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전 재미있는거 모르겠네요.
생일이라 친구들하고 봤는데.. 잼미와 그런건 못 느꼈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어요.

사랑에 관한 연극이나 뮤지컬은 참 많습니다.
때로는 애절한 사연을 가진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그러나 그들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조심스럽게 들려주곤 하죠

그런데 평범한 것의 아름다움에 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가끔 이러한 내용이 너무 가벼이 여겨졌던건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사랑 이외의 다른 가치관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연극 '열 여덟번째 낙타'

로맨틱 코메디라는 설명이 있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음은 분명하지만
그 로맨틱 이면에 있는 네 사람의 관점이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은
다른 연극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 따라, 혹은 살아오며 바라본 주위사람의 모습,
상처 받고 때로는 상처를 주며 지나온 경험에 따른 결과로 형성한 관점과 신념은
삶의 방향을 만들어 나가며 사람들 사이의 이견을 형성하죠
그것을 세대차라고 부르든 개인차라고 부르든 간에요
주인공인 뾰뜨르와 아그네사, 블라지미르와 바랴의 사각관계속에서
대립되면서도 보완되는 그들의 가치관은

일종의 심정적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꼭 결혼이나 사랑고백만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

일부러 만들어낸 코믹한 대사를 듣고 웃는 것이 아니라
보바의 화내는 행동 이면에 있는 진심이 뭔지 알것만 같아서,
그 마음이 너무나 귀여워 터뜨리는 웃음

옛 사랑을 만나는 떨림을 고스란히 담아낸
아그네사의 미세한 손동작 하나하나에 반응했던 소중했던 두 시간,
오래도록 기억할게요


지금 이 후기를 읽고있는 당신도 아츠플레이 시어터를 찾아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그들의 이야기에 꼭 한번 귀기울여보길 권합니다 ^^

러시아 희곡이라는 간단한 정보만 안 채 갔던 공연

정극일거라는 생각에 지루함에 대한 대비도 했는데
장면 사이사이 등장하는 검은 그림자로 그 지루함은 무색해지고..

연기자들의 열연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이 금세 집중하게 만든다.

열여덟 번째 낙타의 우화도 인상적이었고
러시아가 아닌 한국인으로서 그네들의 정서가 다소 낯설 수도 있었는데
의외로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은 만국의 공통된 이슈라는 점에서 크게 공감했다.

부담없이 편하게 볼 수 있던 시간-

연극 열여덟 번째 낙타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현대 러시아 희곡이라고 한다. 작가 무엘 알료쉰의 작품을 국내 초연하는 것이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낯설다. 러시아 소설은 굉장히 익숙한데 그에 비해 희곡 쪽은 뭔가 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처음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플리즈' 공연이 끝나고 아츠플레이 씨어터에서 새로 내놓은 작품이 이 열여덟 번째 낙타인데, 개인적으로 '플리즈'를 4번이나 볼 정도로 좋게 보았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소개글에는 진지한, 혹은 세련된 러시아식 로맨틱 코메디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말에 끌려 극장을 찾게 되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세련되다고, 진지하다고 하는 걸까? 사실 요새 대학로의 많은 작품들에서 단지 순간의 웃음을 주기 위해 진지함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옅어져가는 추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터라 그 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보게 된 연극 열여덟 번째 낙타는 보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만들만큼 마음에 쏙 들었다.

