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달랐어요

연극 눈 뜬 자들의 도시는 그릇된 정권이 국민들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였다. 총리는 근엄한 표정으로 그리고 장관들은 과도한 동작과 표정으로 연기를 하여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권력이 허영과 허울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들의 표정과 동작이 대변하는 듯했다.

연극을 보면서 작가가 남미출신이라는 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남미 사람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열정적인 민족으로 알고 있는데 비폭력의 백지투표 시위라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정부관계자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폭동이 일어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러나 백지투표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대답을 얻었다. 시민들의 백지투표는 무능한 정권에 대한 항의의 의미도 있었지만 실명 상태에서 악행을 저질렀던 시민들 자신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것을.

연극은 생각보다 진중한 분위기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과장스럽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됐어요!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는데 <눈 먼 자들의 도시>가 정말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는 평을 많이 들어서 대체 <눈 뜬 자들의 도시>를 어떻게 연극으로 풀어냈을까 많이 궁금하고
많이 심오한 작품이 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별로 난해하지도 않고 스토리라인도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기대보다 뭔가 연출이 조금 조잡한 느낌이 있었습니다ㅎㅎ
모르고 갔는데 극단이 약간 젊은 극단인 것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사실 나이 있으신 배우분들도 몇 있으시긴 했는데 젊은 배우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연기는 다 잘하시는 거 같았는데 전체적으로 판토마임같은 느낌으로 연기하시더라구요 컨셉인 것 같긴 했는데
극단은 젊은데 약간 마당극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포르투갈 작가의 작품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 제작진 중에 스페인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스페인이나 남미쪽 느낌 나는 음악이나 춤을 사용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또 인상적이었던건 사실상 다른 연극 같았으면 남자 배우가 연기했을 법한 내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경정같은
비중 있는 캐릭터들을 여자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이었어요! 아쉽게도 캐릭터는 남자인데 여자 배우가
연기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여자 배우들의 비중이 높아서 좋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그 안에 숨어있는 의미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더 고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역동적이고, 색다른데 지루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대사들이 너무 진부하고, 보기 껄끄러운 장면도 있었다.
시놉의 느낌과 전혀 달라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극이 끝나고 남은건 경정과, 내무부 장관역의 연기 뿐이었다.

"눈 뜬자들의 도시" (원작:주제 사라마구 연출,각색:박정의 작곡:조선형 안무:정윤 출연:이상희, 서민균, 안꽃님, 김정아, 이훈희, 이지은, 김하진, 김수원, 김민규, 신은경, 최재형, 황민형, 김세용, 최선우, 김영건, 고종승 제작:극단 초인 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별점:★★★☆☆) 원작은 "눈 먼자들의 도시" 인데 공연은 거의 재창작에 가깝다고 봐야 할 정도로 원작의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굳이 원작의 이름을 차용한 이유가 뭘까? 일요일 7시 공연인데 로비에 사람들이 많다. 뮤지컬도 아닌데 웬 일본인 관객? 찾아 보니 아이돌 출신 배우가 출연한다. 그래서, 관람 분위기는 어수선함... 내용은 좀 지루하다. 그러나, 극단 초인 작품 답게 음악과 움직임은 좋았다. 마지막 장면의 종이 뿌리는 부분도 인상 깊다. 역시 이상희 배우님이 하드캐리 하는 공연이다. 2002년도에 봤던 "기차" 가 그리운 건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