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어요

연극이라기보다는 정적인 뮤지컬을 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반적인 연극과는 사뭇 다른 극이었습니다. 배우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반적은 극과는 달리 이 연극은 배우들의 무용과 음향효과 등 훨씬 더 감각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대사의 반복도 잦고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 장면이 많은데 그것이 맥락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결말 또한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원작에서는 노라가 미련없이 문을 쾅 닫고 토르발을 떠나버리는데 이 극에서 노라는 문지방 위에 서서 문틀을 잡을 채로 웃는 듯 우는 듯, 나갈듯말듯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없이 순수하고 가끔은 다소 아둔해 보이는 원작의 노라와 달리 상대적으로 ''이미 깨어있는 여성'', 최소한 억압적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여성처럼 보였던 이 연극에서의 노라이기에 아마 가정이라는 억압적인 공간에서 벗어난다하더라도 더 큰 억압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라가 작품 속 인물이 아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여성 인격체로 느껴졌고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이 연극 속 노라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문을 가지고 연출하는 부분이나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등 신선하고 인상 깊은 부분도 많았지만
반복되는 대사와 장면이 많다보니 지루함도 느껴지더라구요

천천히 쌓아가는 건 좋은데 후반부가 되어서야 맥락이 읽히고 따라갈 수 있는 공연이라면, 글쎄요.
이를 좋아하는 분도 있겠으나...

약간의 딜레이 후 시작 된 공연은 70분 남짓이었다. 기괴한 몸짓과 2시간 가량되는 대본의 핵심대사만을 추려내 극을 이끌어간다. 연출의 시도가 탁월했다고 느껴진다. 아쉬운 건 무용?움직임?이라고 보기에 정돈되지 않은(자신의 제어 안에 움직임이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신체가 배우의 연기를 받아내기에 버거워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