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중년 남성의 짙은 사투리가 뒤섞인 적벽가가 흘러 나왔고, 그게 연극의 본바탕이 되었습니다.



공연장은 무대 연출은 10~11개의 방석 뿐, 배우들이 그 방석에 무릎 꿇고 앉아서 처음엔 <적벽가> 일부를 그야말로 낭독합니다.



간간히 모르는 용어는 마치 국어 사전처럼 앞에 앉은 해설자가 알기 쉽게 풀이해줍니다.



두번째 무대에선 앞서 낭독했던 <적벽가>를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서 구수하게 풀이해 줍니다.



똑같은 내용을 처음엔 그냥 낭독으로, 두번째는 전라도 사투리로 들려주고



마지막엔 그야말로 판소리-노래로 부르기 시작합니다.



조용한 장면에선 혼자서 부르고, 점점 열기가 고조되면서 3~6명 나아가 11명의 배우들이 급박한 심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에서 배우들은 오랫동안 앉아있어서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노래에 무대에 감정이입이 되서 조금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후지와라 신야가 1981년 한국에 와서 들었던 그 판소리는, 1980년 광주 사람들의 한이 섞인 그 노래였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들려주는 그 노래가 그날 광주 사람들의 외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립 국악원이나 국립극장에서 많은 판소리를 접해봤지만, 이번 공연은 배우들의 공동 창작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양식의 해체와 재조합이라서 조금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 배우들이 땀과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노래를 부를 때 가슴이 벅차오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