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은 연출님만의 믿음주는 연출이 인상적이네요 -^^ 청소년의 이야기로 한정하기보단 저같은 어른아이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는 시간이었어요

"날개, 돋다" (부제:난 내가 뭔지 모르겠어! 작,연출:이래은 음악감독:노선락 출연:강혜련, 김승언, 이미라, 조의진 거문고:심은용 플라멩고기타:박세환 제작:달과아이극단 극장: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켈트족의 설화 "셀키","선녀와 나무꾼","아기장수" 를 모티브로 제작된 연이와 단이의 성장모습을 보여주는 청소년 연극이다. 본인 취향의 공연이 아니지만 2014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 NewStage 선정작 이어서 보았다. 배우들의 움직임, 악기 연주 등이 좋았다.

1월 23일 8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처음 극장으로 들어선 순간, 다른 연극과 다르게 소품이 거의 없는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크지 않은 공연장에 소품이나 조명마저 최소화한 상태로 좋은 연극이 가능할까 걱정을 하며 관람을 시작했지만,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네요. 공연을 마치고나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와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그 과정을 짜릿하고 두근두근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고통에서 어찌보면 자유로울 수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때를 생각하면 향수에 젖고는 합니다. 그시절의 자유로움, 일탈을 추억하며 청춘의 아픔 또한 당연시하고 미화하게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리 간단하게 추억거리로 회상되기엔 너무나 중요하고 아픈 과정입니다.
이 연극은, 누구나 겪었을 진화의 아픔과 혼란을 그린 작품입니다. 교복을 벗고 부모님의 품을 떠나 한 사람으로써 자립을 시작할 때의 짜릿함과 절망감을 ''연이''라는 주인공에게 투영시킵니다. 내가 그저 부모님의 예쁜 딸, 어린 소녀 1 정도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남들과 다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라는것. 그것을 처음 느낀 소녀의 감정을 매우 세심하게 묘사했습니다. 그 기대와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거울''입니다. 연이는 거울을 보고싶어하면서도 막상 거울을 갖게되었을때 선뜻 자기 얼굴을 비추지 못합니다. 궁금하고 기대되지만, 막상 그러한 현실을 마주했을때의 두려움이 연이가 거울보기를 주저하는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결국 연이는 거울을 보고,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패닉에 빠집니다. 청소년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할때 누구나 느꼈을 부분입니다.

극의 내러티브는 연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녀가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립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작품과 달랐던 점이 여러 설화를 모티베이트했다는것입니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 모티브를 통해 다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극의 짜임새를 높인 것 같습니다. 또한 ''아기장수 우투리''설화를 차용하였는데, 이는 연이의 특별함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극 전체를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탈바꿈시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설화의 차용이 이 극응 가장 매력적으로 만드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명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연극이 아닌 신비스러운 의식을 치루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날개''라는 오브제가 이 극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단순히 청소년기에서 성인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에 날개가 돋는것이 아닌, 날개가 돋아날 때의 그 아픔과 미성숙함을 말하고자 했다고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이의 날개가 작고 초라함에도 관객은 그것에 찬사를 날릴 수 있었습니다.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주제를 가장 극대화하기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잔잔한 거문고, 기타 선율과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소품이 거의 쓰이지 않았습니다. 공간적 배경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연극은 누군가나 어떤 시기를 특정하기보다는 마치 우리 내면속에 들어와있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 시기의 공허함과 혼란은 모두가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막 성인으로 발돋움한 남동생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연극같습니다. 친한 누군가와 이 연극을 보고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그 시절의 아픔에 대해 회상하는 것도 괜찮을것같습니다. 좋은 연극이었던것 같네요.

처음 들어설 때 공연장이 살짝 싸늘했는데 공연을 15분쯤 보았을 때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았습니다. 배우들은 몸짓과 아주 작은 소품만으로 도랑과 산과 벼랑과 마을과 시장을, 깊은 호수와 끝없는 하늘을 만들어냈고 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날개를 없애자는 말도 무조건 날아보라는 말도 어쩌면 다 맞고 또 다 틀린 말이라는 게.. 삶은 결국 내가 직면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게, 때론 무섭지만 그것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기를 동화처럼 바라게 되는 극이었습니다. 15살 제자와 보았는데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