연극의 배경은 1980년대 러시아이지만, 사실 보면서도 마치 근래의 우리 나라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산업화와 경제 발전으로 세대 간의 정신적·문화적 격차가 벌어지고 지향하는 가치가 바뀌어 가면서 사랑이라는 관념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사회문화적인 가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극 열여덟 번째 낙타에서는 서로 다른 사랑관을 가진 네 남녀가, 그리고 세대 차이가 나는 두 커플의 조금은 엉뚱한 사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바랴와 지질학자였던 부모님을 닮아 지질학자가 된 블라지미르, 남편이 아닌 남자와 열정적 사랑에 빠졌던 까닭에 서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지금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그네사, 겉으로 사랑을 잘 표현하지 않았지만 아내가 떠난 사실에 절망하여 죽음을 기도하기도 했던 뾰뜨르 예보그라포비치. 사실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TV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삼류 드라마 같은 느낌이 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혼을 불태우는 듯한 열정적인 연기와 잘 짜여진 연극적 맛이 나는 대사가 이 연극을 그런 류의 이야기와 구분지을 수 있게 해준다. 로맨틱 코메디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사실 로맨스나 코메디의 요소는 그다지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대신 사랑이란 무엇이며 그 가치가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하고, 내가 제대로 된 고찰이 없이 그저 막연히 생각해왔던 사랑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요즘 이런 연극적인 진지함이 느껴지는 연극을 정말 찾기 어려운데 이렇게 접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다.
막간에 지루해질 수 있는 타이밍에 무대맨이 나와 현란한 몸놀림과 마임을하는 듯한 동작으로 무대 전환을 함으로써 극의 텐션을 적절히 조절해준 것도 좋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열일곱 마리의 낙타를 가진 아랍인의 우화를 인용해서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연극 열여덟 번째 낙타. 결말부의 전개가 갑작스럽다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연극이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사실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런 기회를 마련해준 이 연극을 초연하고자 하신 분과 배우분들과 스텝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한국에 초연되는 러시아 현대극 열여덟 번째 낙타는 세대간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총 4명인데, 신세대로 대표되는 지질학자 블라지미르, 시골 처녀 바랴, 구세대로 대표되는 패션디자이너 아그네사, 연극학자 뽀뜨르의 사각 관계가 이 연극의 주 내용이다.

극 중 뽀드르가 바냐에게 이야기해주는 옛 아랍인의 우화 열여덟 번째 낙타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감탄해버렸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새로운 걸 알게되었다는 기쁨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우화는 이 작품의 제목인 동시에, 극 중 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이 작품속에서의 열여덟 번째 낙타의 의미를 잘 찾지 못하겠다. 타인에게 기쁨이나 만족을 줄 수 있는 열 여덟 번째 낙타의 의미를 이 작품속에서 어떤 식으로 이용한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구세대와 신세대의 사각관계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세대차이가 명쾌하게 잘 보이지가 않았던 것 같다. 아그네사가 우리 시대에는 그러지 않았어란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도무지 두 시대가 어떻게 다르다는건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느 세대를 살건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졌을 뿐이다.

사실 지금껏 아쉬운 점들을 쓴 것 같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 연극을 보고 나왔을때는 만족스러웠다. 웃음을 주기도 하고 그 웃음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진지함이 담겨져있는 좋은 작품이였다. 무대를 전환하는 방법에 있어서 완전히 암전상태가 아닌 사람이 직접 나와 고양이를 표현한 듯 보이는 몸짓과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무대를 전환하는데 그것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부분에서는 굳이 저렇게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불필요한 동선들이 있어서 그 부분은 살짝 아쉽다.

이 작품 속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가 있다면 아그네사와 블라지미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패션 디자이너 아그네사가 수화기를 들고 초조해하는 모습이라던지 조카 블라지미르에게 버럭 화를 낼 때 그녀는 나이를 떠나서 참 귀여운 여자구나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블라지미르는 처음에 뭔가 과장된 인물이라서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극이 흘러갈 수록 뭔가 매력이 있는 남자다. 불 같은 청년 답게 순간 확 타올랐다가 확 가라앉는 모습을 볼 때는 허무개그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뽀뜨르와 바랴는 개인적으로 그닥 애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다. 두 사람 다 속을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어떤 감정인건지 선명하게 보이지가 않으니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지금도 그 두 사람의 관계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결말도 확실하게 해결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 살짝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뭔가 굉장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네 사람의 사각관계가 너무나 쉽게 해결되는 것 같아서 이게 정말 해결이 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끌고 왔던 이야기를 빨리 결말 지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연극의 공연시간은 긴 편이다. 하지만 그 긴 공연시간에 비해 결말을 후다닥 빨리 끝내버린 느낌이 든다.

이 공연을 유쾌하고 진솔한 로맨틱 코메디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로맨틱 코메디하면 떠올리는 그런 밝은 분위기는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진지하고 무거운 극도 아니지만 마냥 유쾌한 분위기의 극이라고는 볼 수 없는 중간 단계의 극이라고 해야 할까?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적으로 자연스럽다기 보다 정말 연극이구나 싶은 연극톤의 살짝은 과장된 말투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보다 보니 캐릭터에 굉장히 잘 묻어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블라지미르는 오히려 그런 과장된 말투가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