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여행..
주제 때문에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연극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해주는 전개가 참 매력적인 듯 합니다.

선과 악이 확실히 갈리는 작품들과 달리
가끔은 이렇게,
선한 것 같은 사람도 끝까지 선하지 않고, 악한 것 같은 사람도 끝까지 악하지 않은 작품이
더 현실성 있고 공감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보조좌석을 정좌석 앞에 두는건 정말 싫습니다...

사형이라는 제도와 그 제도안에 얽혀있는 사람들...
피해자..가해자...모두의 입장에서 보면 찬성할수도 반대할수도 없다.
딱히 나 조차도 어느 입장을 고수하지 못하는데 연극을 보는 내내 더 혼란스러워졌다.
복수하고 싶은 아버지, 딸을 돌려받고 싶은 어머니, 그리고 사형수의 어머니, 어머니의 남자,
또 사형이라는 제도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던 사람들...
이들의 여행이 시작되고 처음부터 누구의 손을 들어줄수 없는 감정의 얽힘이 시작되었다.
내 입장을 고수하지만 다른이의 입장도 점점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되고
그러나 내 생각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 아이러니들...
결국 떠난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살아남은 이는 살아나가야 한다.
어떻게,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느냐...그것이 문제가 아닐까?
사형은 또 하나의 살인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목숨을 벌써 빼앗아 버린 이의 삶을 어떻게 용서 할수 있을까...
알수가 없다..점점...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극에 너무 빠져버려서 방해가 될 정도로 너무 소리내 울었던건 아닌지..
미안할 따름이다.

인형을 찌르고.. 인형을 안아주고..
너무 아파서 울고말았다..
과연 정답이란게 있는것일까..
어떤게.. 누구를 위한것인가..

살아서는 다시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것 같은 두 부모의 만남
그들이 1박 2일의 여행지로 향하게 되는 곳은
바로 한쪽 부모의 딸을 살해한 다른쪽 부모의 아들이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 근방의 별장이다.
죽은 딸의 아버지는 딸을 잃은 아픔에 불면에 시달리며
부부관계 역시 원만하지 못하다.
그는 교도소로 범인을 찾아가 복수하려는 생각으로
이 말도 안되 보이는 여행에 참가하고
살인을 저지른 아들의 부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아들이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자
이를 다시 설득하기 위하여 기묘한 이 여행을 시작한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이렇게 기묘한 여행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전직 교도관임이 밝혀지고
사형 집행을 했던 교도관의 고백이 이어지자
이야기는 사형제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듯 보인다.
사형은 합법적인 살인이다라며 주장하는 전직 교도관
사형 집행을 몇 번이나 해봤냐는 질문에 그는
한 번으로 충분했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 교도관의 고백을 들으니
올 해 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니 전국의 미디어들이 떠들어댔던
사형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그
짐승만도 못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생명을 빼앗는 일에 대하여
범죄자도 사람인데 인권이...
피해자의 인권은...
뭐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고
각기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럼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사람의 인권은?
이라는 질문이 작품속의 전직 교도관을 보며
떠올랐다.

하지만 사형제도의 찬반 유무보다
이 작품에서 더 바라보고자 하는 부분은
딸을 잃은, 아들이 사형을 앞둔
부모들의 고통이라는 부분이다.
1박 2일의 그 기묘여행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상대쪽 부모의 고통을 목격하고
딸의 원수에게 복수를 하는 것을 그만둔 딸의 아빠는
딸의 원수를 용서한게 아니다.
이 작품은 용서와 화해라는 말뿐인 희망보다는
고통과 분노 속에서 살고 있는
남겨진 자들이 그 고통과 분노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어쩌면 더 실존적인 그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극단 산수유의 류주연 연출은
죽은 딸과 공연내내 함께하는
다소 몽환적이었을 것 같은 일본 희곡의
몽환을 걷어내고 발랄함을 입혔다.
특히 공연 초반의 소풍을 가는 듯한
장면들이 공연의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흥미롭다.

신예 연출가의 작품의 배우진이라 믿기지 않을정도의
화려한 배우진은 공연시간 내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