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울수있는 이야기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낸 무대.
흥겨운춤과 코믹한 대사 배우분들의 감정선이 너무 좋았던 무대였다.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현상이 있습니다. 그걸 언더도그마라고 하죠.
이 작품은 언더도그마적인 연출로 양 주인공의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감췄습니다.
그나마 성인 지향 대상의 연극이면 모르겠지만, 이게 아시테지 타이틀을 달고나온 게 더 문제입니다.

희주는 남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몰래 갈취하여 사적 편익을 위해 이를 이용해 협박합니다. 심지어 이 사진이 아웃팅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준호는 자신의 친구에게 엘사xx, 평생 임대아파트에나 살라는 등의 폭언을 일삼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마지막에 청춘물스러운 배경음과 함께, 심지어 희주는 집이 힘들어서 계속 알바를 뛰어야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간다는 사회적 약자라는 암시를 주면서 마무리가 됩니다. 희주가 준호한테 쑥쓰럽다는 듯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말이죠.

희주의 집안 사정이 힘든 것은 그 캐릭터가 갖춘 모럴해저드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위의 아웃팅 협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죠. 그걸 마치 미국 하이틴 드라마 같은 분위기 속에 멋드러지게 엔딩을 내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언더도그마 효과 속에 미꾸라지처럼 넘어가는 이 엔딩에 그냥 넘어갈 겁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이 작품에서 준호의 성적정체성을 뚜렷하게 알려주진 않은 건 좋았습니다. 이성애자 크로스드레서일 수도 있고, 여장 취향을 지닌 동성애자일수도 있고, 어쩌면 트랜스젠더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작품 내에서 지속적으로 호모xx, 게이xx 등의 단어가 반복되면서 레오타드=게이라는 인식이 대중 속에 자리잡습니다. 특히 이 극은 청소년 지향이기에 과연 청소년들이 이 인식을 타파할 수 있을까? 오히려 레오타드를 입는 건 게이구나라는 천편일률적인 사고가 자리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우려가 듭니다.

독창적인 연출과 음악 무대 춤이 어울어진 무대 하지만 곱씹어 볼수 있는 의미있는 대사가 곳곳에 숨어있다. 흥행성 예술성 둘다 만족시키는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